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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좋아했던 여자아이 집 현관에 꽃을 가져도 두었던 적이 있다.
꽃은 근처의 정원이 근사한 집에서 꺾어다가.
사촌의 신문 배달 아르바이트를 도왔을 때였으니, 아직 어슴푸레한 이른 아침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 그 여자아이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오랜만에 추억에 젖어 [그 땐 그렇게 꽃도 놓고 가고 했었는데... 넌 어떻게 생각했었어?] 라고 말을 걸었다.
하지만 그녀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더니 내 가슴팍을 잡고 마구 흔들었다.
[그거, 네가 한 짓이야? 당장 그만둬!] 라고 절규하면서.
어떻게든 겨우 그녀를 안정시키고,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아직도 매일 꽃이 놓여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녀의 가족들도 [널 짝사랑하는 누군가가 가져다 놨나 봐~] 라면서 장난을 쳤다고 한다.
정작 내가 꽃을 가져다 놓은 것은 고작 2, 3일에 한 번 정도였지만, 언제부터인지 매일, 비가 오던 태풍이 오던 포장에 싸인 꽃다발이 놓여 있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한신 대지진이 일어났을 무렵에도.
[그만둬 주세요.] 라고 벽보를 붙여도 효과는 없었다고 한다.
감시 카메라를 설치해도 범인의 모습은 찍히지 않았고, 경찰에게 순찰을 부탁해도 [어느새인가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라는 식으로 꽃이 놓여 있었다고 한다.
이제는 가족 전체가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여서, 당연히 그녀의 집에 찾아간 나는 격렬하게 항의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선물로 가져간 과자를 곁에 두고 무릎 꿇고 사과했다.
그리고 내가 한 짓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 집에서 하루 묵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역시나 왔다.
그녀의 남동생이 [또 꽃이 있잖아!] 라며 나한테 꽃다발을 들이대는 것이었다.
...어?
[이봐, 너 현관문도 안 열고 어떻게 그걸 가져왔어?]
그랬다.
진실은 무엇보다 두려운 것이었다.
남동생이 스토커였다니.
나는 그 날 내 눈 앞에서 한 가정이 붕괴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았다.
남동생을 죽어라 두들겨 패는 아버지.
뜻을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지르는 어머니.
울면서 쓰러진 그녀.
그 와중에 남동생은 실실 웃고 있었다 - 다만, 나에게만은 혀를 차며 무척 째려보았다.
결국 그 사건이 남동생의 비뚤어진 애정에서 나온 것인지, 단순히 짖궂은 장난이었는지는 알아낼 수 없었다.
그 후 그 집과의 연락은 끊겼다.
소식도 없이 그대로 이사를 가 버렸고, 그 이후의 일은 나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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