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2CH] 사람을 자살시키기만 하면되는 간단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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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가 하는 일은, 주인의 방을 청소하는 일이었습니다.
어째서 다른사람의 방을 일부러 청소하느냐고 묻는다면
자살에는 신변정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청소하고, 유서를 남기고 죽으면
그 사람의 자살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어찌됐든 깨끗하게 하는것, 그것이 중요합니다.
순서는 아래와 같이 정해져있습니다.
①그 사람의 신체를 조종한다.(거둔다)
②괴로워 보이게끔 행동한다.
③신변정리를 깨끗이 한다.(이것이 제일 중요)
④유서를 쓴다.
⑤죽는다.
3
그 때 표적이 된 것은
신경질적인 눈빛을 가진 여자아이였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이것이 나의 마지막 일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자살시켜온 것은
그야말로 죄를 지어온 사람들로,
이렇게 젊고, 아무 죄가 없어 보이는 표적은 처음이었습니다.
2
지금까지 몇명정도 죽인거야?
4
>>2 이 여자애가 7명째가 될 예정입니다.
9
그렇다해도 표적이 된 이상
나쁜 인간인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사람 둘, 셋 정도 아무렇지 않게 죽이고 있는 거겠죠.
저는 눈을 감고,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표적의 얼굴을 떠올리고, 몸을(의식을) 거둡니다.
8월 맑개 개인 날의 일입니다.
마지막 업무가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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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적은, 창 밖을 보고 있었습니다.
장소는 고등학교의 교실로, 수업 중인 듯 합니다.
누구나가 칠판과 노트를 교대로 보며
바쁜 듯 필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표적인 여자아이만은
여유롭게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밖은, 딱히 재밌는 일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버스정류장, '로손'(편의점) '약왕당'(약, 생활잡화 등을 파는 가게) '죠이스'(체인 슈퍼마켓)
쓸데없이 눈에 띄는 '본 카레'(오뚜기 카레 같은 레토르트 카레)의 간판,
그야말로 시골 스러운 풍경이 펼쳐져 있습니다.
421
>>10 설마 모리오카시 이와테현?
489
>>421 대단하네요, 확실히 거기가 모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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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삼아, 표적의 손을 움직이게 해봤습니다.
펜이 묘하게 크게 느껴지는 것은
이 애의 손이 그 만큼 작아서 인걸까요.
선생의 필기를 열심히 베껴봅니다.
척척 움직이는걸 보니, 상태는 좋은 듯 합니다.
표적은 저항할 기색도 없습니다.
문득 선생의 얼굴을 보니, 이쪽을 보고
놀란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그 의미는 조금 나중이 되어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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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적인 여자아이의 반응을 보기위해
저는 노트에 「처음뵙겠습니다」라고 썼습니다.
그 후 잠시 제어를 풉니다.
표적은 자신의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몸이 자유로워진 것을 확인했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깨닫지 못하는 사람도 있지만
자신의 제어당하고 있다는 자각은 있는 듯 합니다.
표적은, 자신이 쓴 「처음뵙겠습니다」를
흥미로운 듯 가만히 쳐다봤습니다.
그 이상의 반응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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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 끝나고, 점심 시간이 왔습니다.
다시 표적의 몸을 거둡니다.
지금부터가 실전입니다.
우선은 표적이 알고 있는 주변사람에게
표적이 괴로워 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한숨을 쉬거나, 말수를 줄이거나
평소에는 하지 않는 말을 하거나.
그런 식으로「자살할 조짐이 있었다」고
주변사람을 믿게 함으로써, 자살에 리얼리티를 입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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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교실을 둘러보며 표적의 친구를 찾아봅니다.
하지만, 말을 걸어오는 사람은 커녕
이쪽을 봐주는 사람 조차 없습니다.
다들, 제각각 할일을 하며 점심을 먹기 시작합니다.
저는 누군가가 말 걸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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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의 반절이 지나도
표적은 혼자 남겨져있었습니다.
저는 이쯤이 되어서야 깨달았습니다.
이 교실에서, 이 아이(표적)가 혼자 있는건
무척 자연스러운 상태였다는 것을.
아무래도 표적은, 흔히 말하는 「외톨이(왕따)」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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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란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잘 생각해보면, 안성맞춤인 상황이었습니다.
주위에 접점이 없는 인물이라는 것은
언제 죽든 설득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를 받는 반 친구에게
「평소 말이 없었다」같은 한마디로 정리되버리는
「기타」카테고리에 속하는 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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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동안 풀어 두기로 했습니다.
원체, 할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표적은 아무 행동 없이도
「자살할 것 같은 사람」을 연출해주는 듯 합니다.
저는 표적의 제어를 일시적으로 해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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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파트의 한 방에서 표적을 조종하고 있었습니다.
얼굴만 알고 있으면, 어디에서든 조종(제어)할 수 있습니다.
저는 알람을 맞춘 뒤, 낮잠을 청합니다.
사람을 조종하기 위해선 체력이 소모됩니다.
다음에 해야 할일은, 가장 중요한 「신변정리」입니다.
그때까지 상태에 만전을 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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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깨고 표적의 상태를 살피니
마침 모든 수업이 끝나고, 표적이
누구보다도 빠르게 교실을 나오던 중이었습니다.
동아리는 들어가지 않은 모양입니다.
mp3의 이어폰을 귀에 찔러 넣고
표적인 여자아이는 곧장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녀가 집에 도착하고, 자신의 방에 들어가던 중
나는 다시 몸을 거둡니다.
표적의 눈을 통해서 방을 둘러봅니다.
「뭐야 이건?」이라는 말이
저의 첫 감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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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동안 당황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신변정리를 하려 해도,
최소한으로 필요한 가구와 교과서 외에
그 방에는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잡지도, 책도, 티비도, 컴퓨터도,
쿠션도, 봉제인형도, 화초도,
그 방에는, 무엇하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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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저라도, 사람에 따라서는
5시간 정도 걸리는 신변정리가
이 아이는, 2분만에 끝나버린 것입니다.
유일한 쓰레기는,술병이었습니다.
맨 아래쪽 서랍에서, 몇 개 정도가 들어있었습니다.
저는 기뻐하며 봉투에 병을 버렸지만
잘 생각해보면, 술병같은 것은
치우지 않는 편이 자살다워지므로
원래 있던 곳에 되돌려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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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인간성을 느끼는 물건으로
책상에 아무렇게나 놓여진 CD가 있었습니다.
그걸 듣기 위한 플레이어와 헤드폰도.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 제니스 조플린(Janis Lyn Joplin)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 벳시 스미스(Bessie Smith)
그야말로 우울한 인간의 초이스였습니다.
이것들은 방에 놓여져 있는 편이
자살다워지므로 그냥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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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나 편한 업무는 처음이었습니다.
차려진 밥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지금 바로 자살을 시켜도, 아무 문제도 없을 정도였습니다.
섣불리 제가 손을 쓰지 않는 편이 좋아 보입니다.
맥이 빠진다고 할지, 기만당하는 듯한 기분까지 들었습니다.
말은 이렇게 해도, 편한 것에 그냥 넘길 일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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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로, 표적의 손으로 유서를 쓰게 합니다.
세계사 교과서의 모퉁이를 찢어내, 거기에
「사는 보람이 없어 죽습니다」라고 씁니다.
아마, 이 여자애가 유서를 쓴다고 하면,
지극히 심플하게, 누구도 탓하지 않고,
그러면서도 의외로 절실한 것을 쓸거라 생각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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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를 주머니에 넣고,
집을 나가려던 때였습니다.
표적인 여자아이가, 처음으로 반항했습니다.
그것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힘으로 말입니다.
자칫하면 제어권을 뺏길 상황이었습니다.
「기다려」라며 표적은 입을 움직였습니다.
무리하게 움직인 탓에, 입술이 찢어져
찢어진 곳에서 피가 흘렀습니다.
저는 놀람과 동시에 안심하기도 했습니다.
이대로라면, 너무 쉽게 처리돼
오히려 뒷맛이 찝찝할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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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적인 여자아이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유서 내용을, 조금만 바꾸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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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자신이 말하는 대신 소녀에게 말하게 합니다.
「왜 그래?」
딴 사람이 본다면, 여자아이의 혼잣말입니다.
소녀는 대답합니다.
「『귀찮아서 죽습니다』로 바꿔주실 수 없나요?」
「어째서?」
「이녀석따위, 차라리 죽는게 나아
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싶어요. 가능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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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잠시동안 다물고 있었지만,
그 정도면 괜찮겠지, 라고 생각해
내용을 그녀의 말대로 고쳤습니다.
표적의 입이, 「고맙습니다」 라고
말하려는 것을 알았습니다.
결국, 목숨구걸 한번 없이 끝날 듯 합니다.
대체 이녀석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거기서 저는 문득, 어떤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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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 여자애는 처음부터
자살 하려고 했던 게 아닐까.
신변정리도 되어있고, 유서 내용도 정했고
그저, 결심이 서지 않은 상태였던걸까
그렇다면, 제가 하고 있는 일은
스스로는 할 수 없었던 '자살지원자'를
소원대로 죽게 하는, 그 뿐인 일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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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건, 제가 바라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죽고싶어하는 사람을 죽게하는건 시시한 일입니다.
저는 죽이기 전에 잠시, 이 여자애를 괴롭혀야겠다고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표적의 몸을 거두어, 유서와는 다른 메모를 준비해서
그것을 거실 테이블에 두고 집을 나왔습니다.
여자 아이에겐, 지금부터 밤새도록 걷게 만들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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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비탈길이 많은 마을이었습니다.
계단이나 울퉁불퉁한 지면이 언저리마다 있어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좀처럼 없습니다.
경사가 20%를 넘는 곳도 많았고
또, 좁고 구부러진 길이 많은 곳이었습니다.
그런 곳을, 넘어지면 꺾여버릴 듯한 가냘픈 다리로,
끝없이, 끝없이 걷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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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치나 귀뚜라미의 울음소리가 울립니다.
푹푹 찌는 더운 밤이었습니다.
이윽고 여자아이는 땀투성이가 됩니다.
걷기 불편한 신발 때문에, 3시간 정도 걸으니
다리 전체가 무척 아프게 되었습니다.
특히 발바닥과 종아리에는 극심한 격통을 느껴
한걸음 한걸음에 고통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고개를 드는 것 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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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도 없는 갈증을 느낄 땐
자판기 앞에서 제어권을 넘겨줍니다.
