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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머리가 흔들리고 있다. 매미가 우는소리, 개구리가 우는소리, 햇빛, 지면에서 반사되는 열기, 그런 시끌벅적한 것을 많이 품고 있는 바람이, 선생님의 볼을 간지럽히듯 지나간다. 선생님의 눈동자는 창 밖을 응시하고 있다. 이렇게 더운데, 선생님의 옆 얼굴은 시원스럽다. 나는 목구멍 맨 안쪽에서 떨어지는 땀방울을 손가락으로 닦는다. 매미가 울고 있다. 마른 나무 향내가 나는 정오 무렵의 교실에는, 나와 선생님만이 있다. 작은 칠판에는 분필 글씨가 눈부시게 반짝이고 있다. 삼각형 안에 사각형이 있고, 그 안에 또 삼각형이 있다. 길이를 알 수 있는 변도 있고, 모르는 변도 있다. 선생님이 그리는 선은 시원스럽게 그어지고, 구부러진다. 나도 모르게 베끼고 싶을 정도로 예쁜 선이다. 그 후 센티미터와 미터의 기호가 가득 찬, 실로 멋진 모습을 갖추게 됐다. 삼각형과 사각형 안의 삼각형의 면적을 구하는 문제인데, 왠지 정말 마음에 걸린다. 정말로 멋지다. 미터의 기호에 작은 2를 붙이는 것이 아깝다고 생각해버릴 정도. [할 수 있니?] 그 목소리에 퍼뜩 제정신이 든다. [네.] 나는 당황하며 연필을 움직인다. 선생님은 한순간 이쪽을 보고서 미소를 짓더니, 또 창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색이 벗겨지기 시작한 의자에 걸터앉은 채로. 나는 작은 책상에 눈을 떨구고 있지만, 알 수 있다. 또, 매미의 울음소리, 개구리의 울음소리, 햇빛, 지면에서 반사되는 열기를 머금은 바람이 불어서, 선생님의 긴 머리가 흔들린 것도. 흰옷이 반짝반짝 빛난 것도.
두 사람밖에 없는 교실은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그 안에 있는 한, 여름이 언젠가는 지나갈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 없이 했다. 초등학교 6학년 여름이었다. 여름방학이 시작되자마자, 나는 친척 집에 가게 되었다. 시골의 외가는, 전철을 몇 개나 갈아타야지 겨우 도착하는 먼 곳에 있었다. 어릴 때 한두 번, 부모님이 데리고 간 적은 있었지만, 혼자 가게 되는 것은 처음이었고, [여름방학이 끝날 때까지 돌아오지 않아도 좋다.] 라는 말을 들은 것도 당연히 처음이었다. 혼자서 표를 끊는 법이나 길을 묻는 방법 등, 그다지 곤란하지 않을 만큼 경험을 쌓고 있었던 나는, 오히려 [돌아오지 않아도 좋다.] 는 말에 [여름방학이 끝날 때까지.] 라는 전제가 달려 있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논으로 둘러싸인 두렁 길을, 먼지투성이가 돼버린 슬리퍼로 터벅터벅 걸어가니, 울타리를 넘을 정도로 잎이 무성한, 큰 향나무 한 그루가 있는 집이 보였다. 이 지방의 독특한 적갈색 기와가 햇빛을 반사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 집에는, 아저씨와 아주머니와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친척 형제인 시게와 요우가 있었다.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친척인 나를 상당히 상냥하게 대해주었고, [우리 아이가 돼줄래?] 같은 농담을 말하면서, 두 사람 모두 농사일로 새까맣게 햇볕에 그은 얼굴로 웃곤 했다. 할아버지는, 머리는 백발이었지만 키가 커서 웃으면서 나의 머리를 축축하게 쓰다듬었다. 나는 그것이 아프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해서, 여기저기 도망치게 됐다. 할머니는 왜소한 몸에 예쁘장한 머리를 하고 있어서, 뭔가를 들어 올리거나, 행주를 짜거나 할 때 [아에!] 라고 기합을 넣기 때문에, 그게 정말 재미있길래, 조금 흉내를 내고 있는데 나에게 다가오길래 [꾸중을 듣는 건가?] 라고 생각했지만, 할머니는 [에헴!] 헛기침을 한 번 한 뒤에, 자신의 기합 넣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나는 눈 깜짝할 사이에 할머니가 좋아졌다.
