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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선생님 -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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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라도 허리를 숙이지 않고도 들어갈 정도의 높이였던 동굴은, 여기저기 꼬불꼬불 구부러져 있어서, 손전등으로 앞을 비추고 있어도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앞을 걸어가는 시게가 슬슬 걸어가기 시작하고, 그 발끝이 돌을 건너뛸 때마다 나는 그 소리에 놀라서 바싹 오그라들었다. 2명이 일렬로 늘어서서 가기에는 지나치게 좁다. 안쪽에는 희미한 공기의 흐름과 곰팡내 같은 싫은 냄새가 떠다닌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이제 곧 도착한다. 똑바로 걸어라.] 시게가 나를 격려한다. 나의 눈은 꼬불꼬불 구부러지는 어둠 속에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환상을 보고 있었다. 그것은 팔랑거리고 있었다. [뭐지?] 그렇게 생각하고 가만히 보고 있는데 빨갛고도 회색 같은 천이 모퉁이 끝에 보일 듯 말 듯했다. 모퉁이를 돌아도 그것은 팔랑 이며 내 눈앞을 사라져갔다. 어째서 이런 환상을 보는 건지 나는 멍하니 생각하고 있었다. 그 빨간 천이 기모노 소매로 보였을 때, 처음으로 이것은 환상이 아닌 것은 아닐지 생각되자 무서워졌다. 시게는 안보이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것은 계속해서 팔랑 이고 있었다. 내 마음은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과 이대로 도망칠 수는 없다는 생각이 서로 싸우고 있었다. 싸늘한 밤이슬이 천장에서 뚝 떨어지고, 그것이 발목에 떨어진다. 어둠 속에서 나와 시게의 숨결만 느껴지고, 저편에는 빨간 기모노 소매가 팔랑팔랑 흔들거린다. 그것은 현실감이 없다. 그렇지만 등신불이 되어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 같이, 이 동굴에도 어디선가 그런 경계선이 있어서, 그것을 넘는 순간에 저 환상이 현실이 되고 이다음에는 우리의 존재가 희미해져 가는 것은 아닐까. 이런저런 여러가지를 생각한다. 어쩐지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다 왔다.] 시게가 발을 멈춘다. 나는 어깨너머로 쳐다 본다. 발밑을 비추고 있던 손전등을 천천히 들어 올린다. 어둠 속에 눈이 떠오른다. 심장이 뛴다. 등골에 소름이 돋는다. 둥근 바위가 공간의 크기에 딱 맞게 박혀있었다. 이렇게 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눈앞 가득히 그 눈이 묵직하게 준비를 취하고 있다.

 

