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내가 어린아이들을 무서워했던 이유
대지진이 나기 전 대략 반년동안 저는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일본에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집은 키치죠우지라는 곳에서 한국인 친구 하나와 룸쉐어를 하며 지냈는데,
역에서부터 맨션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즈막한 육교가 하나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감상일지 모르겠지만 일본은 노을지는 모습이 참 이쁩니다. 알바 끝나고 여섯시 좀 안되서 그 육교를 건널때면 빨간 노을이 내려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 그 육교는 제가 참 좋아하는 곳이었습니다.
여느때처럼 음악을 들으며 육교를 건너는데, 반대편에서 대여섯살짜리 여자애가 나무를 바라보고 있더군요.
육교가 낮은지라 가로수의 나무가 육교 한 편을 덮고 있는 모양새인데, 그 앞에 서서 수풀 속을 빤히 보더랍니다.
별로 관심없이 그 애의 뒤편으로 지나가려는데, 절 불러새우더군요.
일본에 반년간 지내면서 길거리에서 만난 타인이 말 건 것도 처음이고, 그게 어린 꼬마라는 사실에 좀 놀라면서 고개를 숙여 눈높이를 맞추어 주었습니다.
"저거 꺼내 주실래요?"
아이치고 좀 조숙한 말투로.. 그렇게 말하며 수풀 속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더군요.
똑바로 섰을 땐 몰랐는데 아이 눈높이로 보니 수풀 사이로 새 둥지같은 게 보였습니다.
난간 밖으로 고개를 내미니 4마리 정도 되는 까만 새들이 보이더군요. 일본에 가장 흔한 까마귀 둥지인가 싶으면서도 조심성 많은 놈들이 이렇게 낮은데 집을 지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쨋든 새의 종류는 아직까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새 둥지 만진다는 게 께름칙하기도 하고, 어미새가 돌아왔을때 둥지가 없으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생각이 들어
"새들은 더러워서 만지면 좋지 않아. 그리고 아기새들을 건드리면 엄마가 화낸다."
라고.. 서툰 일본어로 최대한 친절히 말하고 육교를 내려왔습니다.
참고로 육교 계단은 U자 형이랄까... 계단 시작되는 그 위치에서 다시 계단이 끝나는 모양이었습니다.
보도를 밟으려는데 뭔가 폭신한게 떨어지는 소리가 나더군요. 재기찰 때 재기 떨구는 그런 소리?
검은 아기새였습니다. 이윽고 머지않은 곳에 또 한마리가 떨어졌습니다.
동시에 머리 위에서 "뭐하는 거야!"하는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고개를 드니 아까 그 꼬마애가 난간 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세마리째의 새를 던지려 하고 있더군요.
아마 그 애의 부탁을 들어 둥지를 집어다줬을 법한 아저씨가 그런 꼬마애를 육교 안으로 끌어당겼습니다.
제가 그 꼬마애의 얼굴을 볼 수 있었던 건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꼬마애의 얼굴은 너무도 환하게 순진하게 웃고 있었고 심지어 우연처럼, 이어폰에서는 히라이켄이라는 가수가 리메이크한 "할아버지 시계" 동요가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그 뒤로 육교를 지나갈 때 마다 꼬마애의 이쁘장한 얼굴과, 길바닥에서 꿈틀대던 아기새들이 생각나 꺼름칙한 기분이 들어 다른 길로 돌아다니게 됐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있는 지금도,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눈망울을 한 아이들을 보면 등 뒤가 서늘해지곤 합니다.
집은 키치죠우지라는 곳에서 한국인 친구 하나와 룸쉐어를 하며 지냈는데,
역에서부터 맨션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즈막한 육교가 하나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감상일지 모르겠지만 일본은 노을지는 모습이 참 이쁩니다. 알바 끝나고 여섯시 좀 안되서 그 육교를 건널때면 빨간 노을이 내려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 그 육교는 제가 참 좋아하는 곳이었습니다.
여느때처럼 음악을 들으며 육교를 건너는데, 반대편에서 대여섯살짜리 여자애가 나무를 바라보고 있더군요.
육교가 낮은지라 가로수의 나무가 육교 한 편을 덮고 있는 모양새인데, 그 앞에 서서 수풀 속을 빤히 보더랍니다.
별로 관심없이 그 애의 뒤편으로 지나가려는데, 절 불러새우더군요.
일본에 반년간 지내면서 길거리에서 만난 타인이 말 건 것도 처음이고, 그게 어린 꼬마라는 사실에 좀 놀라면서 고개를 숙여 눈높이를 맞추어 주었습니다.
"저거 꺼내 주실래요?"
아이치고 좀 조숙한 말투로.. 그렇게 말하며 수풀 속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더군요.
똑바로 섰을 땐 몰랐는데 아이 눈높이로 보니 수풀 사이로 새 둥지같은 게 보였습니다.
난간 밖으로 고개를 내미니 4마리 정도 되는 까만 새들이 보이더군요. 일본에 가장 흔한 까마귀 둥지인가 싶으면서도 조심성 많은 놈들이 이렇게 낮은데 집을 지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쨋든 새의 종류는 아직까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새 둥지 만진다는 게 께름칙하기도 하고, 어미새가 돌아왔을때 둥지가 없으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생각이 들어
"새들은 더러워서 만지면 좋지 않아. 그리고 아기새들을 건드리면 엄마가 화낸다."
라고.. 서툰 일본어로 최대한 친절히 말하고 육교를 내려왔습니다.
참고로 육교 계단은 U자 형이랄까... 계단 시작되는 그 위치에서 다시 계단이 끝나는 모양이었습니다.
보도를 밟으려는데 뭔가 폭신한게 떨어지는 소리가 나더군요. 재기찰 때 재기 떨구는 그런 소리?
검은 아기새였습니다. 이윽고 머지않은 곳에 또 한마리가 떨어졌습니다.
동시에 머리 위에서 "뭐하는 거야!"하는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고개를 드니 아까 그 꼬마애가 난간 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세마리째의 새를 던지려 하고 있더군요.
아마 그 애의 부탁을 들어 둥지를 집어다줬을 법한 아저씨가 그런 꼬마애를 육교 안으로 끌어당겼습니다.
제가 그 꼬마애의 얼굴을 볼 수 있었던 건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꼬마애의 얼굴은 너무도 환하게 순진하게 웃고 있었고 심지어 우연처럼, 이어폰에서는 히라이켄이라는 가수가 리메이크한 "할아버지 시계" 동요가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그 뒤로 육교를 지나갈 때 마다 꼬마애의 이쁘장한 얼굴과, 길바닥에서 꿈틀대던 아기새들이 생각나 꺼름칙한 기분이 들어 다른 길로 돌아다니게 됐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있는 지금도,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눈망울을 한 아이들을 보면 등 뒤가 서늘해지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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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애들 그냥 장난감ㄴ으로 보일수도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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