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디스 주세요. 소주는 제가 꺼낼께요."
"어여어여.. 그래그래.. 혼자 밤에 안무서운가? 산소도 지나오고 학생.(학생이라고 불러주셔서 항상 고마웠던..)"
"에이 오늘은 둘이 왔잖아요. 그리고 뭐 혼자서 밤에 거기서 보면 시원해요."
"그려? ..그리고 오늘은 둘이라고? 아무도 없는데 뭔소리야 시방.. ㅎㅎ 자 여기 디스있어."
"얼마죠? 아 이거까지도 계산이요. 죠기 밖에 같이 왔잖아요. 애가 갑자기 이상해져서.."
"혼자 오던디? 저기 꼭대기에 머리 보일때부터 봤는데 말야 학생."
"엥? ㅋㅋ; 할머니 아이구.. 좀 푹 주무세요. 더워서 잠을 못주무시나보네. 계세요."
"잔돈잔돈. 잔돈 받아가야지 학생. 400원이니까.."
"10원짜리 싫어요. 맨날 잔돈 줄땐 10원 50원짜리로 섞어서 주시더라. ㅋㅋ 계세요."
"그럼 조심해서 들어가봐. 혼자 다니지 마러. 옛날엔 삵도 귀신도 돌아댕기던 동네여."
당부의 말씀을 들으며 "네~" 하면서 문밖을 나오니 10여미터 앞에 그 녀석이 서있었습니다.
갑자기 녀석이 불쌍해 보인건 왜일까요. 혼자서 어찌 하지도 못하고 밖에 그렇게 서있는 걸 보니 참..
"야. 가자. 너 빵산다고 했지? 옛다. 이거밖에 없더라. 카스테라랑 우유다."
봉지를 그녀석에게 던져주고는 담배를 한대 입에 물었습니다. 옆을 보니 그녀석 이제는 고개를 들고
제 옆으로 걷고 있었습니다.
"너 갑자기 왜그랬냐?"
"형.. 형 귀신본 적 없지?"
"귀신? 음.. 야.. 왜 갑자기 여기서 그런 이야길 하냐; 이 야밤에 산길에서 말야. 그것도 조금 더 가면 묘지다.."
"형은 귀신 본적 없는거야. 그래서, 그렇게 겁이없지. 난 귀.."
"야. 난 귀신보다는 우리 엄마가 더 무서워."
"형.. 귀신은 말야. 정면으로 눈이 마주치면서 이야길 하면 안되.. 좋은 귀신이든 나쁜 귀신이든 귀신일뿐이거든."
"음 그래? 야 계속해봐. 납량특집극인데?"
"형.. 장난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잘들어. 귀신을 봤다 싶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할 것이 있어."
"뭔데?"
"향기.. 아니 냄새.. 특이한 향이 나면 그거 귀신이야. 왜 있잖아. '뭐 이런 향을 뿌리고 다녀' 라고 생각되는 향"
"응? 귀신향이 나냐?"
"귀신한테는 뭔가 이상한 향이 나는거야. 그게 내 연구에 따르면 경계를 허물며 존재하는 것은 현세상의 물리력에
위배되거든. 그래서 몸이랄까.. 그게 즉, 형체가 기화?라고 표현하는게 좋겠네. 그렇게 되는거야. 기화되면 공기중으로
흩어지는 건데 그러면서 향이랄까 냄새랄까 그게 발산되는거야. 즉.. 그 ..그 형체를 들이 마시는 거지."
"왝.. 귀신을 들이마시는 거라서 향이 난다고?"
"개를 보면 알아. 개가 괜히 짖거나 고양이가 갑자기 털을 세우고 한곳을 보는거 말야."
"고양이도 냄새 잘 맡는거야?"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형!"
갑자기 소릴 치는 녀석. 깜짝 놀랐었습니다. 제일 놀란것이 이 녀석의 외침이었다니..
그 녀석은 한참 날 바라보았습니다. 자기가 외친 소리에 자기도 놀란 듯 했습니다. 감히 형한테.. -_-+
".. 형.. 잘 들어봐. 이제부터가 중요해."