안면굴. 방금 자른 머리통처럼 동굴 안쪽에 막혀 있는 바위. 인공의 빛이 비치고, 얼굴의 표정이 보이기 시작한다. 인간이 만든 것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큰 그 미간에는 잔주름이 있고, 코끝에도 잔주름이 있다. 그리고 그 눈동자. 이쪽을 굉장한 기세로 노려보고 있다. 소리를 지를뻔한 나를 말린 것은 시게의 한마디였다. [다행이다. 아직 화가 나지 않았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시게의 목소리도 떨리고 있지만, 확신에 찬 말이었다. 확실히 얼굴은 분노를 견디고 있는 듯 보였다. 시게는 [요전에 왔을 때도, 이랬어.] 라고 말하며 굳어진 얼굴로 웃는다. 안면굴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기 전에 분노의 얼굴로 변한다고 한다. [바위에 그려진 얼굴의 표정이 바뀌다니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라고 생각한 것과는 달리, 마음 한구석에서는 [어쩌면..] 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무서웠지만, 이것을 보자 타로가 동굴에 들어가는 것을 싫어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옛날부터 그랬던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축제 때 얼굴을 새로 칠할 때, 마지막으로 색을 칠한 사람이 이런 식으로 그린 것인지는 모르지만, 얼굴을 마치 당장 지금이라도 성을 낼 것만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래서는 한 번 더 보러 올 용기가 나지 않는다. 상상했다. 나의 무릎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한다. 당장에라도 얼굴이 변해서, 성내는 모습을 상상해버린 것이다. 이제 안된다. 안 된다. 넓적한 둥근 바위에 그려진 얼굴이 무섭게 변해서 분노의 소리를 지르는, 그런 상상이 머릿속에서 반복해서 떠올랐다. 눈에는 불꽃이 나오고, 꾹 다문 입은 열리고, 빨간 목과 송곳니가.. 공기는 식고 있다. 흰 얼굴 바로 아래에는 뾰족한 돌이 나와 있었다. 바위에 얼굴을 그릴 때 도료가 붙어버린 것이 틀림없지만, 그때 나는 송곳니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나는 시게를 쿡쿡 찌르며, 나가자고 말했다. 시게도 그러자고 말했다. 조금씩 조금씩 얼굴과 멀어지고, 얼굴이 모퉁이 때문에 보이지 않을 때까지 우리는 손전등을 든 채로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없었다. 시선을 돌리자마자, 그 분노가 폭발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그 얼굴의 저쪽, 지금은 아무도 갈 수 없게 되어버린 동굴의 최심부에는 스님의 등신불, 즉 미이라가 있을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때는 그런 일은 전혀 생각도 하고 있지 않았다. 얼굴이다. 얼굴. 얼굴. 안면굴. 모퉁이에서 얼굴이 보이지 않자, 우리는 뒤를 돌아보고 빠른 걸음으로 원래 온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내가 선두로 시게가 뒤에서. 뒤에서 절대로 안 된다. 희고 긴 손이 동굴 안쪽에서 나타나서, 발목을 꽉 쥘 것 같아서. 그러나 손전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시게였다. 오솔길이지만 완전히 컴컴한 동굴이라서 발밑을 비추지 않으면 위험하다. 숨을 죽이고 긴장한 채로 걷고 있는데, 시게가 나에게 손전등을 줬다. 시게는 밝은 빛을 나에게 주고, 뒤에서 오고 있었다. 두목이었다. 역시. 몇 번이나 좌절할 것 같았지만, 드디어 우리는 동굴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우리 모습을 보고 타로가 움찔한다. 나는 숨을 고르면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에 안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시게를 되돌아보고, 엄지손가락을 올려 보인다. 시게도 히죽 웃으며, 같이 엄지손가락을 올렸다. 이것으로 이제 동료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땠어?] 라고 타로가 묻는다. [별일 없다. 저번처럼.] 시게는 타로의 등을 친다. [도시인도 들어갔다. 약속대로 너도 들어가라.] 타로는 침을 삼키면서 수긍했다. [혼자서?] 그런 표정으로 시게를 쳐다보며, 손전등을 1개 가지고 타로는 입구로 들어간다. 불쌍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시게도 같이 따라들어갈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체념한 타로가 동굴 안으로 혼자 사라지고, 우리는 밖에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동안, 문득 저 빨간 기모노의 환상을 생각한다. 동굴 안쪽은 안면굴이 가로막고 있고,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길은 단 하나뿐이다. 그렇다면 역시 그것은 환상이었던 것이다. 무서움 때문에 보일 리가 없는 것을 본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 동굴 속에서 봤던 환상은 스님의 모습 같은 생각이 들었고, 또 어째서 저런 빨간 기모노를 본 건지도 몰라서,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갑작스럽게, [으악~] 고함이 동굴 안에서 들렸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방어태세를 갖춘다. 시게가 손전등을 동굴 안쪽을 향해 비추며, [무슨 일이야!] 라고 외친다. 희미한 공기의 진동이 느껴진다. 안쪽에서 누군가 달려오는 것을 알 수 있다. 긴장감으로 손바닥이 땀으로 번진다. 이제부터 뭔가 무서운 것이 뛰어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게가 천천히 동굴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나는 그것을 멀리서 보고 있다. 어둠 속에서 흔들리는 빛이 보이고, 다음 순간 뭔가가 시게를 들이받고, 내가 있는 쪽으로 돌진했다. 당황하며 그것을 피했다. 뒷모습을 보고, [아,타로다!] 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타로는 눈앞에 있던 벼랑으로 굴러떨어졌다. 비명이 멀어진다. 곧바로 몸을 추스른 시게가 벼랑으로 달려든다. 구르는 소리가 멈췄다. 다행히 꽤 높은 벼랑이었다. 그렇지만 벼랑 아래에서 우는 소리가 들려와서 나는 마음이 놓였다. 시게가 [기다리고 있어.] 라고 말하며 타로를 구하러 갔다. 나도 쫓아가려고 했지만, 문득 뒤를 돌아봤다. 동굴은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그 안쪽에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단지, 어둡고 조용한 어둠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타로는, 뭔가가 무서워서 도망쳤다. 그리고 도망치는 속도를 주체하지 못하고 벼랑으로. 나는 온몸이 흔들흔들 떨렸다. 어떻게든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거기서 도망치듯 시게를 쫓아갔다.