푼돈만은 지니게 했기 때문입니다.
포인트는, 그녀가 자신의 의지로
음료를 사 마시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해도 점점 피로가 몰려오고
점점 통증이 심해지며
점점 허기져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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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간 정도 걸으니
표적은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은, 마을이 한눈에 보이는 전망대입니다.
나선 계단을 오른 후
저는 표적인 여자아이의 제어(조작)를 해제합니다.
체력의 한계 이상으로 움직인 그녀는
순간적으로 그 자리에 쓰러져버리지만
그녀의 몸은, 미리 준비해 두었던
의자 위에 딱 앉습니다.
테이블을 끼운 맞은 편에는 제가 앉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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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몇백엔의 라면을
국물도 남기지 않고 게걸스럽게 먹은 표적은,
자신이 죽고 싶어했단 것도 잊은채
난간에 팔을 걸고, 마을을 내려다보며
「예쁘다─」라며 시시덕거립니다.
생각하는 힘이 없어진 듯
평소처럼 표정에 억제가 없습니다.
방향을 바꾸려고, 다리를 휘감아서
마음껏 미소로 구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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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 죽이지 않는건가요?」
표적은 뒤돌아보며 저에게 말을 건넵니다.
저는 설명하려고 했으나,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습니다.
저 자신도 생각하는 힘이 없어져있었습니다.
표적은 8시간 걸어 피폐해졌다곤 하지만
이쪽으로서도, 8시간동안 계속 표적을 움직이게 한 것은
자신이 걷는것과 같거나, 그 이상으로 지치는 일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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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으니, 일단 표적를 집으로 돌려보내기로 했습니다.
현재로서는, 먹고 마시는 기쁨을
신체에 주입시키는 것으로 봐주자, 라는 생각입니다.
제가 손짓 하면, 표적은 조용히 따라왔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온순해서 다루기 쉬운 아이입니다.
어차피 조종당하겠지, 라며 단념한 걸까요.
우리들은 휘청거리며 나선 계단을 내려갑니다.
차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으니
갑자기, 맹렬한 졸음에 덮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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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적이 차 앞에서 곤란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기에
조수석을 열고 「타」라고 말합니다.
표적은 「실례할게요」라며 차 안으로 들어옵니다.
도저히 졸음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
10분정도 잔 뒤에 출발하기로 하고
휴대폰 알람을 설정하던 중에
저는 잠에 빠져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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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에 눈이 떠졌습니다.
차 안에는 가차 없는 아침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습니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여자 아이가 자고 있었습니다.
저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전망대 아래에 있는 수돗가에서 세수를 했습니다.
몸도 땀으로 꽤나 끈적해져서
수건을 가지러 차로 돌아가니
마침 표적이 일어나던 때였습니다.
졸린 듯한 눈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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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와 나란히 서서 적신 수건으로 땀을 닦아내며
그럼 어디서부터 설명할 것인가, 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 기분이 좋아집니다.
표적은 양말까지 벗어 발을 씻습니다.
평소대로라면 표적쪽에서 무언가 질문을 던져올 참이지만
이 여자아이는 아까부터 무엇 하나 물어보지 않는 것입니다.
질리겠군, 하고 생각하던 때였습니다.
「깨끗이 했으니, 여기요」
갑자기, 표적은 그리 말하며, "차렷" 자세를 취해,
저의 얼굴을 똑바로 응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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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적은 양팔을 벌려 손바닥을 이쪽으로 향하며 말했습니다.
「떨어뜨리든, 매달아놓든, 좋을 대로 하세요」
앞머리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져
젖은 손과 발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습니다.
역시 마음에 안들어, 하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언제가 됐든 죽일거야, 엄청 끔찍한 방법으로」
「엄청 끔찍한 방법인가요」
표적은 멍청한 얼굴로 따라합니다.
「그래. 그러니까, 일단 차에 타라」
표적은 신발을 신고, 차 있는 쪽으로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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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아침을 먹게 하고
저는 표적을 학교에까지 데려다 주었습니다.
조금이라도 교실에서의 체류 시간을 줄이고 싶어서
지각 직전에 도착하는 표적으로서는
오히려 평소보다 빨리 등교하게 됐습니다.
차에서 내린 표적은 이쪽을 돌아보며,
작게 머리를 숙이고 걸어 갔습니다.
태평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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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도 일한의 강의가 있지만
그 전에 한가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눈을 감고, 표적의 얼굴을 떠올립니다.
그녀는 마침 교실에 들어가던 중이었습니다.
표적은, 가능한 한 눈에 띄지 않도록
조용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런데도 문 가까이에 있던 무리는,
누가 들어왔는지를 확인하려고 시선을 향합니다.
그 순간, 표적의 표정이 확 밝아지면서
입에서는 「안녕」하고 아침 인사를 뱉습니다.
물론 제가 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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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의 무리는 아무도 인사에 답해주지 않습니다.
그건 물론, 누구도 그녀가 인사를 해 올거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잘못 들은거겠지,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표적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어갑니다.
부끄러워서 참을 수 없는 거겠죠.
죽는건 상관없지만, 인사가 무시당하는건 싫은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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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그 뒤에도, 표적이 복도에서
반 친구와 엇갈릴 때마다
나는 표적에게 호감을 주듯 머리를 숙이게 했습니다.
표적은 노트에 「제발 좀 봐주세요」라고
쓰고 저에게 보여주려 했지만
저는 아무런 반응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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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 되자 표적은 '칼로리 메이트(비스킷, 과자)'를 입에 던져 넣으며
이어폰을 귀에 꽂고 공부를 시작하려 하길래
저는 몸(의식)을 빼앗아 이어폰을 빼버렸습니다.
이어폰 같은걸 끼고 있으면, 처음부터 주변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포기하고 있는 사람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표적은 노트에 「쓸데없는 참견이에요」라고 썼습니다.
저는 표적의 손을 빌려, 그 문장에 삭제(취소)선을 긋습니다.
그리고 그 밑에다, 「골탕먹이기」라고 써 두었습니다.
그걸 본 표적은, 「너무해」라는 말만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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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수업이 끝나니, 표적은 누구보다도 빨리 교실을 나옵니다.
평소엔 티나지 않게 1등으로 돌아가는 표적이었지만,
이 날은 태도(모습)에 신경쓰지 않고 서둘러 나갑니다.
이 이상 저에게 무슨일을 당하면 견딜 수 없다는 생각인거겠죠.
하지만 집으로 돌아온 후, 그녀에겐 한층 더 비극이 찾아옵니다.
물론 실행범은 저입니다만.
표적의 몸(의식)을 빼앗은 저는, 다시 한번 신변정리를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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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아래 서랍에 두었던, '커티 사크(Cutty Sark)', '죠니 워커(Johnny Walker)' 빨간색,
'에인션트 클랑(Ancient Clan)'이라고 하는 위스키.
어디서 손에 넣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인 그것들을
저는 모두 세면대에 흘려 버립니다.
표적의 입이 「그만, 아까워」라고 움직이려 합니다.
여태까지 중 가장 필사적인 반응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알고 있던 것은 아닙니다.
79
그럼, 그녀의 스케줄에 따르면,
침대에 눕고 음악을 듣기 시작하던 때였지만,
나는 술병을 비닐 봉투에 넣어 서랍에 되돌려 놓고,
그 대로 그녀를 집 밖으로 나가게 했습니다.
다만, 이번엔 8시간 계속 걷게 하지는 않습니다.
10분정도 걸으면 나오는, 목적지인 공원에 도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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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은 어슴푸레하고, 노을이 지고 있습니다.
저는 양손으로 감싸안고 있던 화분을 표적에게 건네줍니다.
표적은 「이게 뭐에요」라고 묻습니다.
「아글라오네마 니티덤 커티시(aglaonema nitidum curtisii) 」라고 저는 대답합니다.
「아뇨, 품종을 묻는게 아니라. 뭐냐구요 이게」
「방이 너무 살풍경하니까. 관엽식물이다.」
「……이것도, 괴롭히려는 거에요?」
「선물로 보여?」
81
표적은 화분을 들고 바라봅니다.
「선물로 안 보이는것도 아니네요, 예쁘고」
「그런 점이, 마음에 안들어」
그네에서 내리고 저는 표적의 앞에 섭니다.
표적은 화분을 무릎 위에 두고 껴안은채
조금 긴장한 표정으로 저의 얼굴을 봅니다.
잠시간 그 상태가 이어지다
갑자기 표적은 화분을 발 밑에 조심스레 두고선
「죽일건가요?」 라 말하고 그네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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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다시 한번 물어봅니다.
「결국 너는, 죽고 싶은거야?」
「음─, 죽는 편이 좋아요」라고 표적은 대답합니다.
「처음도 아닌거죠? 저는 몇명째에요?」
저는 잠시 이렇게 생각한 뒤,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디까지 알고있어?」
표적은 그네를 멈추고, 화분을 보며,
저와 눈을 마주하지 않은채, 이렇게 말합니다.
「어디까지고 뭐고, 지금 당신이 하고있는건,
예전에 제가 했던 일, 그 대로(자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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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명, 죽게 했어요. 표적은 19살부터 72살까지.
남자가 6명, 여자가 2명. 4명은 뛰어내리는 걸로 처리했어요.
로프(줄, 끈)가 3명이고, 나머지 1명은 면도칼로요.」
「당신도 그럴거라고 생각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사람의 몸을 조종할 수 있게 되서, 동시에,
자신이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알게 됐어요」
「맨 처음 한사람 빼고는, 능숙하게 처리했다고 생각해요.
이 일의 좋은 점은, 한명 자살시킬 때마다,
자신도 죽고, 다시 태어난 듯한 기분을 느낀다는 점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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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째서 자신이 그 능력을
갖게 되었는지, 알고 있어요?」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저의 예상에 지나지않지만,
당신에게 바통이 전해진 건,
아마 제가 사람 죽이는 일을 그만둬서 일거에요.
9명째에서, 저는 흔해 빠진 실수를 저질렀어요.
동정해버린거에요, 표적을」
92
「저는, 그 사람을 죽이지 못했어요.