"구.. 구래.."
녀석은 멈추었습니다. 이야길 하고 가겠다는 의지가 다분한 표정으로 저를 보더군요.
"그래.. 그럼 여기 바위에서 잠깐 담배 한대 더 피고 가자. 얘기해봐."
전 바위에 걸터 앉고 이야길 들었습니다. 녀석도 제 옆에 앉더군요.
"주의깊게 잘 들어. 이건 어디 땡중이나 목사들이 떠벌리거나 무당이라고 사기치는 것들이 떠드는 게 아닌 진짜니까.
형. 귀신은 말야. 있어. 과학적으로 설명하거나 존재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조만간 세계에선 발견 혹은 발명하게
될꺼야. 우리 생애에 영에 대해 굉장한 과학적 발견을 하거나 영을 확인할 수있는 뭔가를 발명할 거라고. 기대해도 좋아.
그럴 수있는 단계 전까지 과학이 발달한 거 같아. 형. 옛날 사람들이 언젠가 우리가 우주에 날라가거나 바다밑을 잠수해서
돌아다닐 거라고 생각했겠어?"
"그야.. 그렇지.."
"형 잘 들어둬. 다 형 위한거야. 길이란 거 말야. 사람이 돌아다니는 길 말야. 그 길이란게 얼마나 중요한 건지 알아?
사람이 돌아다니는 길이다 라고 선포하는 건 거긴 다른 것들이 돌아다니는 것보다 사람을 우선으로 정해놓은 거야.
그런데, 그런 길을 사람이 아닌 것이 걸을 때가 있어. 동물들 말고.. 동물들은 인간보다 생각의 폭이 좁고 얕으니까 그건
그냥 그러려니 하고. 일단 귀신을 말하는 거니까. 그것들은 집, 주차장, 맨홀, 전봇대(여기서 얘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늘어놓았는지 기억도 다 안남. 의자도 있었고 뭐 등등) 세탁기 따위에 눌러붙을 때가 많아. 그런데 들러붙은 건
버리면 되. 비싼거면 깨끗하게 닦고 아껴주면 그것들도 사라져. 버린 물건 함부로 쓰지 않고 소금으로 닦는거 본적 있어?
그러는게 다 이유가 있어. 그런데, 도로나 길을 생각해봐. 사물은 사물인데 함부로 버리거나 깨끗하게 닦기가 만만치가 않아.
그래서.. 방치되. 행여나 길을 돌아가려고 한다 해도 길이 없으면? 이 길처럼 외길이면? 어쩔 수 없이 다녀야하지."
이쯤에서 살짝 눈치를 챘다. '이 녀석.. 진지하네. 그럼 뭐야 이 길에 귀신이 들러붙어 있단거야?' 라는 살짝 벗어난 눈치를..
"그런데, 이 길 있잖아. 발자국이 너무 많아.."
"응?? 발자국.?"
이러면서 '발자국이.. 시멘트길에.? 임마.'라는 생각과 동시에 등골이.. '이 자식이.. 여기 귀신 발자국이 많다는 거네.'
고개를 숙이고 있는 녀석이 다시 말을 합니다.
"발자국이 안찍힌 곳이 몇군데 일직선으로 쭉 이어져 있어. 그 외에는 발자국 투성이야.. 그래서, 나 아까 그렇게 걸어온거야."
"야.. 야.. 그럼 난? 난 그 발자국인가를 밟아왔단 거야? 그러면, 뭐가 일어나는건데? 아니 무엇보다도 넌 그걸 어케 알아."
"형.. 형이 밟아 온 길은 괜찮아. 형은 항상 묘지방향에서 움직이던데 거긴 안전해."
"야이.. 짜증나게. 야 귀신이면 묘지쪽이 더 무서운거잖아. 묘지에서 나올거 아냐."
"형.. 거기 묘지 귀신은 딱 한분이야."
"그래도 귀신은 귀신인거지. 아니 자꾸 질문을 피하네 이게.. 야 너 그걸 어케 아냐고 느낌이냐? 정말로 보여?"
고개를 숙이고 있던 녀석이 조용히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