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돌려줘
나는 운이 좋았다.
졸업 후, 바로 취업이 된 것이다.
다만 고향에서 올라와 도시에서 혼자 생활해야 했다.
여자 혼자 사는 게 두렵긴 했지만, 한편으로 부모님을 떠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설레기도 했다.
다행히도 회사 근처에 좋은 오피스텔 매물이 있어서 집을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회사에서도 가깝고, 역에서도 가까워서 입지 조건은 매우 좋았다.
지체하면 없어질까 불안해서 바로 계약을 했다.
이사를 마치고 며칠 후였다.
퇴근하고 오피스텔 로비에 들어가니,
어떤 여자가 아이를 두 명 데리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관리인은 야간 순찰중이라 자리를 비웠다.
여자는 단발머리를 하고 나이는 서른 중반 정도로 보인다.
야근을 하느라 늦는 남편을 기다리는 건가.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엘리베이터로 가 8층 버튼을 눌렀다.
8층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를 내리자마자 우측이 나의 새집이다.
옷도 갈아입지 않고 편의점에서 사온 맥주와 안주를 꺼내 바로 텔레비전 앞에 앉았다.
문득 시계를 보니 벌써 새벽 한시가 넘었다.
띵동.
갑자기 현관 벨이 울린다.
새벽 한시가 넘은 시각.
도로엔 차도 다니지 않아 조용한 시각이다.
현관 벨이 생각보다 크게 느껴진다.
집들이도 하지 않아서 우리 집을 아는 사람은 없다.
대체 누굴까.
술에 취해 자기 집을 착각한 사람인가.
이럴 때는 가만히 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띵동.
그러나 다시 벨이 울린다.
아무래도 의도가 느껴지는 벨소리다.
어쩔 수 없이 인터폰을 들어 대답한다.
"누구세요?"
"……."
상대방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역시 집을 착각한 모양이다.
방으로 돌아가야겠다.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소란스럽게 벨이 울린다.
인터폰을 들어 다시 물어본다.
"누구세요?"
"…려…줘."
가냘픈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뭐라고 하는지 잘 들리지 않는다.
"죄송한데요, 잘 안 들리네요."
"…려…줘."
한밤중에 장난치는 건가.
나도 모르게 짜증이 담긴 목소리로 응수한다.
"네? 뭐라고요? 뭐라고 하시는 거에요?"
"……돌려…줘!"
분명히 들었다.
"남편을 돌려줘!"
나는 황당했다.
당시 불륜은커녕, 남자친구도 없었기 때문에.
"집을 착각하신 거 아니에요?"
"빨리 문 열어요! 거기 안에 있죠? 남편, 안에 있죠?"
여자는 말을 마치자마자 문을 격렬하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런 일이 이웃에 소문이라도 나면 피곤해진다.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아까 로비에 본 여자가 두 아이와 함께 서있었다.
문을 열자마자 여자는 바로 들어와서 집에 있는 문이라는 문은 마구 열어본다.
굉장히 불쾌했지만, 착각이라고 스스로 판단하면 돌아가리라 생각해서 꾹 참았다.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다.
방을 뒤져도 남편이 나오지 않자,
이번엔 방에 앉아 울면서 남편을 돌려달라고 호소해왔다.
나는 몇 번이나 말했다.
"착각하시는 거에요. 전 이사 온 지 며칠 밖에 안 돼서 당신 남편을 몰라요!"
그러나 여자는 마침내 땅에 엎드려 절까지 하면서 남편을 돌려달라고 하기 시작했다.
불쾌하기 이전에 무서워졌다.
착각이라도 해도 남의 집에 아이들과 함께 들어와서 마구 뒤지고, 울고, 아우성치다니.
공포와 불쾌함이 뒤섞여 비꼬는 듯 내뱉었다.
"그렇게 소중한 남편이라면 목에 줄이라도 감아두지 그랬어요?"
무심코 말했다.
말하고 보니 아차 싶었다.
"아가씨는 예쁘네……. 게다가 젊고 세련되고……. 나랑 비교되게. 남자들은 너 같은 년이면 다 좋아하겠지? 남자 많잖아? 우리 남편 정도는 돌려줘도 되잖아? 어서 남편 돌려줘!"
여자는 하염없이 울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이렇게 소란을 피우고 있는데도 이상할 정도로 가만히 있었다.
나는 포기하다 싶어 그녀를 무시하기 시작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른 곳을 쳐다봤다.
