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A이라는 사람이 있다.
옆 자리에 있는 A는 원래 말이 없는 편인지,
업무적인 이야기를 제외하면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사내에도 특별히 친하게 지내는 사람도 없는 것 같다.
어느 날, A가 말했다.
"대리님,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다지 친하지 않기도 하지만,
나 역시 연애 경험이 많아 보이는 타입이 아니라서, 일부러 날 놀리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모습은 굉장히 진지했기에 아무래도 농담은 아닌 것 같았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가 좋아하는 여자는 말을 해본 적도 없고 길에서 스쳐 지나간 사이라고 한다.
여자를 많이 만나보지 않은 나라도 일단 대화를 해야 작업을 걸 수 있다고 생각됐다.
"일단 말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러자 그는 뭘 말하면 좋죠? 말할 타이밍을 모르겠어요. 등등을 물어보았고,
나는 적절하게 생각되는 대답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며칠 뒤.
A가 다시 내게 와서 오늘 이야기 해본다고 말했다.
상담을 해준 것도 있거니와, A가 반하게 된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 호기심도 생겼다.
그래서 A에게 대화가 중단될 때 도와주겠다는 핑계로 같이 가기로 했다.
여자는 항상 저녁 8시 쯤 나타난다고 한다.
퇴근길에 마주치는 모양이다.
그 길은 주택가라서 가게에 들어가 기다릴 곳도 없었다.
우린 길가에서 그녀가 오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8시가 되자 A가 왔다! 하고 중얼거리고는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는 내가 이야기해준 걸로 바탕으로 이것저것 말을 하고 있었다.
이야기가 잘 연결되는 것 같아 내가 낄 자리는 없어 보였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빨리 그 자리를 뜨고 싶었다.
나한테는 A가 말하는 상대가 보이지 않았다.
그가 아무 것도 없는 허공에 자연스럽게 말하는 것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 후에도 A는 회사를 잘 다니고 있다.
그 전보다 말수가 많아지고 밝아진 느낌이다.
"A씨, 혹시 연애해요?"
"네. 대리님도 보신 그 분이에요. 대리님 덕분에 잘 됐어요."
그녀와 진도가 어디까지 진행되었냐고 물어보자,
기쁜 듯이 함께 살고 있다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