시게는 이름을 시겔이라고 말하는 나와 동갑의 남자아이였다. 옛날에 내가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이 집에 놀러 갔을 때, 나를 부하로 시킨 것을 기억하고 있었고, 도무지 왜 내가 부하를 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요우는 이름을 요시코라고 말했다. 시게의 두 살 어린 여동생으로, 눈이 크고 상고머리를 하고있는 건강한 여자아이였다. 나의 얼굴이나 옷 소매로 보이는 흰 살결을 보고, [도시인은 비틀거린다.] 라며 무시했기 때문에,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흙투성이의 몸으로 해가 질 때까지 달리기 경주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도시인이 시골에 와서 우선 느낀 것이, 나와는 조금 다른 말투와 억양. 나는 결코 도시의 아이라는 인식은 없었지만, 이 작은 마을의 어린이들은 텔레비전의 채널이 NHK 이외에 세 개이상 방영되는 사실만으로도 그것은 충분히 도시인의 조건을 충족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어쨌든 시게는 나에게, 이 동네에서 말썽꾸러기로 소문난 친구를 소개해줬다. 매일 녹초가 될 때까지 우리는 함께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수영하고, 여기저기 도망치며 놀았다. 초등학생의 신분으로 맞이하는 마지막 여름방학이었다. 머리통이 휙 날아갈 정도로 노는 것은, 어린이의 의무다. 그 동네의 아이들이었던 메야, 토시보, 타로와 사이가 좋아진 나는, 어느 놈 할 것 없이 하나같이 걸음이 빠른 것, 그리고 모두 프라이팬으로 구운 것 같이 피부색이 검은 것을 보고 대단히 감탄했다. 도시인이라고 자신들과 나를 구별하고 싶은 생각이 들 법도 하다고 생각했다. 나의 주위에 있었던 아이들과는 조금 달랐다. 아침 일찍부터 벌레잡이 용 바구니와 그물을 가지고 산에 들어가는가 싶더니, 쓰르라미가 우는 것을 그칠 때까지 나무에서 내려오지 않았고, 막상 돌아왔을 때는 손으로 만든 큰 벌레 바구니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밤에는 아이들의 부모들이 빨리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고 굉장히 혼내는데도, 다음 날에는 또 당당하게 아침 일찍부터 벌레 바구니와 그물을 가지고 산으로 뛰어 올라가는 상태였다.
거만하게 굴고 머리싸움도 빨랐지만, 부하가 위기에 처해있을 때는 제일 빨리 달려와서 상대방을 위협하거나, 도망치라는 말을 하며, 정확한 지시를 내려서 우리를 궁지에서 구해주곤 했다. 키는 나와 같았지만, 꽉꽉짠 걸레처럼 근육이 온몸에 붙어 있어서, 있는 힘껏 점프해서 물웅덩이를 가뿐히 뛰어넘는다. 우리도 뛰어넘지만, 발이 물웅덩이의 끝에 빠져서 물에 젖게 되는데, 그때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코웃음을 치곤 했다. 그래도 선천적으로 장난을 좋아하는 시게의 그 기발한 아이디어는 우리를 번거롭게 했다. 산에서 발견한 이상한 버섯을 [버섯의 독은 열을 가하면 괜찮아.] 무심코 믿었던 토시보에게 먹였을 때, 온갖 발광을 하다가 기절한 끝에 의사에게 업혀가는 소동이 있었고, 함정을 만들 때는 정말로 무서운 내용물을 함정 속에다 넣어두기도 했다. 어떨 때는, 뒷산에 있는 대나무로 우리를 모은 적이 있다. [무엇을 하는 걸까?] 생각하고 있는데 시게가 [아,사람이 떨어질 건 같다.] 라고 벼랑 쪽을 가리키며 외쳤다. 확실히 누군가 대나무 가지 끝에서 떨어질 뻔해서 죽순의 털이 다 떨어져 있었다. 당장에라도 가지가 부러질 것 같아 보였다. 당황한 채로 달려가면 그것은 사람이 아니라 지푸라기와 천으로 만든 인형이었다. 시게에게 감독같이 속은 우리는, 화를 내거나, 그 인형의 정교함에 감탄했지만, 산나물을 뽑으러 와 있던 아주머니가 [사람이 떨어진다!] 라는 시게의 소리를 듣고, 우리만큼이나 당황해서 인형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도중에 대나무 뿌리에 넘어지고, 아슬아슬하게 벼랑으로부터 떨어질 뻔했다. 우리는 그 아주머니에게 꾸중을 들었고, 집에서도 혼났다.