그게, 진짜 웃긴 일이지만, 저래 보여도(나쁜사람으로),
사진보면서 대화하는게 제일 좋아하는 일(오락, 취미)이었던 거에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런걸 보면
엄청 넌더리 나게 되잖아요.」
「그 사람을 그냥 넘기고 시간이 지나자
저는 타인의 몸을 조종하는 힘을 잃었어요.
더 지난 뒤, 이번엔 몸을 빼앗기게 되버린 거에요」
표적은 저를 지시하며 말합니다. 「당신에게」
100
이거 설마 엄청 쩌는거 아님?
102
이거 진짜 쩐다
140
「흔히 말하는 "일회용품" 이라는 거겠죠.
전임자는 후임자에 의해 처리되는 시스템인걸까요」
「제가 자살시킨 사람들 중에도, 어쩌면
이전에는 저랑 같은 일을 하던 사람이 있던건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표적은 웃으며 말했습니다.
「죽는편이, 이야기로써는 좋겠죠?
그러지 않으면, 다음은 당신도 노려질테고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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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하는 대신, 저는 다시 이 질문을 입에 담았습니다.
「결국 너는, 죽고싶어하는거야?」
「그렇게 하는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네"가, 죽고싶어하는거야?」
「저, 인가요. ……그렇네요, 죽는건 무서워요
하지만 그 이상으로, 죽는편이 좋을거라 생각해요.
응, 그렇네요. 아마 저는 죽고싶은거에요」
148
「그럼 얘기는 빨라지지」하고 저는 말합니다
「편해지도록 도와주는건 사양이야.
나는, 너에게 『지금 당장 죽을수는 없어』
라고 분해하면서 죽었으면 하니까.」
표적은 무표정으로 저를 바라봅니다.
「그 전에 당신이 죽을거라 생각하는데요」
「좋은데. 죽는 편이 좋을거라 생각하니까」
「……따라하지 말아주세요」
「아글라오네마는 직사광선에 약해」
「네?」고개를 갸웃거리며, 표적은 화분으로 시선을 돌립니다.
150
「하지만, 밝은 곳에서 키울 필요는 있어.
이상한 현상이지만,『밝은 음지』에 두면 돼」
「……저기, 저, 이제 곧 죽는데요?
당신이 죽이지 않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죽일테고」
「고온다습한 곳을 좋아하니까, 따뜻한 곳에 두고,
하루에 한번은 분무기로 잎에 물을 뿌려줘.
물도, 지나치지 않은정도로 충분히 말야」
「못 기른다니까요」
「한가지 더 말하면, 비싼 식물이야.
그런 종류의 위스키를 10병 쯤 살 수 있어」
「에엣」표적의 몸이 굳어집니다.
머리 속엔 술병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한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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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게 만들었을 경우엔, 너의 몸을 빼앗아서
학교 애들한테『친구가 되어주세요』라고 말하면서 돌아다닐거야」
「그런건 진짜 하지말아주세요.
아글라……무도……뭐랬죠?」
「'커티시'면 돼. 외워둬라」
「커티시」
「그래」
「'파란 하늘'(;空, 아오조라)이에요」
「……응?」저는 밤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제 이름이에요. 기억해주세요」
「아, 이름인가. 알고있어」
「'구름낀 하늘'은 아니에요」
「'파란 하늘'이지. 확실히 안 어울리는 이름이야」
153
「그래서, 당신의 이름은요?」
「'구름낀 하늘'이다.」라고 저는 말합니다.
「따라하지 말라니까요」
「진짜야. 엄청난 우연이지」
「흐응. 어울리는 이름이라 좋으시겠네요」
아오조라는 토라진 듯한 표정으로 말합니다.
「……그래서, 나는 이 커티시를
이대로 갖고 돌아가면 돼요?」
「그야 그렇지」
「부끄러운데」
「앞으로도 충분히, 부끄럽게 될거야」
「오늘만해도 죽을뻔했는데요」
「사람은 그리 간단히는 죽지 않아」
「당신이 말하니 설득력이 없네요」
185
「그럼, 슬슬 해산할까.」
아오조라의 얼굴을 바라보며, 저는 말합니다.
「어쩐지 너, 생기발랄해져 버렸으니까」
아오조라는 아픈 곳을 찔려
당황하며 느슨해진 표정을 바로잡고
「딱히, 아닌데요」라 말하며 얼굴이 빨개집니다.
”사실은 사람과 대화하는걸 좋아해”같은 생각을 들게 하는건
아오조라같은 사람에게는 제일 아픈(찔리는) 부분인 것입니다.
189
「잘가요, '구름낀 하늘'씨」
아오조라는 공원을 나갔습니다.
도망치듯 빠른 걸음으로 나간지라
공원 앞에 있던 사람의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아오조라의 같은 반 친구인 남자는
공원에서 나오는 아오조라를 본 후
그 손에 안고있던 화분을 보고
보면 안되는 것을 봤다는 듯 시선을 돌렸습니다.
재빨리 저는 아오조라의 몸을 빼앗습니다.
호감스러운 표정으로「안녕」하고 말합니다.
상대인 남자는, 무척 곤란한 표정을 지었지만
「안녕」하며 고개를 가볍게 숙였습니다.
190
반 친구인 남자가 떠나 가자
아오조라는 제가 있는 곳까지 돌아와서 말합니다.
「대체, 뭐가 하고싶은 거에요?」
얼마나 부끄러웠으면, 글썽글썽한 눈이 되어있었습니다.
「네가 하기 싫어하는 걸 하게 만들고 싶은거야.
네가 하고 싶어하는건 못하게 하고싶어」
「이상한 애라고 생각하게 만들어버렸잖아요,
공원에서 식물 훔친 사람같잖아요」
「상관없잖아, 어차피 죽는다며?」
「확실히 그렇지만, 그래도 죽기 전 까지
죽은 다음의 자신을 상상하는 자신은 있는거에요」
「말 잘했네, 그 말대로야. 그러니까 이런짓 하는 보람이 있지」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아오조라가 저에게 말합니다.
「여고생 괴롭히니까 재밌어요?」
「재밌어. 다음에 한번 해봐」
204
그 후로부터도 매일, 저는 아오조라가 아는 사람과 마주칠 때마다
예의 바르게 인사하게 만들고, 어떤 때엔 대화까지 하게 만들었습니다.
주위가 조금씩, 아오조라가 입을 열어도
위화감을 느끼지 않게 된 때에
아쉽게도 과외수업이 끝나버렸습니다.
마지막 수업이 끝난 후,
아오조라는 곧 바로 교실을 나갈줄 알았는데
노트 구석에, 아마도 저를 향해서
메세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205
아오조라는, 이전에 제가 했던 것처럼,
그네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구름낀 하늘'씨」
한 여름날의 점심시간, 그네의 의자는
무척 뜨겁게 달궈져있었습니다.
'커티시'를 기르는 방법에 대해,
현재의 방법이 맞는지를 확인하고싶다
라는 것이 아오조라의 요청이었습니다.
얘기를 듣자하니, 아오조라의 기르는 방식에
특별히 잘못된 점은 없어보였습니다.
208
「쪄죽겠네」하며 저는 땀을 닦습니다.
「떨어뜨려 줄까요, 강 같은곳에. 시원하겠죠」
나는 무시하며 '시브리즈(Sea Breeze)'를 몸에 바릅니다.
「언제 한번 떨어뜨려 줄테니까요」
아오조라는 정기적으로 저에게 돌멩이를 던져댑니다.
저는 아오조라의 몸을 빼앗아, 수돗가에서
이마에 물을 덮어씌웁니다.
교복까지 흠뻑 젖게 된 아오조라는,
「시원해서 좋네요」하고 그네에 앉으며 말합니다.
209
「벌써 여름방학인가. 아쉬운데」하고 저는 말합니다.
「좀더 여러가지 시키려고 생각했었는데」
「여름방학 완전 좋아요」하며 아오조라는 만세 자세를 취합니다.
「사람이랑 마주하지 않아도 되고, 집에만 있으면 되니까요.
술은 누구씨가 버려서 못 마시게 됐지만」
「사람을 만나는것도, 밖에 나가는것도 싫은건가」
제가 그리 물어보니, 아오조라는「아차」하는 표정을 지으며
「저기……어느쪽이냐고 하면」이라며 말끝을 흐립니다.
아오조라의 몸을 빼앗아, 저는 주머니를 뒤집니다.
그런데, 찾는 물건이 보이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제어를 일단 해제합니다.
210
「너」저는 묻습니다,「휴대폰은 어쨌어?」
「휴대폰? 안 갖고있어요, 그런거」
「휴대폰을 안 갖고있어? 요즘 여고생이?」
「필요 없다는 것쯤 보면 알잖아요.
지금까지 몰랐던거에요?」
앞머리의 물을 짜내며 아오조라는 말합니다.
확실히, 아오조라가 휴대전화를 갖고있어도,
알람 시계정도로 전락해버리는 장면이 눈에 선합니다.
211
「무슨 짓할 생각이었어요?」
「지인한테 연락해서, 놀자고 불러낼 생각이었지」
「그런거 거절당해요」
「그렇게 되면 오히려 좋았지. 너는 상처받을테니까」
「……그렇네요. 효과는 직빵이겠어요」
「네가 사람을 만나기 싫어서 밖에 안나간다면,
나는 너를 사람과 만나게 해서 밖에 나가게 할 생각이었지」
「아직 늦은건 아니에요. 이미 밖에 나와있고
실제로 이렇게 구름낀 하늘씨랑 만나고 있잖아요」
「그럼 이걸 계속하자」하고 저는 제안합니다.
제안이라기보단 이미 결정된 일이지만.
217
아오조라는 술을 마시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
저는 아오조라를 찻집으로 데려 갔습니다.
에스프레소를 두 개 주문합니다.
「저 커피 싫어해요. 쓰니까」
「알고있어. 위스키는 마실 수 있으면서, 이상하네.」
「커피는, 독같은 맛이 나잖아요」
「독을 마셔본듯한 말투인데」
「네, 다른 사람의 몸을 이용해서, 였지만」
내가 말없이 다물고 있자니, 아오조라는
「농담이에요─」라며 미소를 짓습니다.
농담이라해도 이해할 수 없고, 무엇보다 재미가 없습니다.
218
제가 책상 위에 참고서를 펼치고 들여다보자,
아오조라는 신기한 표정을 짓습니다.
「공부하는거에요?」
「그래. 곧 시험이거든」
「그런가……그런건가. 나도 공부해야지」
아오조라는 가방에서 속독영단어를 꺼냅니다.