그런 내 얼굴을 보고는 여자는 일어나서 천천히 아이들을 안아 올렸다.
휴, 드디어 집에서 나가는 건가.
하지만 여자는 아이들을 안은 채로 베란다로 휘청휘청 향했다.
그리고 바로 베란다에 아이를 한 명, 아래로 던져 떨어뜨렸다.
그 순간이 슬로우 모션처럼 천천히 보였다.
쿵!
나는 당황해서 베란다에 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아이의 머리에선 피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뭐, 뭐하는 거에요! 1,119! 119!"
나는 방으로 돌아가 수화기를 들었다.
쿵!!!
다시 큰 소리가 났다.
고개를 돌리니 여자는 남은 아이를 베란다 아래로 던진 것 같다.
늦었다…….
여자는 웃으면서 나를 쳐다봤다.
"니 년이 한 짓은 사라지지 않아. 평생 용서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는 스스로 뛰어 내렸다.
나는 곧바로 집에서 나와 오피스텔 뒷마당으로 뛰었다.
분명 베란다에서 떨어졌다면 거기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없다.
현관을 나와서 여자와 아이들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오피스텔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그들을 찾을 수 없었다.
분명 눈앞에서 두 아이를 차례차례 던지고 자기도 뛰어 내렸다.
뭐가 뭔지 모르는 상태로 방으로 돌아왔다.
납득이 되지 않았지만 아무 것도 없었던 일처럼 아무 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꿈인가 싶었지만, 마구잡이로 열려 있는 방문들을 보니 꿈은 아닌 것 같다.
잠도 자지 못하고, 뜬 눈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아침이 되자마자 관리인실로 향했다.
어젯밤 일과 그 전에 살았던 사람 등등. 내가 모르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졸업 후, 바로 취업이 된 것이다.
다만 고향에서 올라와 도시에서 혼자 생활해야 했다.
여자 혼자 사는 게 두렵긴 했지만, 한편으로 부모님을 떠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설레기도 했다.
다행히도 회사 근처에 좋은 오피스텔 매물이 있어서 집을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회사에서도 가깝고, 역에서도 가까워서 입지 조건은 매우 좋았다.
지체하면 없어질까 불안해서 바로 계약을 했다.
이사를 마치고 며칠 후였다.
퇴근하고 오피스텔 로비에 들어가니,
어떤 여자가 아이를 두 명 데리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관리인은 야간 순찰중이라 자리를 비웠다.
여자는 단발머리를 하고 나이는 서른 중반 정도로 보인다.
야근을 하느라 늦는 남편을 기다리는 건가.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엘리베이터로 가 8층 버튼을 눌렀다.
8층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를 내리자마자 우측이 나의 새집이다.
옷도 갈아입지 않고 편의점에서 사온 맥주와 안주를 꺼내 바로 텔레비전 앞에 앉았다.
문득 시계를 보니 벌써 새벽 한시가 넘었다.
띵동.
갑자기 현관 벨이 울린다.
새벽 한시가 넘은 시각.
도로엔 차도 다니지 않아 조용한 시각이다.
현관 벨이 생각보다 크게 느껴진다.
집들이도 하지 않아서 우리 집을 아는 사람은 없다.
대체 누굴까.
술에 취해 자기 집을 착각한 사람인가.
이럴 때는 가만히 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띵동.
그러나 다시 벨이 울린다.
아무래도 의도가 느껴지는 벨소리다.
어쩔 수 없이 인터폰을 들어 대답한다.
"누구세요?"
"……."
상대방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역시 집을 착각한 모양이다.
방으로 돌아가야겠다.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소란스럽게 벨이 울린다.
인터폰을 들어 다시 물어본다.
"누구세요?"
"…려…줘."
가냘픈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뭐라고 하는지 잘 들리지 않는다.
"죄송한데요, 잘 안 들리네요."
"…려…줘."
한밤중에 장난치는 건가.
나도 모르게 짜증이 담긴 목소리로 응수한다.
"네? 뭐라고요? 뭐라고 하시는 거에요?"
"……돌려…줘!"
분명히 들었다.
"남편을 돌려줘!"
나는 황당했다.
당시 불륜은커녕, 남자친구도 없었기 때문에.
"집을 착각하신 거 아니에요?"
"빨리 문 열어요! 거기 안에 있죠? 남편, 안에 있죠?"