덕분에 시게는 놀러 나갈 수도 없었고, 고개를 숙이면서 꽃을 부지런히 심고 있었지만, 그 눈의 안쪽에는 다음번에 칠 장난을 생각하고 있는듯했다. 시게의 눈빛은, 우리에게는 믿음직스럽기도 번거롭기도 했다. 어느덧, 시골 생활에도 완전히 익숙해져서, 시게의 패거리만큼은 아니었지만, 나의 살갗도 눈에 띄게 햇볕에 타기 시작한 어느 날, 고장수호신을 모시고 있는 수풀에 가자고 시게가 말했다. 고장수호신을 모신 수풀은 북쪽 산봉우리를 따라 척척 헤치고 들어간 숲 안쪽에 있다. 높은 산에 둘러싸여 있는 탓에 태양이 동쪽이나 서쪽에 편파적으로 있는 시간에는, 낮이라도 어둡고, 바로 위에 해가 뜨고 있을 때라도 무성하게 자란 녹나무나 노송나무의 가지나 남짓 잎 때문에 빛이 차단되기에 길을 걷는 우리는 그저 빛의 파편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시게와 타로의 뒤를 쫓기 시작해서, 드디어 고장수호신을 모신 수풀의 한복판에 있는 신사를 찾았을 때는 어쩐지 엄숙한 기분이 들고 있었다. 지금까지 태양열이 마구 날뛰는 장소에서 놀고 있었는데, 여기는 검은 흙으로 지면이 덮어져 있고, 공기는 탁해서, 몸 안이 차가워져 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까지 올라갔던 산이나 숲과는 달랐다. 주위는 조용했다. 신사로 통하는 길을 따라가서, 본전에 겨우 도착했다. 빛도 그림자도 거의 비치지 않는다. 몇백 년 전부터, 이곳에 있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때때로 나뭇잎이 흔들리면, 나는 시간의 감각을 되찾곤 했다. [챠링~] 거리는 소리가 나서, 그쪽을 쳐다보면 새전상자가 앞에 서 있는 시게가 있다. 너덜너덜하게 이끼가 자라나 있었기때문에, 누군가 새전을 회수하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사실은 에도시대부터 새전을 모조리 빼간 건 아닐까 생각해서 들여다봤지만, 어두워서 잘 몰랐다. 아무래도 여기에 참배하는 사람들 자체가, 남의 물건을 슬쩍 하는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바지 주머니에서 10엔짜리를 꺼내서 던져 넣었다. 그 신사에 어떤 신이 모셔지고 있는지 아무도 몰랐지만, [치링~] 거리는 말하는 소리가 났기 때문에, 나는 그 소리에 맞춰 합장했다. 이윽고 [이제 돌아가자.] 타로가 말했고, 경내에서 나가고 싶어 했다. 어둑어둑한 길을 빠져나오니, 또 산길이 나왔다. 초조해진 마음에 타로가 [어느 쪽으로 가야 하지.] 라며 두리번 거리자, 시게가 이쪽이라며 원래 온 길 쪽을 정확하게 가리켰다. 나는 문득 반대 방향으로 빠지는 또 다른 산길에 시선을 쏠렸다. 길은 곧바로 꺾여 있었고, 나무에 가려져서 그 앞은 보이지 않았다. 이 길의 끝은 어디로 통하고 있는 것일까? 호기심이 끓어 오른다. [이쪽은 뭐가 있어?] 그렇게 물으니까, 시게는 [아무것도 없어.] 라고 말하며 후딱후딱 원래 있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 안쪽에 가 보고 싶은 유혹에 사로잡혔지만, 혼자서 고장수호신을 모신 수풀에 남겨지는 불안감이 차근차근 가슴 속에 사무쳐 와서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었다.