그걸 본 저는, 어쩐지 그리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주문한 커피가 도착해, 설탕을 듬뿍 넣고
조심 조심 입을 댄 아오조라는, 「쓰다─」하며 얼굴을 찌푸립니다.
247
「참고로 저는, 표적을 죽이지 않았던 때부터
일주일정도 지나니 능력을 잃게됐어요」
공부를 시작한지 2시간 정도 지난 즈음에
아오조라가 기지개를 켜며 그리 말했습니다.
「딱히 상관 없어. 널 죽이지 않을 생각은 없으니까」
「딴 사람이 봐도, 그렇게 보일까요?」
「당연하지. 어떻게 봐도 표적을 노리는 살인 청부업자야」
「흐응」아오조라는 시시하다는 듯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건 그렇고, 공부 잘되네요.
그렇구나, 여긴 공부하기에 좋아보이네요.」
「어처구니없네」하고 저는 말합니다,「공부는 그만하지」
249
영화관에 들어간 우리들은, 계단을 내려옵니다.
「확실히 공부에 집중할 수 없는 장소네요」
아오조라는 두리번거리며 그렇게 말합니다.
계속 된 시험공부로 수면부족이었던 저는
영화가 시작한지 몇분만에 잠들어버렸습니다.
눈을 뜨니 영화는 거의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등장인물들은 무언가에 감동해서 울고 있는 모습입니다.
멋대로 울고 있네, 하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어떤 영화였어?」하고 제가 물으니
「살인범이 엄청난 일을 당하는 영화」라며 아오조라는 대답합니다.
영화를 만든 제작자도 실망스러울테죠.
251
「영화도 드라마도 그렇지만, 사람을 죽인 범인은
대부분 무슨일이 있든, 마지막에는 죽게돼요」
「『사람을 죽이는 녀석은 죽어버려』라는 걸까」
저는 재채기를 하며 말합니다.
「사람들은 그런 공정함을 원하기 마련이니까」
「설령 뉘우친다해도요?」
「역시 한번이라도 사람을 죽인 녀석은
설령 그 뒤에 성인(聖人)처럼 됐다 해도,
어딘가 안심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걸거야」
「우리들은 죽는편이 좋을거라는 얘기인거죠?」
「결국은 그렇게 되는거겠지」
252
「어쩐지 그런건 두근두근하네요」
앞서 걷던 아오조라는, 영화관을 나온 뒤, 뒤돌아보며 그렇게 말합니다.
「여기에, 살아가서는 안되는 젊은이가 둘」
「뭐가 어떻게, 두근두근한다는거야?」
「파란 하늘이랑 구름낀 하늘이니까요」
그리 말하며 아오조라는 저의 얼굴을 들여다봅니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312
저는 뭔가 심술궂은 것을 말하려던 그 때,
느닷없이「들여다봐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들여다봐진 느낌.
「아오조라」저는 빠른말로 묻습니다.
「전에 한번, 나한테 유서를 고치게하려고,
엄청 강한 힘으로 저항했던 적이 있었지.
어떻게 하면 그런 힘으로 저항할 수 있는거야?」
아오조라는「그건 말이죠」하고 말한 뒤, 곧바로 감을 잡고
「혹시, 의식 빼앗기고 있어요?」하고 물어봅니다.
314
「아니, 아직 괜찮지만, 순간적으로 들여다봐진 듯한 느낌이 들었어」
「아아─. 그거, 확실히 들여다봐진 느낌 들죠」
아오조라는 어째서인지, 수줍은듯 웃습니다.
「드디어 당신도 표적이 됐다는거네요. 동료─」
「아직 그리 정해진건 아냐. 내 기분탓인지도 몰라」
「하지만, 만약 노려지기 시작했다면 말이죠
어째서 저보다 먼저 당신을 노리는걸까요?
전에 겪은 경험에서 말하자면, 먼저 저를 죽여야 되는걸텐데」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생각해보면 지금 여기엔
『죽어야만 하는 인간』두 명이 같이있다는거야. 즉─ ─」
316
「즉, 『너(아오조라)를 죽이고 나(구름낀 하늘)도 죽는다』는 형식이 되니
가장 손쉬운 일이라는 거네요」
납득한 듯 아오조라가 끄덕입니다.
「상대쪽 사람, 머리가 좋네요.
저랑 다르게 구름낀 하늘씨는 조종당하는게 처음이니까
제대로 저항할 수도 없을거구요.
그런가─, 난 구름낀 하늘씨한테 직접 살해당하는건가」
「빨리 말해, 어떻게 하면 조종에 저항할 수 있지?」
아오조라는 다른쪽을 향해, 새침한 태도로 말합니다.
「안 가르쳐줘요. 알고 싶어하니까」
317
우리들은 마침, 마을 광장(공원)에 도착한 무렵이었습니다.
나무 그늘에 들어가면서, 저는 아오조라의 뒤로 돌아
아오조라의 가늘고도 가냘픈 목에, 오른 팔을 휘감습니다.
아오조라는 힘을 빼고, 가만히 그것을 받아들입니다.
”차렷”자세인 채로, 뒤에 있는 저에게 체중을 맡깁니다.
저의 팔은 조금씩 아오조라의 목을 죄여갑니다.
몸을 빼앗기는 건 처음인 일이었습니다.
너무나도 위화감이 없어서, 처음엔 자신의 의지로
자신을 움직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지금 저의 뇌는, 「팔이 움직였다는건, 스스로가
팔을 움직이게 하려 한 것이다」라고 해석하고 있는 거겠죠
318
아오조라의 목에 휘감은 저의 팔에, 서서히 힘이 들어갑니다.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저는 아오조라의 몸을 빼앗아
자신(구름낀 하늘)의 몸을 밀치려 합니다.
하지만 저와 다르게, 아오조라는 저항을 할 수 있습니다.
저의 제어에 저항하며, 한발짝도 움직이려 하지 않습니다.
과연, 아오조라는 정말로 저에게 살해당하고 싶은 듯 합니다.
하지만, 그 저항에서 저는 왠지 모르게 힌트를 얻습니다.
아오조라의 몸이 녹초가 되어갈 쯤
저의 팔은 서서히 아오조라의 목에서 떨어져갑니다.
아오조라는 저의 팔을 빠져나가, 땅에 쓰러집니다.
319
무리하게 제어(조종)에 저항했던 저의 팔은
일단(?) 전체 피부가 뒤집혀져
딱딱한 것으로 구석구석 구타당한 듯 아파옵니다.
양손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니, 저는
졸린듯한 눈으로 저를 올려다보고 있는 아오조라에게 말을 겁니다.
「즉,『제어에 저항』하는게 아니라,
『제어에 덮어쓰기(덧쓰기)』를 하면 된다는건가」
아오조라는 심기불편한 얼굴로, 작게 기침합니다.
「아깝다─. 깨닫는게 너무 빨라요」
321
「설마, 애초부터 알고있었어요?」
「아니. 내 제어에 네가 저항하는 느낌을 참고로 한거야.
조종하면서 조종당하다보니, 무척 효율적으로 익힌듯 해」
「과연……말은 그렇게해도, 몸 엄청나게 아프죠?」
「어. 자신이 뭔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아파」
「저도 그래요. 덤으로 머리는 어질어질한데다 덥고.
구름낀 하늘씨, 제 목에 땀 엄청났죠?」
「그다지」
「엄청났어요. 아아 완전 쪽팔려.」
어찌되든 상관없는 일들만 신경쓰는 여자아이입니다.
322
「그럼 어디」, 저는 쪼그려 앉아 아오조라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눈을 피하는 아오조라의 뺨을 쌔게 잡아당깁니다.
「아파파파;」하고 아오조라는 기운 빠진 목소리로 말합니다.
「야, 뭐가『안 가르쳐줘요』냐?」
「당신 흉내에요. 꼴 좋다」
「게다가 내 제어에 저항해대고」
「덕분에 요령을 알았잖아요, 잘됐네요」
나는 일어서려다 뒤쪽의 균형을 잃고
손을 짚으며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습니다.
그러면서 땅에 떨어져있던 나뭇가지에 손을 베여버립니다.
뭐 됐어, 하고 저는 신경쓰지 않고 놔둡니다.
325
우리들은 놀랄 정도로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어
일어서는 것만으로도 땀 범벅이 되었습니다.
돌계단에서 반사되는 열이 더위에 박차를 가합니다.
애벌레같은 속도로 서늘함을 위해 걷습니다.
광장 분수의 둘레에 걸터앉으려 할 때
저는 기세가 지나쳐 물 속으로 떨어졌습니다.
복근에 힘이 들어가지 않으면 이런일이 일어나는 겁니다.
327
수면에 얼굴을 드러내고, 저는 얼굴을 양손으로 씻어냅니다.
광장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저에게 집중되버립니다.
아오조라는 몸이 아픈것을 참아가며 웃고있습니다.
저는 포기하고, 양손을 짚어 물속에 앉고,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푹신해보이는 비행기구름이 일직선으로 늘어져갑니다.
근처 나무에 앉은 두마리 까마귀가 이쪽을 보고있습니다.
곧 있으면 먹이가 될 대상을 보는듯한 낯짝입니다.
328
「뭐 하는 거에요」하고 아오조라가 말합니다.
「또 누군가한테 조종당하고 있는건가요?」
「시원하니 좋잖아」하고 저는 대답합니다.
「온 몸이 아프니까, 웃기게 하지 말아주세요」
「웃다가 죽어버려」
「완전 다 젖어버렸잖아요」
아오조라는 그리 말하며, 분수의 둘레에 서서
갑자기 물 속으로 뛰어 들어 옵니다.
물보라가 올라, 저는 눈을 감습니다.
광장속의 시선이 다시한번 우리들에게 집중됩니다.
329
10초 이상이 지나도 아오조라가 고개를 들지 않길래
저는 아오조라를 일어나도록 돕습니다.
「익사할 뻔 했어요」하고 아오조라는 말합니다.
「이런 어린이용 풀보다 얕은곳에서?」
「『분수에서 여고생 사망』같은,
뉴스를 본 사람은 고개를 갸웃할거야」
「기분 좋네요」아오조라는 눈을 감으며 말합니다.
「지금 또 한번 조종당하게 된다면, 저항할 수 있겠어요?」
331
「바로 그거야. 어째서 저쪽은 추격해오지 않는거지?
