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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안경
마나코는 작년에 원하고 있던 대학에 입학했다.

그녀는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모두 여학교에서 다녔다.

교칙이 워낙 엄했던 탓에, [이성 교제는 모두 금지] 였다.



마나코의 고등학교는 작은 언덕의 경사면 위에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언덕의 기슭에는 대학교가 있었다.

복도 창가에서는 언제나 대학생들이 우아하게 캠퍼스 라이프를 즐기는 모습이 보였다.



워낙 대학교와 가까운 곳에 있다보니, 학생들 중에는 종종 몰래 대학생과 사귀는 사람도 있었다.

마나코 역시 누군가와 사귀고 싶다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차마 실제로 실행할 용기가 없었다.

교칙을 어긴 학생들 대부분은, 친구들에게 차마 그것을 숨기지 못했고 결국 소문이 퍼져나가 들켜 버렸던 것이다.



벌칙은 그렇게까지 심한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주위에서부터 시기와 경멸이 섞인 차가운 시선을 받으며 남은 고등학교 생활을 이어가야 한다.

그런 갑갑한 교풍이다 보니 학교에서는 여학생끼리 사귀는 경우도 잦았다.



마나코 역시 고백을 받은 적이 한 번 있었다.

그녀는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다녔다.

그런데 어느 날, 같은 음악부의 선배가 이런 말을 했다.



[너의 안경, 벗는 게 더 예뻐.]

처음에는 단순한 칭찬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렇지만, 컨택트 렌즈는 귀찮아서요...]



[아냐, 정말 벗는 편이 더 좋아.]

그 선배는 마나코보다 2학년 위의 사람으로, 웃는 얼굴이 눈부시게 인상적이었다.

특히 그 눈동자를 보고 있노라면 어째서인지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어느 날, 동아리 활동이 끝난 후 음악실에서 마나코는 선배에게 고백을 받았다.

[...미안해요. 선배는 정말 좋아하지만... 저는...]

긴 침묵이 흐른 뒤, [...아냐... 나도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꺼내서 미안해.] 작은 목소리로 선배는 중얼거렸다.



그 빨려 들어갈 것 같던 눈동자는 똑바로 마나코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눈물 탓인지 매우 거무스름해 보였다.

마지막으로 선배는 이렇게 덧붙였다.

[당신의 눈동자가 좋았어. 너의 안경, 벗는 편이 예뻐.]



선배는 눈부시게 웃으며 미소 지었다.

그 표정은 어째서인지 가슴이 무척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선배는 졸업했다.



선배는 다른 지역의 의료 대학으로 진학했다.

꿈이 간호사였다고 한다.

마나코 역시 2년 뒤, 도쿄의 지망 대학에 합격했다.



대학에 들어가면 보통 복장이나 머리의 제한이 없어져 많은 학생들의 외모가 많이 바뀌게 된다.

그것은 마나코 역시 마찬가지였다.

머리카락을 붉게 염색하고 예쁜 옷도 잔뜩 사서, 대학생다운 모습이 되었다.



그렇지만 테는 바꿨어도 안경만큼은 그대로였다.

컨택트 렌즈가 귀찮다는 것도 있었지만, 어쩐지 시야의 네 귀퉁이에 테가 들어오지 않는 것이 조금 불안했다.

원래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것이 서툴렀던 그녀에게 안경은 쓰는 것만으로 안심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다른 세상과 눈동자 사이에 한장의 유리 렌즈가 있는 것만으로 안심할 수 있는 것이랄까.

하지만 그런 마나코에게도, 올해 들어서 남자 친구가 생겼다.

그는 단기 대학에 다니는 대학생으로, 호리호리한 몸매에 얼굴이 무척 잘 생긴 양성적인 분위기의 사람이었다.



매우 상냥할 뿐 아니라, 그 웃는 얼굴과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눈동자가 마나코의 마음에 쏙 들었다.