머리가 아찔아찔하기 시작했다. 숲의 안쪽 길에 가 보고 싶은 기분은 사라지고, 쏜살같이 시게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그 후로 3일 정도 우리는 강에서 수영하면서 놀았다. 더웠기 때문이다. 강은 바다보다 몸이 잘 뜨지 않았다. 강에는 작은 다리가 놓여 있었고, 그 위에서 뛰어내리 것이 우리의 깡을 시험하는 수단이었다. 나는 수영에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강바닥이 깊었기 때문에 잠깐 망설인 뒤에 훌륭하게 잠수에 성공했다. 환호성과 빛, 물에 녹아드는 체온. 태양 속에 우리의 여름이 있었다. 그러는 동안에, 드디어 내가 혼자 놀지 않으면 안 되는 날이 찾아왔다. 시게와 그의 친구들이 3박 4일간 임간학교에 가게 된 것이다. 나도 데리고 가줬으면 싶었지만, 학교행사라서 무슨 일이 있어도 안 되는 모양이다. 가방을 메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 시게를 배웅하고, 오늘부터의 3일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했다. 집은 농가였기 때문에 아저씨와 아주머니와 할아버지는 아침밥을 먹은 뒤 경운기를 타고 일을 하러 갔다. 할머니가 일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가져왔던 숙제를 오래간만에 하기 시작했다. 넓은 다다미방 한복판에 책상을 두고 그 위에 턱을 괸다. 몇 페이지 정도 하니까 벌써 싫증이 난다. 숙제 따위 여름방학 마지막 3일 정도에 하기로 했다. 그때까지 해야 하는 것이 있을까? 연필이 데굴데굴 구른다. 툇마루의 맞은 편 정원에는 태양이 찬란하게 비치고 있어서, 이쪽의 방 안이 지독하게 어둡게 느껴진다. 누워서 뒹굴거나, 숙제하거나, 또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아침의 9시. 아직 9시다. 점심까지 3시간이 남았다. 안 된다. 어떻게든 시간을 보내야 한다.
나는 혼자 갈 수 있는 장소를 생각했다. 함께 가지 않는 장소가 좋다. 도서관이라든가.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을 때, 문득 머리 한구석에서 고장수호신을 모신 수풀의 신사가 떠올랐다. 그리고 나무들 아래로 보이는 그늘 길. 그 앞의 길은 계속되고 있었다. 그 길로 가 보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저 숲 속에 잊어버렸던 그 기분이, 한 번 더 강하게 다가왔다. 혼자 갈 수 있지. 별일 없다. 그렇다. 오전 중에, 이제 가자. 해가 떠있는 동안은 그렇게 무섭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곧 몸이 움직였다. 숙제를 접고, 나갈 준비를 한다. 가방을 짊어지는데, 눈치를 챈 것인지 시게의 여동생인 요우가 창호지 틈으로 가만히 이쪽을 보고 있었다. [어디가?] 순간, 나는 이 아이도 데리고 가면 어떨지 생각했다. 그러나 곧 생각을 접었다. 모험에 여자는 데리고 갈 수 없다.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우체국에 갈 뿐.] 그렇게 말하면 [으응..] 이라고 말하고 시시한 것 같이 어디론가 가버렸다. 장애물도 쫓아냈다. 나는 의기양양하게 집을 나선다. 태양이 내리쬐는 두렁 길을 따라가면 초록으로 물든 울창한 산이 다가온다. 옛날에는, 입산료를 거두고 있었다고 말하는듯한 나무상자가 혼자서 쓸쓸히 자리리 지키고 있는 산길의 입구. 봉우리를 오르지 않고, 산의 기슭을 따라 길을 간다. 땅을 힘껏 밟고 앞으로 나아가니, 조금씩 조금씩 나무의 그림자 때문에 머리 위가 어둑어둑해져 온다. 가지고 온 나침반을 가방에서 꺼내서 오른손에 쥔 채로 쉬지 않고 발을 움직인다. 때때로 산비둘기가 우는 소리가 들리고, 나뭇잎이 부스스 흔들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 후 매미의 울음소리. 그것도 무서울 만큼 크게 들려온다. 힐끗 올려다보니, 잎 사이로 빛줄기가 비치고 있다. 계속 위를 쳐다보며 소리의 홍수 속에 있으면, 여기가 어디인지 알 수가 없게 된다.
어쩐지 위험한 느낌이 들었다. 당황한 채로 앞을 향해서 걷기 시작했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몇 군데 있었지만 헤매지 않고 고장수호신을 모신 수풀의 신사까지 도착했다. 일단 참배를 하기로 했다. 나무에 둘러싸인 길을 지나간다. 낡고 퇴색한 건물 밑에 놓인 새전상자에 100엔짜리를 던져 넣는다. [치링~] 역시 좋은 소리다. 신사 안에는 인기척이 없다. 누군가 지나가면서 손질을 하고 있기는 한 것일까? 빙글빙글 돌다가 원래 왔던 길을 따라간다. 도중에 작은 연못이 있는 걸 알아차리고 옆길로 가봤다. 수면에는 소금쟁이가 거침없이 수영하고 있지만, 물속은 흐려져서 잘 보이지 않았다. [비가 내리지 않는 사이에 바싹 마른 건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얼굴을 들고, 다시 되돌아간다. 그러다 문득 겁이 난다. [어떻게 하지. 돌아갈까?] 그렇게 생각했지만, 또 도망가는 것은 수치스럽다. 어디선가 용기가 솟아나길 기다리고 있는데, 새 전상자에 100엔짜리를 넣을 때 들린 [치링~] 거리는 소리가 기억났다. 100엔이라고! 전에는 10엔. 오늘은 100엔이다. 그래서인지 무리하게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돌아가는 길의 반대 방향으로 발길을 돌렸다. 흙을 밟으며 걷는다.