지금이라면, 머리를 숙이게만 해도 익사시킬 수 있을텐데」
「저항당해서, 놀라고있는게 아닐까요?
경험이 있는 구름낀 하늘씨에게 묻어보겠는데,
조종하는 대상이 저항할때, 어떤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잠시 생각한 뒤에 대답합니다.
「너의 경우, 저항 이전에 여러모로 이레귤러(변칙적인, 불규칙적)였으니까
저항당해도 부자연스러운 느낌은 없었어」
332
아오조라는 칭찬을 듣는것도 아닌데
조금 우쭐해 하는듯한 표정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네가 아닌 상대였다면
확실히, 놀라서 상태를 관찰했을지도 몰라」
「과연……. 아, 맞다. 받아라 구름낀 하늘씨」
아오조라는 그렇게 말하며 저의 얼굴에 물을 뿌립니다.
저도 말 없이 2배로 되돌려 줍니다.
잠시간 그걸 반복한 뒤, 분수에서 나와 옷을 짜고,
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벤치로 향해
나란히 앉아 옷이 마르는걸 기다렸습니다.
시간을 알리는 종이 광장에 울려퍼집니다.
옷이 마르니, 아오조라는 재채기와 하품을 번갈아하며
「그럼, 또봐요」라 말하며 돌아갔습니다.
369
어쩌면, 저는 이제 두 번 다시 아오조라를
만날 일은 없을지도 모르겠군, 하고 생각했습니다.
저쪽(상대)이 (나의)태도에 상관하지 않고 온다면,
우리들이 저항한다 해도 여간해선
빠르거나 늦는다는 정도의 차이 밖에 되지 않겠죠.
(빨리 죽든 늦게 죽든 결국은 죽는다는 얘기)
어차피라면 방을 마음껏 어질러놓자,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정리하는 사람의 고생을 조금이라고 늘리기 위해
그로부터 2주일이 지났습니다.
397
그 날, 찻집에서 책을 읽고 있던 중
자신의 이름이 불려진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물론, "구름낀 하늘" 은 아닌 쪽의 이름입니다.
고개를 들자, 점원이 저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얏호?」하고 손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같은 학부의 선배로, 마주치면
인사 정도는 나누는 사이입니다.
잠시동안, 우리들은 스크립트(대본/대사)
양식에 따른듯한 대화를 주고받았습니다.
371
부자연스럽지 않은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선배는 조용히 슬쩍 가게를 나갑니다.
이 가게에는 이제 그만 오자, 하고 저는 생각합니다.
꽤나 마음에 든 장소였지만,
지인과 마주치게 되면, 어쩔 수도 없습니다.
다음 가게를 찾아봐야지, 하고 한숨을 쉴 때
갑자기 저는 몸(의식)을 빼앗겼습니다.
늦었잖아, 하고 저는 생각합니다.
뭘 하려는걸까 하고 자신의 몸 상태를 보고있자
곧바로 어딘가를 향해 걷기 시작합니다.
372
이제부터 맛보게 될 고통을 상상하면서,
저는 제어에 저항해 입을 움직입니다.
자신을 죽이려 하는 상대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시험해봅니다.
「2분이면 되니까, 얘기를 들어줘」
하지만 저의 몸은 상관하지 않고 움직임을 계속합니다.
「너한테도 관계있는 얘기라고」
혀에는 땅기는 듯한 고통이 느껴지고
입술은 찢겨져 피가 흐릅니다.
376
「또, 애초에 어째서 자살시켜야만 하는 대상이
머리에 팟 하고 떠오른다고 생각해?」
신중하게 말을 선택하면서, 저는 말합니다.
「나는 지금까지, 6명의 표적을 자살시켜왔어.
아마, 너랑 비슷한 방법으로.
하지만 7명째를 죽이는 일은 할 수 없었어」
「그래서 지금, 너한테 목숨을 노려졌어.
이전에 자신이 다른사람에게 했던 일을,
이번엔 다른사람한테 자신이 당하고 있다는거야」
378
「조종당하는 쪽이 되서 알게된거지만,
『사람의 몸을 뺏어서 조종하는 사람이 있다』
는 것을 전제로 해서 모르는 한
자신이 제어당한다는 사실은
좀처럼 깨달을 수 있는 일이 아닌거 같아」
「몸(의식)을 빼앗겨서 움직여지게 되는 정도는
자연스럽게 느껴진다고.
혹은, 일어나고 있는 일이 너무 부자연스러워서,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건지도 몰라」
「거기까진 좋아. 하지만, 지금부터 내가 말하는건,
증거는 없고, 논리도 비약하고,
무엇보다도 스스로에게 형편이 너무 좋은 생각이야」
379
「하지만, 만약에 말야. 사람의 몸을 빼앗는 우리들도 또한,
실로 자연스럽게, 몸을 빼앗겨져 있는거라고 한다면?
우리들은 스스로 생각해서 사람을 죽이는것처럼 느끼고 있지만,
실제로는, 조종당하고 있을 뿐이라고 한다면?」
거기까지 말하고, 저는 한계를 깨닫습니다.
더 이상은 말을 할 수 없을 듯 합니다.
다리가 멈출 기색은 없었습니다.
380
주변은 어두워지고 있었습니다.
길가에는, 유카타를 입은 작은 애들이나
자전거를 탄 초등학생 남자아이들이나
살짝 멋을 부린 중학생 커플 등
마을 축제로 향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보입니다.
8살과 6살정도의 형제가
서로 벌레퇴치 스프레이를 뿌려
그 냄새가 제 쪽까지 흩뿌려집니다.
조금 멀리서부터 피리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을린 소스의 향도 느껴졌습니다.
누군가 이름을 부른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381
저의 눈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시야의 구석에 파란 스커트가 보였습니다.
「그 뒤에, 바로 일이 끝났어.
그래서 걷고있었는데, 네 모습이 보여서」
그 목소리로, 저는 상대가 누구인지 알았습니다.
「저기」하고 선배는 말합니다.
「아까 일 말인데, 역시 혼잣말이지?」
저는 말없이 선배의 얼굴을 바라봅니다.
선배는 저의 입가를 보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며
「피, 나고있어」라며 입을 가리켜 말합니다.
383
제가 아무말도 하지 않으려는 것을
동요하는 증거라고 받아들인 듯한 선배는
어째선지「괜찮아!」하고 격려를 합니다.
「내 친구중에도, 너같은애 있었어.
그치만 그건 단순히 일시적인 병이라
딱히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야」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어떤 점에 대한 노력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선배의 몸을 빼앗아, 말을 듣지 않는
'자신'의 몸을 땅에 때려박습니다.
유도에서 말하는 '안다리후리기'를,
선배의 몸을 이용해서 저에게 걸도록 한 것입니다.
384
단순한 '*겨드랑이 굳히기'를 끝으로, 저의 움직임을 빼앗습니다.
그 대로 선배에게 말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저의 몸은 선배를 뿌리치려 하지만
그 움직임은 저 자신이 저항으로 경감시킵니다.
「암만 너라도, 언젠가는 우리들처럼,
어떻게든 죽이고싶지 않은 상대를 만날거야.
그리고 다음 순간에는 네가 목숨을 노려지는거지.
그런 반복은, 이제 그만두지 않을래?」
그리 말한 후, 이어갈 말을 생각하며,
잠시동안 그 자세로 있자,
어느샌가 저의 몸은 제어가 풀려있었습니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던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땅에 넘어졌을 때 부딪힌 어깨가 아파오기 시작합니다.
*겨드랑이 굳히기 :상대의 한쪽 팔을 잡고 엎드리게 만든 후, 상대의 등을 몸으로
누르면서 양팔로 손목을 잡아당겨 굳히는 기술
385
저는 선배의 조종을 풀었지만
선배는 가만히 눈을 감은채, 움직일 기색이 없습니다.
아무말이나 해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입이 전혀 말을 듣지 않습니다.
이런 상태라면 식사에까지 지장이 생길 것 같았습니다.
한번 더 선배의 몸을 빼앗아, 저를 해방시킵니다.
「이런짓 할 생각은 없었어」
선배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말합니다,
「게다가, 스스로도 모르겠는 말을 해버리다니,
나 어떻게 되버린걸까……」
473
「야, 안다쳤어? 괜찮아?」
선배가 물어봅니다.
입을 열 수 없는 저는 끄덕이며
「괜찮다」는 의미를 표현하려 했지만
선배는 제가 말하지 않는 것을
쇼크를 받은 탓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울 것 같은 얼굴로 계속해서 사과를 합니다.
조금 안쓰럽게 느껴졌지만
설명할 방법도 없고 귀찮아서
저는 선배의 몸을 경직시켜서
그 자리를 도망쳤습니다.
476
축제를 향해 오는 인파를 거슬러서
무거운 몸을 끌어 저는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아파트에 도착해 방문을 열고 안에 들어가
옷도 벗지 않은채 침대에 몸을 던져버렸습니다.
방은 푹푹찌고, 몸은 아파옵니다.
선풍기를 킬 기력조차 없습니다.
목이 심각하게 말랐지만
몸을 일으키고 물을 마시러 갈 거리조차 멀게 느껴졌습니다.
여러모로 귀찮구나, 하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여기가 '구름낀 하늘'씨의 집인가요」하고 아오조라가 말합니다.
477
저는 일어나 목소리가 들린 부엌쪽을 봤습니다.
냉장고의 조명에 비춰진 아오조라의 얼굴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오조라는 하이볼(위스키에 탄산을 섞은 칵테일) 캔을 멋대로 꺼내서
풀탭(pull tab, 캔을 열때 잡아당기는 부분)을 당기고 꿀꺽꿀꺽 마시고 있습니다.
캔으로부터 입을 뗀 아오조라는「맛있다─」하고 웃습니다.
저는 안심하고 다시 침대에 눕습니다.
478
「오랜만이에요, 구름낀 하늘씨──라는 대사는,
원래 좀 전에 했어야 했지만,
어쩐지 제가 있는걸 모르는거 같아서
이 부근에서 조금 미행했어요」
저는 무언가 말하려고 했지만, 말을 잘 할 수 없었습니다.
아오조라는 캔 하나를 비우고선
「반격개시─!」라고 말하며 방으로 들어옵니다.
얼굴은 옅게 붉어져 술에 취한 모습입니다.
