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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독신녀의 방에 어서오세요 -2부-


"2,700원입니다."

3,000원을 내밀며 담배 각을 받아 들었다.

잔돈을 돌려받으려 손바닥을 위로 올린체 손을 내밀자.
그녀의 손이 내 손바닥 위에서 300원을 오므려 쥔 체 멈춰 섰다.

나는 잠깐 동전이 내 손 위로 떨어져 내리는 것을 기다리다 그녀를 올려 보았다.
그녀는 "왜요?" 라며 내게 되려 물었다. 전까지는 본 적 없는 선명한 눈빛을 한
그녀의 눈빛이 날 투명한 사람 보듯 투영하는 것 같았다.

며칠 전 그녀와 그녀의 집 앞 복도에서 마주친 일이 있었다.

그녀의 방은 편의점에서 20분을 걸어야 도착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때문에 나는 그녀가 퇴근하기 30분 전에 알람을 미리 설정해 두곤 했는데,
그날은 무슨 일인지 그녀가 일찍 퇴근을 한 것 같았다.

뛰어오기라도 한 것이었을까.

헐떡이는 숨을 고르며 계단을 오르던 그녀와 스쳐 지나갈 때는
심장이 멈춰버리는 것 같았다. 그녀는 혹시나 방 안에 있을 나를
잡아채고 싶어하는 것만 같았다.

정신없이 계단을 오르던 그녀가 갑작스레 계단을 뛰어 내려왔었다.
툭탁거리는 발소리가 요란하게 내게 다가올 때의 긴장감은 지금도 잊혀지질 않는다.

"아저씨, 여기사세요?"

느닷없이 내 팔을 움켜쥔 그녀의 감촉은 놀라웠다.

이렇게 생기있는 모습을 보는 것도 처음이거니와,
내가 스토커라는 감을 잡았다는 것도 놀라웠다.

"아니요."

"네, 저도 아저씨 본적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요?"

"여기 왜 오셨어요?"

그때의 확고한 눈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질 않는다. 대충 그곳에 친구가 살고 있다며 둘러대자
여자는 순순히 나를 돌려보냈다. 그곳에 누가 살고 있는지 누가 누구와 친구인지 캐물을 수 없으니
그녀도 그 정도에서 납득할 수 있는 변명을 들었다는 눈치였다.

'봐줬다.' 라고 생각하는 것은 도둑이 제 발을 저린 다는 말을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지금 이런 행동을 보인다.
잔돈을 움켜쥔 손을 아직 풀 생각조차 안 하는 그녀였다.

"잔돈, 주세요."

그녀는 웃는 것도 인상을 짓는 것도 아닌
이상한 표정을 하며 내 손위에 동전을 떨궈줬다.



때때로 시간이 생겨 그녀의 방에 찾아가면 현관 앞에는 '열쇠는 바꾸지 않았어요.' 라는
메시지가 적혀있던가 '혹시 생각 있으시면 드세요.' 라며 냉장고에 음식이 준비되어 있곤 했다.

컴퓨터를 켜보면 안에는 드라마 파일명에 드라마가 재미있는지
별반 재미가 없는지에 대한 간략한 평점을 별표 표시를 해서 달아 두었다.

책장에는 새로운 책들이 꼽혀있었다. 새로 구입한 책에는 
'이걸 제일 먼저 읽어보세요.' 라는 포스트잇 메시지가 있었다.

평일은 일이 바빠서 그녀가 방을 비우는 시간과 내가 갈 수 있는 시간의 여유가 없었다.
내가 일이 끝나고 나면 그녀는 최소 일이 끝나고도 두세 시간은 지난 후였다.

때로는 그녀가 집에 있는 동안 들어가 볼까 라는 망상을 하며 가슴이 설레였지만,
그렇게 된다면 이 애매한 상황은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것만 같았다.

나는 지금 이 상태가 마음에 들었다.

최근 회사에 사람이 부족했기 때문에 집에
다가올 즘이면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오늘은 집에 도착했을 때는 완전히 다리가 풀려버렸다.

'죄송해요. 다녀갑니다.'

나의 방 현관 앞에 붙어있는 메시지가 그날 편의점에서
보여준 그녀의 태도 의미를 알려주었다.

'찾았다.'





-2부 끝-

 

 

 

출처 :별이 빛나는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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