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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어떤 사탕을 드시겠습니까? <초코맛>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WW7i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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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기맛 사탕을 먹으면 어떻게 될까 하는 스토리로 오유에 글을 쓰고 있었다. 나는 인터넷상에서 마솝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평범한 대학생으로 여러가지 상상을 하며 글을 쓰기를 좋아한다. 다만 이런 주제로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몇달 전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이 우리집에 찾아왔었다. 찾아왔다기 보단 침입했다고 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아무것도 특별할 것이 없었던 일요일 오후에, 너무 더워서 팬티만 입고 인터넷을 하던 도중에 벨이 울렸다. 종교라도 권유하면 어떡하나, 문을 열어줘야 하나 하고 고민하고 있을 찰나였다. 찰칵, 문고리가 돌아갔다. 분명히 들어올  때 잠궜던 것 같았는데.

  엄청 당황해있던 나를 정면으로 마주보며 그 사내가 다가왔다. 내 바로 앞까지 성큼성큼 걸어온 그는, 내 코앞까지 고개를 쑤욱 들이밀었다. 검은 중절모 밑으로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한쪽 눈은 의안인 듯한 사내가 돌아가지 않는 눈은 두고 남은 한쪽눈을 열심히 굴리며 나를 관찰하듯이 바라보았다. 그때까지 어이가 없어서 벙찐 나는 꼼짝도 못하고 그 분위기에 눌려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경찰에 바로 신고하지 않았을까, 아니면 도둑이라도 들면 어떡하나라는 심정으로 연필 꽂이에 준비해둔 송곳을 사용하지 않았을까.

  그렇지만 바로 그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은 것은 지금에 와서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 신사는 뭔가가 만족스러운 듯이 씨잇 웃었다. 이빨이 굉장히 보기 흉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릴대 부터 사탕이라도 잔뜩 먹었던 것이지. 하고 생각한 나는 곧 그 예감이 적중했음을 알게 되었다. 그는 그가 가져온 007가방을 모니터 앞으로 올려 능숙한 동작으로 내부를 보여주었다. 당신들도 상상하는 것 처럼 그 가방에는 저 아홉가지 사탕이 들어있었고, 이중에 하나를 고르도록 강요받았다.

  하나하나 신중히 생각했다. 고민하는 것에 시간제한 같은 것이 있는 건 아닌 듯 했다. 아무리 말을 걸어도 그 남자는 말없이 옆에 서있었으나, 뭔가 위협이 될만한 분위기라던가, 가방을 다시 닫고 가져가거나 할 것 같진 않아보였으므로 좀 더 신중히 택하기로 했다. 게다가 정신이 조금 들고 나서 보니, 굉장히 왜소한 체격의 노인이었고, 가죽장갑 안의 손은 아까까지만 해도 잘 몰랐지만 굉장히 불편해 보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것 역시 사탕을 많이 처먹어서 그런건지도 모르겠다. 수틀리면 이자를 제압하고 여기있는 사탕만 다 가지고 있어도 될 것 같았다. 세상 누가 덤벼도 이기리라. 그러나 우선은 무모한 모험은 하지 않기로 한다. 왜 이런 행운이 나에게 찾아왔는지는 모르겠다. 시발 고르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제외시켜야 한다. 이건 일생일대의 행운이었다. 

  첫번째 사탕부터 차근차근 스토리를 짜맞추기 시작했다. 분명 대부분 이런류의 이야기들은 반드시 혜택에 대한 댓가를 치르게 마련이라서,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하나 둘 선택지가 사라진다. 특히 딸기맛은 진짜 위험한 것 같다. 수명이 5년 이하일 때 사탕을 먹으면 어떻게 되는 건데? 게다가 수명도 모르는 상태이므로, 딸기맛 사탕을 먹는 건 보이지 않는 패를 들고 도박을 하는 짓이나 다름없다. 하나하나 제하다가 마지막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은 벌써 한밤중이었다.

  역시 현찰이 최고지, 나는 초코맛 사탕을 골랐다. 그러나 아무런 단서조항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사탕의 공급은 어떻게 되는지가 가장 중요했다. 하루 30만원, 한 달 900만원, 1년 2억 8000만원의 돈을 얻기 위해선 끊임없는 사탕의 공급이 필요했다. 남자는 아무말 없이 안주머니에서 봉투를 하나 꺼내 보여주었다. 약간 흠짓하긴 했다. 내가 초코맛을 고를 거라는 걸 미리 알았던 것 같다. 봉투 안에는 이런 내용의 쪽지가 같이 들어있었다. "돈과 함께 사탕 한 알도 나옵니다."

  이딴거 이렇게 거창하게 주지 않아도 될텐데 하고 고개를 들었을 때는 이미 남자는 없었다. 그리고 바로 뛰어가 현관문을 확인했지만 역시 굳게 잠겨있었다. 내가 꿈이라도 꾼건가, 했으나 손바닥 위에는 초콜릿색의 먹음직스러운 사탕 한알과 아까 본 종이조각이 들려있었다.