479
저에게 움직일 기력이 없는것을 알고서 그러는건지
혹은 단순히 취해있는 건지
아오조라는 남의 방을 뒤적거리기 시작합니다.
담배 보루를 찾아낸 아오조라는
「술을 버린 복수에요」라고 말하며
쓰레기봉투에 넣어버립니다.
CD나 책도 대부분 버려졌습니다.
아오조라 나름의 버리는 기준이 있는듯
아오조라는 가끔씩「이건 패스」라며
일부 물건은 선반에 되돌려놓습니다.
481
저는 아오조라를 손짓으로 불러, 몸짓 손짓으로
컵에 물을 따라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아오조라는 부엌에서 컵에 차가운 물을 따르고
「여기 물이요」라고 말하며 다가와선
침대에 누워있는 저의 얼굴 위 1m정도 높이에서 부어버립니다.
저는 입을 열어 어떻게든 물을 마십니다.
얼굴도 침대도 젖어버렸지만
조금이라도 물을 마실 수 있었던것에 행복을 느낍니다.
482
「구름낀 하늘씨, 오늘은 일단 한층 더 기운이 없네요」
침대에 걸터앉은 아오조라는, 빈 캔으로 저의 얼굴을
쿡쿡 찌르며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기운이 넘치죠」
저는「나중에 두고보자」라는 시선을 보냅니다.
「나가줬으면 하는 표정 짓고 있네요」
아오조라는 즐거운 듯이 말합니다.
「그러니까 안 나갈거에요. 아하하.
──그건 그렇고, 구름낀 하늘씨,
아까부터 말을 안하네요. 움직이지도 않고.
지치신거에요? 무슨일 있었어요?」
제가 아무 대답이 없는 것을 보고
「음, 뭐 됐지」하고 아오조라는 말합니다.
「아무튼, 천재일우(千載一遇, '천년에 한번 만난다'는 뜻의 사자성어)의 기회네요」
484
아오조라는 저의 몸을 무리하게 일으켜,
뒤로 돌아서 저의 목에 오른팔을 감았습니다.
「저번 일에 대한 복수에요」하고 아오조라는 말합니다.
전에 닿았던 아오조라의 목은 차가웠었지만
현재 아오조라의 팔은 따뜻합니다.
어쩌면 저의 몸이 차가운것일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저, 술주정뱅이니까요」, 아오조라는 저의 귓가에 대고 말합니다.
「술주정뱅이니까, 지금부터 이상한 말 할건데
그건 술주정뱅이니까 하는거에요. 신경쓰지 마세요」
485
「왜 요즘, '골탕먹이기' 안 하시는 거에요?」
아오조라는 팔의 힘을 느슨히 하고, 그대로
팔을 내려, 저의 가슴팍에 교차시킵니다.
「어째서 몸(의식) 뺏으러 오지 않는거에요?
어째서 혼자 있고싶어하는 저를
'구름낀 하늘'씨는 방치하시는거에요?」
아오조라의 검지손가락이 저의 가슴을 통통 때립니다.
486
「좀 쓸쓸해지잖아요.
저는 쓸쓸한걸 좋아한다구요.
그러니까 그걸 저지해달라구요.
그런게 구름낀 하늘씨의 역할이잖아요?」
아오조라는 검지손가락의 움직임을 멈춥니다.
「게다가 저는, 죽음이 가깝다고 해서 당황하지 않고
평소처럼 지내다가 죽고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니가, 그것조차도 방해해주세요.
어째서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거에요?」
487
저는 아오조라의 양손목을 양손으로 잡습니다.
「어, 움직였다」하고 아오조라는 기쁜듯이 말합니다.
술주정뱅이가 하는 말은, 반만 듣는게 정답입니다.
하지만, 아오조라는 「신경쓰지마」라고 했지만
그렇게 되면 저로서는,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게, 저의 역할인 듯 하니까요.
488
저는 아오조라의 손을 놓고, 뒤돌아서 아오조라와 마주해
우선, 현재 말할 수 없는 상태란 것을 설명하기 위해
자신의 입을 가리킨 후, 검지손가락으로 「×」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하니, 아오조라는 무언가 착각한 것인지
「안된다고 하면 더 하고 싶어져요」라고 말하며
제가 가리킨 곳에 자신의 입술을 겹쳐옵니다.
그 후, 저는 고생해서 핸드폰으로 문자를 쓰고
방금 전 있던 일을 설명했지만
아오조라는「네」「네」하며 듣는둥 마는둥 끄덕거린 끝에
남의 침대에서 색색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버렸습니다.
503
아오조라의 숨소리를 듣고있자니 이쪽도 졸리게 되서,
자고있는 아오조라의 머리를 헝크러트린 후, 소파에서 잠들었습니다.
눈을 뜨니 몸이 꽤 편해져있었습니다.
저는 발음연습을 시험해봅니다.
「간장 공장 공장장은 강 공장장이고 된장 공장 공장장은 공 공장장이다」
아무래도 제대로 말할 수 있게 회복된 것 같습니다.
냉장고에서 차가운 맥주 캔을 꺼내
배꼽을 드러내고 자고있는 아오조라의 뺨에 대봅니다.
「차가워」라 말하며 아오조라는 눈을 뜹니다.
504
저는 말합니다. 「언제까지 남의 침대에서 잘거야?」
「구름낀 하늘씨가 말했다─」하고 아오조라는 기뻐합니다.
맥주를 마시며 「슬슬 돌아가」라 말하니
아오조라는 졸린 눈으로 「싫어요」라 말하고,
그 후 시계를 보더니 「우와아」하고 놀랍니다.
아오조라는 침대 위에서 책상다리를 하고,
그 뒤로 잠시동안 다물고 있었습니다.
현재 상황에 대해 머리를 굴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505
아오조라는 침대 위에서 정좌(무릎꿇고 앉는 자세)하고 말합니다.
「저기……아까는 물 부어버려서 죄송해요」
「어어, 확실히 기억하고 있구만」
「아, 그런가. 기억안나는척 할 걸.」
아오조라는 정좌한채로 누워버립니다.
「구름낀 하늘씨, 저도 술 주세요」
「슬슬 돌아가. 시간도 시간이고」
「시간이 시간이고 시간이네요」
아오조라는 그리 말하며 혼자 웃습니다.
506
「그나저나 두손 들어버렸어」하고 저는 말합니다.
「네가 골탕먹는걸 좋아하게 되면,
골탕을 안 먹이는 것에 대한 골탕먹이기 조차도
결과적으론 골탕먹이기가 되버려서,
결국에는 네 기분만 좋게 만드는 일이 되니까」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평범하게
골탕먹여 주시면 되잖아요」
「그렇군」하고 저는 말하며, 침대에 있는 아오조라의
다리와 목에 손을 넣고 들어올려 현관까지 옮겨버렸습니다.
그 가벼움에, 저는 잠시 놀랍니다.
507
그대로 문을 열어 밖에 나오니
「이제 됐어요」라고 아오조라가 말합니다.
그러니까 왜그러냐는 느낌입니다.
저는 그대로 계속 걷습니다.
아오조라는 저를 올려보며 말합니다.
「네 네, 그런 골탕먹이기 인가요」
「굴욕적인 처사라는 거다」
「제 다리 눈치챘어요?」
「글쎄다」
「구름낀 하늘씨는 발성기관이었지만,
저는 다리쪽을 당한거에요」
508
「그렇다는건, 저항했다는건가?」
「네. 그게 저, 살해당한다면
구름낀 하늘씨한테 당할거라고 정했으니까요」
「이 다음에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알고있겠지?」
「『그럼 죽이지 않을거야』네요.
그렇다면 적어도, 저는 구름낀 하늘씨보다 먼저
여기서 없어지고 싶네요」
「그런가. 그럼 난, 나보다 먼저 널 죽이지 않을거야」
「그럼 저는, 저보다 먼저 구름낀 하늘씨를 죽이지 않을래요」
그렇게 말을 주고받은 뒤,
저는 좀 부끄러워졌습니다.
이러면 마치, 서로 영원을 맹세하고 있는 것 같아서 입니다.
509
물론 사물(일?)은 그렇게
생각대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이 위안에 지나지 않는 단 것은
서로 알고 있고, 경험상,
죽는다는 것이 그렇게 편하고
깨끗한것이 아니란 걸 알고 있습니다.
541
다음날, 아오조라를 평소 보던 공원에 부르려고 했던 저는
사람의 몸을 빼앗는 힘을 잃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렇지만, 결국 아오조라는 공원에 왔습니다.
「어차피 불려지겠지 하고 생각해서,
이쪽에서 온 거에요」
아오조라는 자랑스러운 얼굴로 그리 말합니다.
저는「좀 하는데」라고 말하며
아오조라의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아오조라는 머리를 양손으로 저지하며
「어린애 취급 하지 말아주세요」하며 뾰로퉁해집니다.
545
「너는 평소처럼 지내다가 죽고싶은거지」
「그게, 모처럼 죽을 각오가 정해졌어도,
우연한 장단에 행복한 추억이 만들어지면,
고생해서 굳힌 각오가 무너져버리니까요.
그러찮아도 목숨이 짧은 탓인지,
이상하게 감동해버리게 됐다구요.
신경쓰지 않으면 금방 행복하게 되버려요.
감상적으로 되버리는건 피하고싶어요」
거기서 저는, 센티멘탈˙쟈니를 제안합니다.
어떻게 해서든 아오조라를 감상적으로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547
아오조라는 창문에서 바람을 기분좋은듯 쐬며
작은 목소리로 무언가 노래하고 있었습니다.
이쪽에는 들리지 않을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まま; じゃすき;らめ;ん」 (모르겠어서 원문 넣습니다)
그건 저도 잘 알고 있는 곡이었습니다.
운전석에서 핸들을 잡은 저는
같이 부르려고 했지만
역시 부르지 않기로 했습니다.
아오조라의 목소리를 듣고싶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취미가 술과 음악만이라고 할 정도로
역시 노래부르는 법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선곡도 꽤나 상황과 맞는 곡이었습니다.
548
길가의 간이가게에서 핫도그와 크레이프를 주문하고
벤치에 나란히 앉아 먹습니다.
무척 낡은 코카콜라색 벤치는
페인트가 반 이상 벗겨져있었습니다.
아오조라는 샌들을 벗고 옆쪽에 앉아
맨발을 저의 무릎 위에 올려둡니다.