전신을 심하게 다친 타로를 시게가 둘러업고, 우리는 산에서 내려갔다. 공중전화가 있는 곳까지 겨우 도착했고, 거기에서 구급차를 불렀다. 심야였지만 시게의 집과 타로의 집에 연락이 갔고, 우리는 심한 꾸중을 들었다. 병원으로 급히 달려온 타로의 가족에게 사과하거나, 사정을 들려주고서 집으로 돌아와 잠자리에 든 것이 새벽녘이었다. 흥분한 상태였지만, 상당히 지쳐서 그대로 잤다. 낮에 잠이 깨고 나서 몸을 일으켰다. 아침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날 때 느낄 수 있는 그 특유의 상쾌함이 없었다. 나는 어젯밤에 일어난 일을 떠올렸다. 안면굴에서, 나와 시게는 분노를 견디고 있는 것 같은 얼굴을 봤다. 그리고 그다음 들어간 타로가 비명을 지르며 뛰어나와서, 그 기세를 주체하지 못하고 벼랑으로 떨어졌다. 다행히 부상은 생각한 만큼 대단하지는 않았지만, 오른쪽 어깨뼈에 조금 금이 간 모양이다. 잠시 입원해 있다가 퇴원하는 수준. 그러나 나는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었다. 아파서 신음하는 타로를 시게가 둘러업고 산에서 내려오고 있었을 때, 타로가 계속해서 이상한 것을 중얼대고 있었다. [화냈다. 안면굴이 화냈어.] 그런 헛소리를 계속 말하고 있었다. 그것을 들었을 때, 동굴에서 빨리 멀어지고 싶어서 참을 수 없었다. 당장에라도 거대한 얼굴이 분노의 표정으로 어둠 속을 쫓아올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날이 밝아지고, 냉정해진 지금에 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동굴은 다른 장소로 통하는 길이 없다. 나와 시게가 얼굴을 보고 타로가 동굴에 들어갈 때까지 시간은 얼마 지나지 않았고, 나와 시게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이에 당연히 아무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므로 타로는 혼자 동굴에 들어갔고, 막다른 장소에 있는 얼굴을 보고 나서 되돌아온 것일 뿐이다. 우리가 봤을 때 노(怒)하지 않았던 얼굴이, 타로가 봤을때 화를 내고 있었다니,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없다.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다. 타로는 도대체 무엇을 본 것일까? 물어보고 싶지만, 지금은 옆 도시에 있는 병원에 입원해있다. 그런 이상한 것을 물으러 갈 수 없다.

 

일어났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아저씨가 와서 밥 먹으라고 말한다. 시게도 일어나서, 같이 밥을 먹고 있는데 아저씨가 한 번 더 어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어째서 밤에 그런 산에 올라간 거니?] 라고. 반은 설교다. 우리는 말을 맞춰서 안면굴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럴 것이다. 비밀을 지키는 것은 동료의 증거이기 때문에. 단지 탐험을 하고 싶었어요. 다친 곳은 없어요. 미안해요. 그런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았기에 그냥 극복하는 수밖에 없었다. 점심을 마저 먹고, 할아버지가 나를 방으로 불렀다. 나와 시게는 정좌를 하고 앉았다. 할아버지가 험한 눈으로 우리를 응시했다. [설교라면 따로따로 하지 말고 한번에 해줘!] 라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안면굴이군.] 할아버지가 말했다. 나는 놀라서 얼굴을 든다. 할아버지는 안면굴을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 몸도 어릴 때 보러 갔었다.] 라며 미간에 잔주름을 모았다. 그리고 [저건, 무서운 것이다.] 라고 중얼댄다. 아무래도 할아버지가 어렸을 때도 안면굴이 노한 적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때는 무슨 대단한 일이 마을에 일어났다고 하지만, 자세한 내용은 가르쳐 주지 않았다. 안면굴은 이제 더는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잔소리를 들은 후에 방에서 나올 수 있었다. 시게도 맥이 빠진 채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대나무 인형 사건 때보다도 더 큰 일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그날은 결국 여름방학 학교에 갈 수 없었다. 오전을 잠을 자며 보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나는 어제 있었던 일을 선생님에게 묻고 싶었다. 이런 이상한 일이 세상에 있는 것인지를. 그렇지만 동시에 이렇게 생각한다. 선생님이라면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을 대답해 줄 수 있지는 않을지. 