여자는 말을 마치자마자 문을 격렬하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런 일이 이웃에 소문이라도 나면 피곤해진다.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아까 로비에 본 여자가 두 아이와 함께 서있었다.
문을 열자마자 여자는 바로 들어와서 집에 있는 문이라는 문은 마구 열어본다.
굉장히 불쾌했지만, 착각이라고 스스로 판단하면 돌아가리라 생각해서 꾹 참았다.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다.
방을 뒤져도 남편이 나오지 않자,
이번엔 방에 앉아 울면서 남편을 돌려달라고 호소해왔다.
나는 몇 번이나 말했다.
"착각하시는 거에요. 전 이사 온 지 며칠 밖에 안 돼서 당신 남편을 몰라요!"
그러나 여자는 마침내 땅에 엎드려 절까지 하면서 남편을 돌려달라고 하기 시작했다.
불쾌하기 이전에 무서워졌다.
착각이라도 해도 남의 집에 아이들과 함께 들어와서 마구 뒤지고, 울고, 아우성치다니.
공포와 불쾌함이 뒤섞여 비꼬는 듯 내뱉었다.
"그렇게 소중한 남편이라면 목에 줄이라도 감아두지 그랬어요?"
무심코 말했다.
말하고 보니 아차 싶었다.
"아가씨는 예쁘네……. 게다가 젊고 세련되고……. 나랑 비교되게. 남자들은 너 같은 년이면 다 좋아하겠지? 남자 많잖아? 우리 남편 정도는 돌려줘도 되잖아? 어서 남편 돌려줘!"
여자는 하염없이 울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이렇게 소란을 피우고 있는데도 이상할 정도로 가만히 있었다.
나는 포기하다 싶어 그녀를 무시하기 시작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른 곳을 쳐다봤다.
그런 내 얼굴을 보고는 여자는 일어나서 천천히 아이들을 안아 올렸다.
휴, 드디어 집에서 나가는 건가.
하지만 여자는 아이들을 안은 채로 베란다로 휘청휘청 향했다.
그리고 바로 베란다에 아이를 한 명, 아래로 던져 떨어뜨렸다.
그 순간이 슬로우 모션처럼 천천히 보였다.
쿵!
나는 당황해서 베란다에 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아이의 머리에선 피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뭐, 뭐하는 거에요! 1,119! 119!"
나는 방으로 돌아가 수화기를 들었다.
쿵!!!
다시 큰 소리가 났다.
고개를 돌리니 여자는 남은 아이를 베란다 아래로 던진 것 같다.
늦었다…….
여자는 웃으면서 나를 쳐다봤다.
"니 년이 한 짓은 사라지지 않아. 평생 용서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는 스스로 뛰어 내렸다.
나는 곧바로 집에서 나와 오피스텔 뒷마당으로 뛰었다.
분명 베란다에서 떨어졌다면 거기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없다.
현관을 나와서 여자와 아이들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오피스텔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그들을 찾을 수 없었다.
분명 눈앞에서 두 아이를 차례차례 던지고 자기도 뛰어 내렸다.
뭐가 뭔지 모르는 상태로 방으로 돌아왔다.
납득이 되지 않았지만 아무 것도 없었던 일처럼 아무 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꿈인가 싶었지만, 마구잡이로 열려 있는 방문들을 보니 꿈은 아닌 것 같다.
잠도 자지 못하고, 뜬 눈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아침이 되자마자 관리인실로 향했다.
어젯밤 일과 그 전에 살았던 사람 등등. 내가 모르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하지만 관리인은 내 이야기를 듣고서도 아무 것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부동산에도 전화했지만, 아무 것도 들을 수 없었다.
부동산에도 전화했지만, 아무 것도 들을 수 없었다.
다만 뜬소문에는 8층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이사하자마자 나가는 일이 많은 것 같다.
역시 운 좋게 좋은 집을 쉽게 구했다 싶었더니, 사정이 있는 집이었나 싶다…….
그러고 보니 문득 생각이 났다.
이사 오는 날, 오피스텔에 사는 어느 부인에게 인사하자 이렇게 묻는 것이었다.
"혹시 8층 아가씨도 혼자 살아요?"
그리고는 살며시 웃고 있던 것을.
그러고 보니 문득 생각이 났다.
이사 오는 날, 오피스텔에 사는 어느 부인에게 인사하자 이렇게 묻는 것이었다.
"혹시 8층 아가씨도 혼자 살아요?"
그리고는 살며시 웃고 있던 것을.
이런, 설마 반복되는 일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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