「계속 생각했던 건데요,
저, 구름낀 하늘씨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모르고 있네요」
553
「에를들면, 저는 음악을 좋아해요.
그건 구름낀 하늘씨도 알고 있죠?」
「응. 봤어. 나쁘지 않은 취미라고 생각해」
「구름낀 하늘씨가 칭찬했다!」
「난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페어(공평)야」
「……그럼, 그래서 구름낀하늘씨는,
뭔가 좋아하는거 있어요?」
「그건, 엄청 좋아하는 걸 말하는거야?
아니면, 그냥 좋아하는거?」
「엄청 좋아하는 거」아오조라는 제 말의
의미를 알았다는 듯, 빙그레 웃습니다.
554
「나는, 천천히 회전하는 걸 좋아해」
「……으음, 설명 해주세요」
「회전목마나, 관람차.
오르골, 시계, 해바라기 같은거」
「지구나, 달, 태양같은것도요?」
「어, 그렇네. 천체도 좋아해」
「저랑, 그거랑 어느쪽을 좋아해요?」
「……응?」
「천천히 회전하는거랑 저」
「전자지」
「……그럼, 천천히 회전하는 저」
아오조라는 일어서서 천천히 돌기 시작합니다.
557
아오조라씨 귀엽네요
558
저는 천천히 회전하는 것을 좋아해서
벤치에서 몸을 일으키고 아오조라를 잡아
다시 벤치에 앉고, 무릎 위에 아오조라를 앉혀
뒤에서 양손을 두르고 확보합니다.
천천히 회전하는 것을 좋아한다 해도
아오조라와 밀착하면 이상할 정도로 안심하는 것에
최근 깨달았다는 이유는 아닙니다.
「이렇게나 효과가 있을 줄은 몰랐네요……」
아오조라는 조금 동요한 모습입니다.
559
자판기에서 산 포카리스웨트로 몸을 식히며
저와 아오조라는 주차장에 돌아왔습니다.
활짝 개인 하늘의 저편에는, 적란운이 보였습니다.
가로수에 매미가 앉아 울고 있습니다.
이 매미도 우리들도, 남은 생명은 비슷하겠죠.
어느 집에서 향을 피운 냄새가 퍼집니다.
살을 잘 태운 아이들이 낚싯대를 들고
앞질러가며, 거기에 맞춰 풍경이 흔들립니다.
560
「이대로 도망쳐 버릴까요」
「어디로 가면, 그 정체모를
초능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거야?」
「모르지만, 지구 반대쪽 같은곳은
좀 어렵지 않을까요?」
「그래서, 그 뒤엔 어쩔거야?」
「작은 천이 흐르는 곳 같은데에서 살거에요.
……그렇지 않으면, 은행이라도 털고 도망갈까요?」
「그래서, 87발의 탄환을 맞고 죽는거야?」
「그래요. 보니&클라이드(미국의 유명한 은행강도 커플) 가 되는거에요」
「어느쪽도, 그다지 현실적이지 않은데」
「알고 있어요. 농담이에요」
625
정처도 없이 차를 몰았습니다.
도중에 들린 CD가게에서 아오조라가 산
「러버 소울(*비틀즈 노래)」이 카스테레오에서 흘러 나옵니다.
산길에 들어오자 급 커브가 많아져
빈약한 아오조라는 왼쪽 커브에 진입할 때마다
「와─」하고 운전석으로 쓰러집니다.
어느샌가 벨트를 풀어버린 것입니다.
(*일본차는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음)
한번은 실수로 오른쪽 커브인데도
운전석 방향으로 쓰러집니다.
「그럼」하고 아오조라가 잘라 말합니다.
「지금부터 염치없는 얘기 좀 할게요」
626
「저, 지금까지 8명 죽였잖아요.
그 일을 후회하고 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죄를 지었는지 저는 모르고 있고
만약 죄 진 사람이라고 해도,
저 개인적으로는 전혀 원한도 없었어요.
어째서 그런일을 저지른걸까요?
그 사람 중 '구름낀 하늘'씨가 있었다고 해도,
당시의 저였다면 죽였을거에요.
그렇게 생각하니, 역시 말도 안되는 일을
저질러버린거겠죠.
……근데요, 9명째에서 그만둔 이후,
제 몸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
은근히 마음에 들어하고 있어요.
그거랑 바꿔서 앞으로 일어날
쓸쓸한 사태도 고려한 상태에서, 말이에요.」
627
「그거에 대해서 말인데──」
저는 이전에 떠올린 가설을 아오조라에게 얘기했습니다.
「과연」하고 아오조라는 말합니다.
「확실히 저도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어요.
애초에 어째서, 표적에 관한 정보가
자연스럽게 머리속에 떠오르는지」
「그 밖에 어떻게든 이용할 수 있을 듯한 그 능력을
표적 살해에만 쓰게 되는건지」
「맞아. 지금 생각하면, 이상하네요」
630
「하지만」아오조라가 단호히 말합니다.
「증거는 없는거죠?
우리를 조종하는 사람이 있다는 증거」
「그렇긴 한데, 그렇게 말하면
극단적으로 말해서 우리들의 타살에도 증거는 없어.
우리는 자살시켰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로
그렇게 했던 건지도 몰라」
「그리고 뭣보다」하고 저는 말합니다.
「어떤 이유가 있든, 아오조라가 자신의 의지로
사람을 죽였다고 생각되진 않아」
「8명 죽였어요」하고 아오조라는 말합니다.
「나이프는 사람을 죽일 수 없어. 나이프로 사람을 죽이는거지.
어딘가에 있는 누군가가, 아오조라로 사람을 죽인거야」
631
「변호하듯이 생각해보자고」하고 저는 말을 이어갑니다.
「우리는 아마, 사람을 죽였다는 일에서
조급하게 군 탓에, 필요 이상으로
책임을 짊어지려고 했던 부분이 있어
하지만, 득이 되지 않는 살인을 할 이유가 어디 있지?
얼마든지 자신의 이익이 되도록 쓸 수 있는
이 능력을, 어째서 활용하려 하지 않은거지?
아마도 이 능력은 제한이 걸려 있는거야.
우리들이 '저쪽'의 의도에 어긋나는 행동을 못하도록 말이야」
632
「음,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좀 편해지지만」
아오조라는 고개를 숙이고, 말문을 이어갑니다.
「하지만, 어차피 저는 안돼요.
8명을 죽인 덕분에 구름낀 하늘씨를 만나서
아─ 다행이다 하고 생각하는 녀석이니까요」
「아니야, 8명에서 그쳤으니까 나랑 만난거지」
아오조라는 씁쓸한 미소를 짓습니다.
「확실히, 꼭 그렇다고 단언할 수는 없는 얘기에요.
하지만, 그래도 범인이 확정될때까지는
우선은 제가 그 책임을 져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훌륭한 마음가짐인데. 범인을 찾을 때까진
우선 살해당하자는 얘긴가?」
「어쩔 수 없잖아요」
653
「왼쪽」하고 아오조라가 갑자기 말합니다.
말하지 않아도 저 또한 알고 있습니다.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옵니다.
눈 앞에 펼쳐진 시야의 상반은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인것에 반해
하반은 황색과 초록으로 가득했습니다.
커다란 하얀색 풍차 몇 개가 돌고있습니다.
「해바라기도 있고, 풍차도 돌고 있고
무척이나 구름낀 하늘씨 스러운 곳이네요」
아오조라가 제 옆에서 말합니다.
654
이런 경치를, 예전에 본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교복차림의 여자아이와 수트차림의 남자.
어울리지 않는 인상을 주는 두 사람이
나란히 서서 해바라기 밭을 내려다가 보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실제론 그런 것을 보고 있는게 아니라
아마 단순히, 그 광경이 너무나도
저의 취향에 맞았던 것 뿐일지도 모릅니다.
655
아오조라는 손가락을 접어 무언가를 셉니다.
「어디보자, 회전목마, 관람차,
오르골, 시계, 해바라기, 천체」
그리고「그렇죠?」하는 듯한 눈으로 이쪽을 봅니다.
「그래」하고 저는 끄덕입니다.
「그리고, 천천히 회전하는 저」
「그래. 딱히 회전하지 않아도 되지만」
아오조라는 저의 눈을 본 채로 굳어집니다.
「오─……기습인가요」
「이런것도 반대로 난처하지?」
「난처해요. 부끄럽고요.」
회전없어도 되는건가─, 하고 아오조라는 혼잣말을 합니다.
656
「해바라기는 달성했으니, 다음으로 가요」
「전부 둘러볼 생각이야?」하고 저는 묻습니다.
「그래요. 천천히 도는 것을,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둘러보자구요」
그건 확실히, 이상적으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었습니다.
「넌 그걸로 괜찮은거야?」하고 저는 물어봅니다.
「그게 좋아요. 좋아하는걸 잔뜩 보고,
구름낀 하늘씨는 '생'에 집착해버리면 되는거에요.
'죽는건 싫어' 하고 울면서 저한테 안기면 돼요」
「그렇구만」
658
장난치듯 아오조라가 가볍게 몸을 부딪혀 옵니다.
「어쩐지, 구름낀 하늘씨 답지 않네요.
결정권은, 언제든 당신한테 있다구요?
하고싶다고 생각한 걸 하면 되잖아요」
「아니. 이제 나도, 그 수상쩍은 힘은 잃었어.
더이상 아오조라를 조종할 수 없어. 다행이야」
「그런건 문제가 되지 않아요,
전 당신이 시키는대로 해버리는게, 버릇이 되버렸으니까요」
「그런가」저는 납득합니다.「돌아」
아오조라는 그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기 시작합니다.
701
2시간정도를 소요해 아오조라가 말한 백화점에 도착합니다.
옥상 유원지라고 하는 시대착오스러운 것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 것에 놀랐습니다.
외장도 성 같은 느낌이라, 고풍스럽습니다.
「아직까지라고 할지, 새롭게 만들어진거지만요.
시대착오가 오히려 멋있는 듯 해서
요즘 풍조에 맞게 만들어졌다는 거 같아요」
여기에는 구름낀 하늘씨가 좋아하는 것이
잔뜩 있어요, 하고 아오조라는 말합니다.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안으로 들어갑니다.
천장은 어이 없을 정도로 높고, 냉방 소리가 시끄럽습니다.
자신이 작아지는 듯한 장소였습니다.
