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사신님
어렸을 때 친구에게 들었던 이야기다.
친구는 실화라고 바득바득 우겼지만 어쨌거나 전해들은 이야기니만큼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느 자매가 어떤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그 실험이라는 것은, 우선 새벽 2시에 자고 있는 사람을 사이에 두고 좌우에 2명의 사람이 서서 손뼉을 가볍게 두 번 치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 후 눈을 감고 [사신님, 사신님, 정말 무서운 걸 보여주세요.] 라고 작게 중얼거린다.
그리고 3분 동안 눈을 감고 있다가 살짝 눈을 떠서 가운데에서 자고 있는 사람의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이 죽을 때 짓는 표정이 떠오른다는 이야기였다.
매우 간단한 내용인데다 간단한 주문이었다.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시시한 내용에 처음에 언니는 별로 흥미가 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동생은 [해보자, 해보자. 다른 사람한테 실험해보면 되잖아.] 라고 졸라댔다.
그래서 자매는 주말에 아버지를 대상으로 그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딱히 아버지에게 나쁜 감정이 있는 것은 전혀 아니었다.
그저 그날 따라 어머니가 친정에 가서 자고 오시게 되어 집에 있던 것은 아버지 뿐이었던 것이다.
두명이서 조용히 아버지의 방에 들어가서, 주무시는 것을 확인하고 실험을 준비했다.
준비라고 해봐야 양 옆에 나란히 서는 것 뿐이었지만.
대충 시간이 2시쯤 되자, 자매는 눈을 감고 주문을 외웠다.
짝, 짝.
[사신님, 사신님, 정말 무서운 걸 보여주세요.]
그 이야기를 진심으로 믿고 있던 동생은 무서워하면서도 두근거리며, 그저 도와주고 있던 언니는 냉정하게 3분을 기다렸다.
이윽고 3분이 지났다는 것을 알리는 휴대폰 알람의 진동이 울렸다.
그리고 둘은 동시에 눈을 떴다.
하지만 아버지의 얼굴은 평소와 똑같았다.
[거봐. 소문은 다 이런거야. 이제 해봤으니까 빨리 자자.]
그래서 두 사람은 자기 방으로 돌아가 그대로 잠에 빠졌다.
그리고 다음 날.
한참동안 늦잠을 자버린 자매가 낮이 다 되어서 일어났는데, 1층이 떠들썩했다.
내려가보니 아침에 돌아오기로 하셨던 어머니가 대단히 당황한 듯한 얼굴로 어딘가에 전화를 하고 있었다.
[크, 큰일 났어요. 남편이, 남편이...]
언제나 새벽에 일어나던 남편이 아침이 되도록 일어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 어머니가 깨우러 가보니 이불 속의 아버지가 숨을 쉬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인은 심근경색으로 인한 발작이었다.
어머니와 구급대원이 현관 앞에서 나누는 대화를 자매는 듣게 되었다.
[남편은... 언제쯤 발작이 일어났던 건가요?]
[아직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만... 저 상태를 봐서는 아마 밤 12시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쓰러져 우는 어머니를 보며, 언니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러면 결코 표정이 바뀔리가 없네.] 라고 말했다고 한다.
단순히 우연의 일치였을까?
아니면 정말로 사신이 아버지의 목숨을 앗아간 것일까.
누구도 진실은 알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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