중학교, 고등학교 내내 여학교를 다녔으니 물론 첫사랑이었다.

처음은 긴장을 잔뜩 해서 영 어색했지만, 그가 부드럽게 리드해 준 덕에 데이트도 매번 즐겁게 하곤 했다.



그는 술을 워낙 좋아해서, 매번 데이트를 하고 돌아올 때면 같이 술집에 들르곤 했다.

그 날 역시 데이트를 마치고 술집에 들러, 즐겁게 이야기하면서 두 사람 모두 취해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그가 입을 열었다.



[너의 안경, 벗는 편이 예뻐.]

[으, 아니야. 나는 안경을 쓰는 게 더 좋아.]

[뭐야, 그 쪽이 훨씬 좋은데.]



[전에도 그런 이야기를 들었었지만, 역시 난 안경이 좋은걸.]

[치...]

그런 쓸데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와중, 갑자기 그가 이렇게 말했다.



[오늘 말인데, 호텔에서 쉬고 가지 않을래?]

솔직히 마나코는 조금 기뻤다.

이 사람이라면...



[으, 응...]

호텔에 간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나에게도 마침내 이런 날이 왔구나] 라는 생각에 긴장이 되어서였던지, 마나코는 평소보다 훨씬 마셔서 만취해버렸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호텔 방이었다.

[정신이 들었어?]



[...? 으응...?]

아직 취기가 남아 있어,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천장과 바닥이 빙빙 돌고 있는 것 같다.



그는 알몸이었다.

[정신이 들었어?]

그녀는 그 모습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너무나 졸려서, 그만 잠에 들어 버렸다.

[마나코씨.]

[으... 응?]



[마나코씨, 들리세요? 일어나 주세요.]

마나코는 눈을 떴다.

[응...? 여기는?]



[병원이에요.]

아직 머리가 어지럽다.

게다가 근처는 어두웠다.



[지금... 몇시인가요?]

[2시입니다...]

[아... 새벽이구나.]



[아뇨, 한낮이에요.]

이상하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그럼 이 병실은 어째서 이렇게 어둡죠?]



[저... 그게, 그러니까...]

곤혹스러워 하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잠시 후, 변명하는 것 같은 목소리로 대답이 돌아왔다.



[마나코씨는 이제 앞을 볼 수가 없으셔요.]

[네...? 실명... 한 건가요?]

[네... 정확하게 말씀드리자면, 눈이... 없습니다.]



얼마 뒤 경찰이 마나코를 찾아왔다.

경찰의 말에 따르면 그녀는 어느 호텔 방에서, 두 눈이 적출된 채 쓰러져 있다 발견되었다고 했다.

눈에서 피가 분출하고 있어, 보는 것마저 끔찍한 모습이었지만, 바로 병원으로 호송되어 기적적으로 목숨은 건질 수 있었다.



범인이 누군지는 알 수 없었다.

범인은 마나코에게 마취를 하고, 의식을 잃은 사이 안구를 적출한 듯 했다.

범인은 알몸으로 범행을 한 뒤, 샤워를 해서 피를 씻어내고 그대로 도주했다고 한다.



그 외에 다른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마나코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겠죠. 그런데 당신의 남자 친구는 가명을 썼던 것 같아요.]

[네?]

경찰의 말에 마나코는 깜짝 놀랐다.



[주소도 학적도 모두 위조였습니다. 아무튼 범인은 당신의 남자 친구라고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런... 말도 안 돼...]

[그가 뭔가 이상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나요? 신체적 특징이라던지...]



그녀는 조금 생각하고 이렇게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마지막으로 정신을 잃기 전 보았던 그의 모습.



그에게는 남자에게 꼭 있어야 할 것, 즉 성기가 없었다.

변장한 여자였던 것이다.

[혹시 의심이 가는 사람은 없습니까?]



마나코는 짐작이 가는 인물이 딱 한 사람 떠올랐다.

[선배...?]

