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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술집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던 겨울, 잔업 때문에 마지막 전철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그날은 월급날 바로 직전이라 교통카드 말고는 주머니에 땡전 한푼 없었다.
그래서 전철 첫차가 운행할 시간까지 역앞에서 기다릴까 했는데 노숙자들 몇명이 큰소리로 심하게 다투고 있었다.
나는 싸움과는 전혀 상관없는 인생을 살아왔는지라 덜컥 겁이나서 근처 공원으로 발을 옮겼다.
일때문에 피곤하기도 했고 이미 잠자리에 들 시간도 지나버려서 벤치에 앉아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하지만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때문에 너무 추워져서 화장실로 들어가서 바람을 피하기로 했다.
칸안에 들어가 있으니 잠시후 누군가가 전화를 하면서 옆칸으로 들어왔다.
한밤중의 화장실은 꽤나 조용해서 통화하는 상대방의 목소리도 이따금 미묘하게 들렸다.
「응? 응 알고 있다고. 아하하! 아, 미안미안. 뭐?」
「······현재······다시······」
「아하 그랬군ㅡ. 괜찮아. 상관하지 마. 뭐? 와하하! 어째서야? 후후. 응. 그래?」
「지금······정확한······후······」
「그랬던가? 흠. 아ㅡ, 그럴지도 모르지! 잠시만 기다려 줘」
화장실 칸 양변기에서 막 잠이 들려고 하던 그 찰나, 상대방의 목소리가 확실하게 들렸다.
「지금 거신 전화번호는 현재 사용하지 않는 번호입니다. 정확한 번호를 확인하신 후 다시 걸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여보세요? 방금 못들었어. 다시 말해봐. 아, 그렇다면 말이지」
그 말을 듣고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것 같아서 곧바로 화장실을 뛰쳐나가 역앞으로 달렸다.
욕을 하며 싸우고 있는 노숙자들의 모습이 반갑게 보였다.
나는 아직도 밤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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