  종이조각은 버렸다. 그런데 일단 덜컥 겁이 들었다. 시발 이거 독이라도 들어서 내 장기 빼가는 거 아냐? 책상앞에 둔 사탕을 빤히 보던 나는 조금씩 깨서 먹어보기로 했다. 어차피 독이라도 치사량이 안넘으면 된다고 인터넷에서 본 것 같다. 이빨로 사탕 끝 부분을 조금 갉아서 먹어보았다. 근데 이거 은근히 맛있다. 보통 사탕이랑 다른데, 라고 생각하던 와중에 남은 사탕이 사라졌다. 그리고 왠지모르게 팬티 오른쪽 밴드에 알 수 없는 이질감이 들었다. 내려다 보니 이게 무슨, 5만원권 2장이 접힌 채로 꽂혀 있는게 아닌가. 나는 연일 시발을 외치며 조심스럽게 지폐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지폐 사이에서 아까 보았던 초콜릿 색 사탕이 툭 떨어졌다.

  그 후로 나의 하루 일과중 한가지가 추가되었다. 바로 사탕 세 번 먹기. 아침에 일어나서 사탕을 세 번 먹는다. 여러가지 실험을 해봤지만, 사탕의 일부가 목구멍으로 넘어가기만 하면 그 행위 자체를 먹는다고 인식하고, 내 몸에 5만원 권 지폐 2장을 끼울 수 있는 공간이면 주머니로 인식하는 것 같았다. 멀거벗고 있을 때는 오른쪽 겨드랑이에서 등장했고 팔을 벌리고 사탕을 먹으니 사타구니에서 떨어졌다. 그마저도 벌려보자니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서 관두었다.

  그렇게 나는 갑자기 부유해졌다. 통장에는 돈이 쌓이기 시작했고 일주일 쯤 지났을 때는 200이 넘는돈이 수중에 들어왔다. 한 달 쯤 지났을 떄는 이미 내 생활 자체가 아예 달라져 있었다. 사고싶은 것 다 사고, 먹고싶은 것 다 먹고 마시고 싶은 것 다 마시며 살았다. 심지어 강의 도중에는 내가 좀 떠들었다고 소리지르는 교수새끼에게 시원하게 욕을 해주고 나온 적도 있었다. 학과 사무실에서 계속 전화가 오지만 시발 내가 알게 뭐야. 몇 년 후면 내가 살고있는 이 오피스텔 건물도 살 수 있을텐데. 한 30억이면 사겠지 시발. 어? 근데 생각보다 돈이 좀 안벌린다.

  며칠동안 머리를 싸매고 돈을 더 벌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했다. 그리고 어느날 사탕의 맛을 음미하면서 아침에 새로 올라온 베오베의 글을 읽던 중이었다. 사탕이 녹은 물을 조금이라도 삼키면 바로 먹은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최대한 삼키지 않으면 진한 초코향을 느낄 수 있다. 몇 번 먹어봤는데 이 초콜릿은 진짜로 향이 굉장히 좋아서 아침마다 사탕을 먹는 행위도 꽤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이 쾌락 끝에는 덤으로 10만원이 생긴다. 세상에 이런 횡재가 어디있는가. 목그멍으로 살며시 삼키려는 그 찰나에, 갑자기 내 머리속을 스치는 괸장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며칠동안 고르고 고르고 골라서 가장 친구가 없고 가족과도 멀리 떨어져 사는 동기 하나를 수소문하여 내방으로 불러 내는데 성공했다.

  "야 너 알바 안할래?"
  "무슨 알바?"
  "나 지금 너 믿어서 하는말이야. 이거 어디가서도 말하고 다니면 안된다."

  내 제안은 이러했다. 이놈이 돈나오는 사탕을 먹고 5만원을 주고 5만원을 나에게 돌려주는 것. 역시 예상했던 대로 이놈은 처음부터 믿지 않았다.

  "그럼 보여주면 되잖아 병신아. 두 눈 있으면 똑바로 뜨고 잘봐."

  나는 사탕을 한알 먹고 주머니에서 바로 10만원을 꺼냈다.

  "시발 봤냐? 이 알바만 계속해도 넌 하루에 15만원이 생기는거야."
  "우와 시발. 야 나도 줘봐바."
  "그 책상 위에 드림카카오 통 있지? 그안에 있어 하나 먹어봐."

  미안 그게 진짜 초콜릿 사탕은 아니지만, 그래도 초콜릿 맛은 날거야.

  내 생각은 적중했다. 포인트는 목구멍 즉 식도와 주머니였다. 나머지는 돈을 만드는 데 필요하지 않으므로 처리해야 했다. 꽤 힘들었지만 일의 효율성을 생각하면 꼭 처리해야 하는 일이었다. 몇 달을 열심히 작업한 결과 나는 욕실에 많은 가죽 고리들을 만들 수 있었고, 그 옆에는 양말을 사다가 클립으로 고정해 두었다. 그리고 그 고리 안에 사탕을 떨구면 양말에는 여지없이 10만원과 새로운 사탕이 생겨났다. 그 사탕을 옆에 있는 고리에 떨구고, 또 옆에 있는 고리에 떨구고. 나는 이제 한 달 정도만 있으면 이 오피스텔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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