 

오후에 학교에 가 본 일이 있지만, 선생님은 없었다. 어머니를 간호하러 병원에 간 것인지도 모른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여름의 집안에서, 빨리 내일이 안될까? 그렇게 나는 안달복달하고 있었다. 시게는 어딘가로 놀러 가버렸지만, 나는 그런 마음이 생기지 않았고 집에서 숙제만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조금씩 마음속에서, 어떤 욕구가 끓어 와서, 그것이 커지기 시작했다. 낮이라면 무섭지 않다. 그런 일을 생각한 것이다. 타로가 본 것을 확인하러 가는 것이다. 이것은 정말 고민했다. 할아버지가 [그것은, 무서운 것이다.] 라고 말했기 때문에. 그러나 보고 싶었다. 알고 싶었다. 타로는, 도대체 무엇을 본 것인가? 나는 이미 한 번 도망쳤던 곳에서 영문을 모를 도전정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고장수호신을 모신 수풀의 안쪽으로 가자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근데, 왜 다시 못 간다는 것인가? 나, 고장수호신을 모신 수풀 안쪽에 갔다 왔고. 나, 할아버지가 위험하다고 말했던 안면굴에도 갔다 왔는데, 근데 왜 다시 한 번 안면굴에 가지 못하는 건가? 나 자신이 직무유기 아닌가?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어린이들의 신성한 의무인 마음껏 놀기에 관한 직무를 마음껏 유기해서 될 것인가? 그런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힘껏 공책을 덮었다. 나는 일어섰다. 밤과 낮은 확실히 분위기가 틀렸고, 몇 번이나 헤맬 뻔 했지만 어떻게든 안면굴에 겨우 도착했다. 숨이 찬다. 어젯밤보다 힘이 든 것은 태양 빛이 나뭇가지 너머로 흉포하게 쏟아지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나는 이마를 닦는다. 작은 벼랑이 보인다. 어제 타로가 떨어진 곳이다. 타로는 도대체 뭐가 무서웠을까? 안면굴은 화를 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어떤 얼굴일지 이것저것 상상한다. 늦기 전에 최악인 사태를 생각하면, 벼랑에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무서운 이미지를 생각하고 나서, 나는 심호흡을 5번 했다. 태양 빛이 닿지 않아서 안은 싸늘했다. 가방에서 손전등을 꺼낸다. 시게가 어제 꺼내 온 손전등이 안 보여서, 벽장에서 찾은 다른 손전등을 가지고 왔다. 언제 어디서 무서운 것이 튀어나올지 모른다. 바위로 된 얼굴이 성을 내다니 그런 일이 있을 리 없다. 그런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이 세상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라며 마음을 다잡는다. 나는 깊숙이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어디서 본 기억이 있는 모퉁이를 돌았을 때, 눈앞에 눈이 나타났다. 얼굴이다. 어제처럼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길을 막고 있어서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그 얼굴을 본 순간, 나는 공포심보다 구역질이 났다. 뭐야 이건?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기분 나쁜 모습이 거기에 있었다. 발밑에서 천장까지 가득 들어찬 거대한 얼굴은 웃고 있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입가의 잔주름은 옆으로 뻗쳐 있다. 입의 가장자리는 쫙 찢어져 있다. 이것이 이 동굴 끝에 있다는 등신불이 돼버린 스님의 평소 얼굴인가? 그렇지만 싱글벙글 웃는 그 표정이 불러일으키는 느낌은 구역질이 날 것 같은 기괴함이었다. 나와 시게는 여기까지 와서 분노를 참는 얼굴을 만났다. 그리고 그 후 타로는 혼자 여기까지 와서, 화난 얼굴을 봤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나는 웃고 있는 얼굴을 보고 있다.






괴담돌이 http://blog.naver.com/outlook_ex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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