고등학교 시절 마나코에게 고백했던 선배는 졸업 후 의료 대학에 갔다.



분명 마취 관련 지식도 있었을 터였다.

그렇지만 설마 그 선배가 변장까지 해서 자신의 남자 친구로 꾸미고 있었다니...

[믿을 수 없어요... 도대체 왜?]



경찰은 그녀에게 범인은 곧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위로하고 병실을 나섰다.

더 이상 앞을 볼 수 없게 된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제부터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문득 고등학교 시절 수업의 일환으로 장애인 체험을 했던 것이 기억 났다.

눈가리개를 하고 다른 친구와 짝을 지어 50m 정도를 걸었다.

도중에 계단에 부딪혀, 그녀는 넘어지다 짝이 아닌 다른 친구에게 부딪혔던 적이 있었다.



그 기억을 떠올리자 지금 상태로 다시 대학에 다닐 수 있을지 벌컥 두려워졌다.

과연 취직은 할 수 있을까?

자신 같은 사람을 고용해 줄 곳이 있을까?



시각 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이라니...

그녀가 그런 걱정들을 하고 있을 무렵,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어졌다.

[어떻게 하지...]



이미 마나코는 혼자서 돌아다닐 수 없게 되었다.

간이용 화장실이나 기저귀를 쓰겠냐고 간호사가 물어봤었지만, 아무래도 부끄러워서 그것도 거절했었다.

어쩔 수 없다 싶어져서 그녀는 너스 콜 버튼을 눌렀다.



복도에 발소리가 울리며 곧 병실에 간호사가 들어 왔다.

[마나코씨, 부르셨나요?]

여자의 목소리다.



[네,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요...]

[그러면 제가 같이 가 드릴게요. 휠체어를 타시겠습니까?]

[아뇨... 괜찮습니다. 걸을 수는 있으니까요.]



침대에서 일어나려다 조금 발을 삐끗했다.

[앗!]

쓰러지며 간호사에게 부딪히고 말았다.



[죄, 죄송해요.]

[아뇨, 저야말로요.]

상냥하게 웃는 얼굴이 머릿 속에 그려지는 것 같은 목소리였다.



[저야말로 미안해요.]

[네...? 무슨 소리세요?]

갑자기 간호사가 귓속말을 한다.



[그렇지만 다행이야... 역시 벗는 편이 예뻐.]

[무, 무슨 소리세요?]

마나코는 눈이 보이지 않는다.



간호사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완전히 다른 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소리냐구요!]



[그러니까... 너는 안경을 벗는 편이 예뻐.]

[...]

귓가에 들려온 한 마디가, 머릿 속에서 빙빙 돈다.



[너의 안경(めがね, 메가네), 벗는(とった, 톳타) 편이 예뻐.]

[너의 안경(めがね, 메가네), 벗는(とった, 톳타) 편이 예뻐.]

[너의 눈 말이야(眼がね, 메가네), 뽑는(採った, 톳타) 편이 예뻐.]



[!!!]

[네 눈 말이야, 정말 좋아했어. 지금도 예쁘게 장식해 놨어.]

조용히 마나코와 간호사는 계속 걷는다.



[옛날에는 간호부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간호사라는 직업 이름으로 바뀌었어. 왜인지 아니?]

말이 나오지가 않았다.

[요즘에는 남자도 많거든.]



그저 이끌려서 복도 밖으로 나왔다.

[그 때 마나코가 왜 고백을 받아주지 않았는지 그 때부터 계속 고민했었어. 그건 내가 여자였기 때문이야. 그치, 마나코? 나, 더 노력해서 몸도 마음도 남자가 될게.]

정확히 이인삼각으로 두 사람은 화장실로 이어지는 복도를 계속 걸어간다.



[지금부터는 계속 함께야. 내가, 너의 빛이 되어줄게.]

마나코의 가슴 속에서, 미약하게 빛나고 있던 마지막 한조각 빛이 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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