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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검은색 풀
초등학교 수영 수업 시간 때의 일이다.

그 날 수업에서 빠진 나는 친구와 함께 수영장 뒷편의 잡초를 뽑고 있었다.

시시한 이야기를 하면서 빈둥빈둥 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친구가 나를 불렀다.



달려가 보니 친구가 가리키는 쪽에 잡초에 섞여 검은색 풀이 자라고 있었다.

아니, 검은색 풀이라기보다는 머리카락 같은 모습이었다.

무서움보다는 호기심이 앞섰던 나머지 우리는 그것을 뽑아 보기로 했다.



가위바위보에서 진 내가 머리카락을 움켜 쥐고 단숨에 잡아 당겼다.

의외로 그것은 간단히 빠져 나왔다.

지면에 나와 있던 풀 같이 보이던 머리카락의 끝은 묶여 있었고, 그 밑에는 목이 있었다.



양파 정도의 크기로 쭈글쭈글해져서 바싹 말라있는 목이었다.

눈, 코, 입조차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오그라들어 있었지만, 틀림 없는 사람의 목이었다.

당연히 우리들은 기겁했다.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선생님을 불렀다.

하지만 달려온 것은 선생님이 아니라 가까이에서 같이 잡초를 뽑고 있던 여자아이였다.

그 아이는 목을 보고는 울면서 도망쳤다.



우리도 그 모습을 보니 덜컥 겁이 나서 울면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운동장에서 체육 수업을 하고 있던 다른 학년의 담임 선생님에게 그 일을 말했다.

선생님은 우리의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수영장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 4명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그 목은 홀연히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불과 5분 정도 밖에 안 되는 시간이었다.

남아 있는 것은 목을 뽑아낸 구멍과, 잡아 당겼을 때 빠진 머리카락 뿐이었다.



선생님은 개구장이였던 나와 친구가 꾸며낸 것은 아니냐며 화를 냈지만, 성적이 우수한데다 반장이었던 여자아이가 증언을 해준 덕에 우리 이야기를 믿어 주었다.

점심 시간 내내 선생님들이 모두 나와서 주변을 찾았지만, 목은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남겨진 머리카락만을 경찰에 가져가 신고했다고 한다.



이후 이 사건에 관해서는 전혀 진전된 것이 없었고, 결국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나를 포함해 3명이 그 목을 본 것만은 확실하다.

지금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정말 놀라운 일이 몇 년 후에 일어났다.

나는 6살 연상의 여자친구와 사귀게 되었다.

그녀는 나와 같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나의 선배였다.



어쩌다 어릴 적 이야기를 하던 도중, 내가 목을 캐냈던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러자 여자친구는 [어? 아직도 그 소문이 돌고 있나?]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무슨 소리인지 물어봤더니, 그녀가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을 무렵 풀숲에 방금 자른 목이 묻혀 있다는 괴담이 나돌았다는 것이었다.



내가 어안이벙벙해져서 [그 목, 내가 정말로 파냈는데?] 라고 말하자 여자친구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설마... 그 이야기가 진짜였다니...]

결국 그 목의 정체는 지금도 모르고 있을 뿐이다.



아직도 내 모교에는 목이 묻혀있다는 괴담이 떠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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