아직 꿈이 팔리고 있던 시대의 백화점 같았습니다.
702
좋은 분위기의 잡화상이 보이자
아오조라는 저를 두고 안으로 들어갑니다.
「구름낀 하늘씨는 메론이라도 보고 계세요」
아오조라 나름대로 하고싶은 것이 있는 듯 합니다.
별 수 없이 주변을 어슬렁거립니다.
백화점에 들리는 건 오랜만이었습니다.
덕분에, 어린 시절의 기억이
그 곳에 그대로 남아있는 듯 느껴졌습니다.
물론 이 곳에 들렸던 것은 아니지만.
703
입구 근처의 벤치에 앉아 아오조라를 기다립니다.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 보입니다.
실제로, 이 곳을 들리는 사람은 어느정도 부유하고
'쓸데없는 일'에 돈을 쓸 여유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아이를 데리고 온 손님이 많아, 어떤 아이든지
그림책 속에서 나온 듯한 느낌입니다.
훌륭한 옷에 정돈된 얼굴, 깨끗한 몸매.
그들의 장래를 생각하고, 자신의 현상태와 비교해
저는 낙담하고 한숨을 쉽니다.
704
어느샌가 아오조라가 옆에 서있었습니다.
「자, 어서가요」하고 아오조라는 말합니다.
뭘 하고 있었는지는 묻지 않습니다.
엘레베이터가 혼잡해 보여서
평소에 보던 것보다 단수가 긴 에스컬레이터에 타자
아오조라는 벽에 붙여진 설명서를 가리켰습니다.
「노란 선의 안쪽에서는 손을 잡으십시오, 래요」
「자녀분의 손을 잡고 노란 선 안쪽에, 말이지」
「비슷한거에요. 저 연하니까요.
자, 노란선 안쪽이에요」아오조라는 손을 건넵니다.
저는 그 희고 가는 손가락을 살며시 잡습니다.
아오조라는 놓치지 않도록 꽉 잡아옵니다.
706
「꼭 그거같네요. 연인 같아요」
저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아오조라가 웃음을 띄웁니다.
「이래서는 오빠랑 여동생같아 보이는데」
「딴 사람이 봐도 그렇게 보일까요?」
「그래. 어떻게 봐도 사이 좋은 남매야」
「이래도?」아오조라는 자신의 손가락을
저의 손가락 사이에 겹쳐서 다시 쥐어옵니다.
「야 야」하고 말하면서도
저는 그 손을 확실히 잡습니다.
707
우리들이 옥상 유원지에 도착한 순간
장내에 큰 음악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바로 위에 있는 시계탑에서 나는 소리인 듯 합니다.
「태엽시계네요」하고 아오조라가 말합니다.
「10만번 째 손님이라도 된건가 했어요」
「비다」하고 저는 손을 띄우며 말합니다.
지금은 아직 약하지만, 점점 강해지는 비입니다.
「비네요. 그럼, 빨리 타버리죠」
회전목마와 관람차를 가리키며 아오조라는 말합니다.
젖은 돌 포장길이 놀이 기구의 컬러풀한 빛을 반사해
옥상은 젖은 크리스마스 처럼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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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목마는, 흔히 보이는
저렴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조형으로 되어있었습니다.
만약을 위해 저는 말해둡니다.
「나는 보는걸 좋아하는거지,
딱히 타는걸 좋아하는게 아니야」
하지만 아오조라는 두 사람 분의 티켓을 사서
결국 우리들은 마차에 마주 앉습니다.
신호가 울리고,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아오조라는 몸을 내밀며, 저에게 말합니다.
「『엄청 끔찍한 방법』으로 언젠가 죽인다고,
구름낀 하늘씨는 그렇게 말했었지만」
「말했었지, 그러고보니」
「어떤 방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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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생각한 뒤, 저는 대답합니다.
「그렇네. 일단……간단히 죽이지는 않아.
시간을 잔뜩 들여서, 서서히 죽이지.
죽을 때 미련이나 후회가 남도록
가능한 만큼 생에 집착이 늘어나도록
그런 생활을, 긴 시간에 걸쳐 보내게 해」
「시간을 잔뜩 들인다면, 언제 죽이는데요?」
「행복에 익숙해질때까지 꽤 걸릴 듯한 상대니까,
신중하게 갈 필요가 있지.
10년, 20년, 경우에 따라서는 100년이라도」
「저는 시간 걸릴걸요─」, 아오조라가 우쭐거리며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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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비는 점점 강해지고 있었습니다.
옥상의 손님은 점점 줄어갑니다.
관람차에 올라, 반 정도 높이까지
올랐을 때, 아오조라는 툭하고 말했습니다.
「100년 걸려서, 살해당하고 싶었는데」
「나도 그럴 생각으로 있었어」
「그치만, 어려울 것 같네요」
「이젠, 내일 일도 알 수 없는 몸이니까」
「어떻게든 도망칠 수는 없는걸까요?」
「나도 그걸 계속 생각하고있어. 하지만 '저쪽'은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으니까」
「음……」하고 아오조라는 고개를 숙여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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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건 어떨까요?」
관람차가 3분의 2정도 높이까지 왔을 때,
아오조라는 말합니다.
「구름낀 하늘씨, 표적을 자살시킬 때 쓰는
정해진 수순을 한번 말해보세요」
저는 머리속의 문장을 읽어냅니다.
①그 사람의 몸을 빼앗는다(거둔다)
②괴로운 듯이 행동한다
③신변정리를 깨끗이 한다
④유서를 쓴다
⑤죽는다
「그래요. 그리고 첫번째를 저지하는 건 어려워요.
하지만, 두번째, 세번째, 네번째를
전력을 다해서 방해하면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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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요, ②를 방해한다고 치고
자살 할 이유가 눈에 띄기는 커녕
절대로 자살할 리가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행복해져버리면 되지 않을까요」
「뭐 확실히, '저쪽'에는 주위에 자연스러운 자살로
생각되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으니까」
「맞아요. 구름낀 하늘씨의 행복은 뭐에요?」
「딱 지금 상태인데. 아오조라가 있는 것」
아오조라는 머리를 긁적이며 눈을 피합니다.
「저기……아니, 엄청 기쁘긴 한데
이런 일로 만족하지 말아주세요
아직도 인생이 길잖아요.
이런 진부한 걸 얘기하고 싶진 않지만
살아있으면 더 즐거운 일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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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차가 가장 높아지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 높이에서는, 비에 젖은 거리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창문에 붙어 아래쪽을 보며, 아오조라는 말합니다.
「그래. 나는 구름낀 하늘씨랑 같은 대학에 갈거에요.
열심히 공부하고, 구름낀 하늘씨의 후배가 될거에요」
「엄청 노력해야 될텐데」저는 쓴웃음을 짓습니다.
「괜찮아요. 구름낀 하늘씨가 가르쳐줄테니.
그렇게 해서 또, 같이 카페에서 공부하고
영화 보러 가고, 술을 마시고 하는거에요.
매년, 우리들에게 살해당한 사람들의 성묘를 가고
너무 화려하게 살지는 않도록, 하지만
필요이상으로 비굴하지는 않게, 강하게 사는거에요.
그래, 밝은 양지에서 살아가요.
그 때에는, 지금까지 같은 말투 말고
서로 솔직하게, 옛날 일을 말하는거에요. 예를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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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들면, 사실은 내가, 아오조라를
좋아하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결국은 소용없는 짓이었다던가」
아오조라는 눈을 크게 뜨고 저의 얼굴을 봅니다.
「그런거 말이지?」하고 저는 시선을 보냅니다.
「……그래요. 그런 걸 얘기하는거에요.
수업이 끝나고 만나러 갈 때,
제가 일부러 머리를 자르고, 꾸미고
무척 들떠있었던 일이나」
「내 아파트에 아오조라가 나타났을때
어째선지, 이상하게 안심이 됐던 일이라든지」
「다리 걱정을 해줘서 안아줬을때,
사실은 모두한테 보여주면서 돌고 싶었던 일이라든가」
「취한 아오조라가 터무니없이 귀여웠던 일이라든가」
「키스했던 일은, 일부러 착각한 척 한 일이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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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뻑 젖어 점내로 돌아온 우리들은
천진하게 서로를 보며 웃습니다.
생각하면, 이번 여름은, 저도 아오조라도
언제나 물에 젖어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비에 젖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따뜻한 커피를 다 마실 무렵
백화점의 폐점을 알리는 음악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밖으로 나온 우리들은, 비가 내리는 밤거리를
우산도 없이 걸었습니다.
아오조라는 「비에 젖더라도(雨にぬれても)」를 흥얼거립니다.
가망이 없는 두 사람은, 언제까지도
뒤늦은 행복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728
비는 꽤 약해지고 있었습니다.
아오조라의 말에 하늘을 올려다보니
아련히 달이 떠있었습니다.
「아쉽게도, 별은 안보이지만요」
아오조라는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냅니다.
저는, 포장을 벗기지 않아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습니다.
「오르골이에요」
아오조라는 그것을 저에게 건넵니다.
그랜드 피아노의 모양을 본뜬
실린더 오르골입니다.
「이걸로, 구름낀 하늘씨가 좋아하는 건
일단 전부 모였네요」
오르골을 켜 보세요, 하고 아오조라는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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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정말로 갑작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것은 정말로 갑작스러운 일이었습니다.
태엽을 감고 있던 중
무의식적으로 제 마음속 흐림이 개였습니다.
저를 직접 죽이려고 했던 의사(의식)와는 다른
좀 더 위의 존재의 조작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된 것일까요
순간, 억누르지 못해 약해져있던
저의 인간적인 감정이 열립니다.
눈 앞의 소녀가, 갑자기
신 처럼 보였습니다.
아, 그랬던건가. 하고 저는 생각하며
아무 말 없이, 저는 아오조라를 끌어안습니다.
아오조라는「우왓」하며 놀라면서도
곧바로 껴안아줍니다.
그래, 하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정도의 감정이 흘러넘치는게 당연한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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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아오조라를, 이 바보같은
쓸데없는 반복에서 빼내주자
이런 비굴하고 앞이 안보이는 행복에 매달리지 않더라도
좀 더 진심으로 웃을 수 있도록 해주자,
오르골이 끝나갈 무렵
저는 그렇게 결의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 날이 우리들에게 있어
마지막 날이 되었습니다.
긴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 티스토리 - I love 병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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