매미가 우는 소리는 여전히 시끄럽고, 주위는 어둑어둑하고, 어디까지라도 이어져 있을듯한 꼬불꼬불 구부러진 길을 걷고 있다. 길 끝에는 사람의 발자국조차 없다. 나는 계속해서 걸었다. 드디어 유달리 어두운 나무의 아치가 터널의 유령과 같이 나타났고, 나는 조금 제자리걸음을 하고 나서 그 안 속으로 빨려가듯 들어갔다. 뭐라고 불리는 나무일까. 두꺼운 나뭇잎이 머리 위를 다 덮어서, 빛이 새어 나오지 않는다. 가끔 어둠 속에서 흰 손이 거침없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 보인 생각이 들어서 몸이 단단해진다. 괜찮다고 자신에게 타이르면서 대부분을 달리는 것 같은 빠르기로 그 터널을 빠져나갔다. 갑자기 눈앞이 밝아진다. 흰 구름이 우두커니 하늘에 떠 있다. 그 아래로는 초록이 눈부신 두렁 길이 이어져 있다. 밭이 있다. 산 위에는 몇 채의 집이 보인다. 제비가 날고 있다. 개구리가 울고 있다. 나는 숨을 내쉬기 시작하고 곧바로 빨아들인다. 뭘까? 다른 마을과 왕래를 전혀 하고 있지 않은 건가? 시 게가 거짓말을 한 건가? 그렇게 생각하고, 논두렁길을 걸어간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니, 숲 속에 아무것도 없었던 것은 확실하다. 으음. 거짓말쟁이라고 말해도, 대놓고 말할 자신이 없었다. 뒤를 돌아보면 아까 빠져나온 숲의 입구가 빠끔히 어두운 입을 벌리고 있었다.
돌아갈 때 또 저기를 지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까 조금 기분이 우울해졌지만, 혹시 이외에 다른 길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우선 이 주변에 있을만한 사람을 찾기로 했다. 해바라기가 피어 있는 길을 두리번두리번 거리면서 걷다가, 이곳은 산으로 둘러싸인 뜻밖에 작은 촌락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계단식 밭이 산의 사면에 나열해 있고, 집이 그 속에 파묻히게 서 있다. 길에는 햇빛이 쏟아질 뿐, 나 이외에는 사람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다. 나는 완만한 언덕길을 올라가서 큰 지붕이 보이는 장소로 향했다. 땀을 닦으면서 끝까지 올라가니, 거기에는 넓은 정원과 나무로 만들어진 2층 구조의 오래된 것 같은 집이 있었다. 매우 크다. 정원도, 정원이라고 하기보다 광장인 것 같은 느낌. 구석에는 철봉과 모래밭이 보인다. [어럽쇼? 어쩐지 학교 같네?] 그렇게 생각했지만, 학교라기에는 지나치게 작다.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는. 그때, 이 층 창문에 누가 있는 걸 알아차렸다. 바람이 불고, 나의 머리가 흔들림과 동시에 그 사람의 머리도 흔들렸다. 검고 긴 머리. 흰옷. 여자다. 창문 쪽에 턱을 괴고, 멍하니 광장의 구석을 보고 있다. 어쩐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는 광장의 한복판에 우두커니 서서 그 사람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그 사람은 나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나는 나침반을 주머니에 넣고 나서, [저기요.] 라고 말했다. 너무 목소리가 작았으므로, 곧바로 [미안합니다.] 라고 말했다. 그래도 그 사람은 알아차리지 못했고, 멍하니 밖을 보고 있었다. 어쩐지 부끄러워서 돌아가고 싶어졌지만, 다시 한 번 더 소리쳤다. [저기요!!] 다음 순간 그 사람이 이쪽을 봤다. 그 사람은 처음에는 놀란 것 같은 표정을 짓고, 그다음에는 슬픈 얼굴을 하고, 마지막에는 생긋이 웃으면서 [안녕하십니까?]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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