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두부 두모 주세요. 한모에 700원 맞죠 네?? 900원이라구요? 아유..많이도 올랐네..깍아주시지.."
오늘은 동생 주문이 18번째 생일이다.
녀석의 빠진 치아가 다 보일정도로 입이 찢어져라 좋아하는 마파 두부를 해주기위해 부랴부랴 일을 마치고, 저녁이 되서야 시장에 들렸는데 시장 분위기는 어둑어둑 안개만 끼어있는채 상인들은 잔뜩 울상이다.
요즘 여기저기 홈마트다 이마트다 들어서면서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간 탓인가보다.
이래 저래 재료들과 과일을 양손에 들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던 중
사람들의 무관심속에 오래되어 색이 누렇게 바라고, 헤진 종이들이 바람에 위태위태 흔들림을 접착제에 겨우 의지해 붙어있다..
남일 같지 않아 걷던 발걸음을 멈춘 나는 겨우 사진을 알아 볼수있는 정도의 전단지의 사진과 문구들를 유심히 뚫어지게 쳐다본다, 실종된지는 5년이넘는 아이들,10년이 다 되가는 치매 노인, 장애를 가진 어린아이. 중년 남성,여성들까지..대체 저들은 어디서 ..그때
"어이!!!주생이냐?~주생이 맞네~워디 댕겨오는길인겨"
어디서 낯익은 목소린가 들려와 옆을 보니 160cm정도 되 보이는키에 갈색 베레모, 처진 어깨의 아저씨 한분이 오른손을 흔들며 다가온다.
선천적으로 안 좋은 시력 탓에 미간을 찌푸눈을 흘겨 뜨니 ㅇㅇ고등학교 같은반이였던 절친한 동창인 규환이네 아버지시다.
부쩍이나 눈이 퀭하고 야윈 모습으로 은행에서 나오시는걸 보니 도박에 아직도 손을 못떼신 모양이다.
재산 모두 탕진하셔서 단칸방에서 지내신다는 이야기를 어머니와 이웃들에게 엿들었다.
"아..~안녕하세요. 오늘 주문이 생일이여가지고 장봐 오는길이네요"
"잉~그려? 규환이랑 동반입대 한다고 하더만 4급나왔대미? 공익으로 가기로혔냐?"
"아뇨..공익으로 가면.. 일도 못하고 해서 병역특례업체에 들어가기로 했네요. 그나저나 규환이 없으시니까 많이 허전하시죠.."
"뭐~ 꼬치 달고나왔으믄 가야되는거시 군대니께 워쩔수 있겄냐..근디 뭐.. 요즘 어깨가 시큰시큰허는 날이믄 ..에효..
건 그렇고 어머니는 좀 워뗘"
"아~수술 받으신후에 힘들긴하시지만 이제 식사도 조금씩 하셔요.."
안됫다는 듯한 표정으로
"잉~그려 무튼 규환이 휴가 나오게되믄 같이해서 고기나 궈묵자"
"예.. 예 살펴가세요~"
이야기가 끝나는 찰나에 버스가 도착해 하마터면 놓칠뻔했지만 간신히 발을 올렸다.
자리에 앉아 엠피를 꽂고 이어폰을 귀에 밀어넣는다.
아까부터 반대편 좌석에 탄 빨간 파인 원피스입은 여자가 시끄럽게 통화를 하는 통에 노래가 잘들리지 않는다. 의도치 않게도 노래와 겹친 그녀의 듣기 시른 하이톤 목소리의 그녀 이야기를 엿듣게 되었다.
"아..시발 그렇다니까!! 아 지갑을 하필이면 거기다 두고와서...짜증나!! 엠창 엠창 늦잠 잔게아니라 진짜 잃어버렸다고!! 하영이가 대신 들어갔다고?..아
내 손님인데!!!!성기같네 진짜 아.........되는일 조카 없네.."
입이 더럽고 입은 차림새 보니 룸에서 일하는 아가씨인가보다.
빚때문에 결국에는 팔리고 팔려가는 신세라고 하지만 또 어떻게 보니 불쌍해져 측은하게 바라보게 된다.
"어제 그 새끼가.. ㅇㅇ빽사줬거든? 야 이전에 쓰던거랑 차원이 달라.. 얘좀 꼬시면 아파트도 떨어질거같아..호호호 에이 미친년아 .. 어디서 새끼칠려해 샹년이 ..호호호호 "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아 뭘쳐다봐요~! 통화하는거 첨보나........아~ 아니 어떤 새끼가 변태같이 쳐다봐서...그래가지고..내가...."
어이없고 무안해서 창쪽으로 고갤 돌렸지만 생각 할수록 열받아서 핏대가 서지만 눌러 참는다. 여자랑 싸워서 피보는 건 내 쪽일테니까.
뒷쪽에서 중저음 목소리의 남자목소리가 들려 고갤 돌려보니 미간을 찌푸리며 지켜보고 있던 50대쯤 되보이시는 아저씨가 참다 못 참겠는지.. 그녀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리며 몇마디 나누더니 언성을 높이며 침튀고 욕이 오고 간다.
챙피했는지 여자가 거친 욕 내뱉으며 내리자 역정내던 그 아저씨도 따라 내려 창문 너머로 옥신각신하는 모습이 점점 차뒤편으로 사라져간다.
그렇게 한참 어둑한 창문에 바라보자 가로등의 불빛들이 얼굴을 훑고 스쳐간다. 이제 내일 산업체로 떠나게된다. 정리해야될게 남았다.
어머니 병원비,생활비,월세..등이며 동생에게 남은 돈을 붙이고, 짐도 챙겨야된다. 이런 저런 걱정의 조각들을 가로등 불빛에 흘려보내는 와중에 어느 덧 번화가에 도착해 버스 계단에 다리를 옮긴다.
집에서 한참을 걸어가야할 거리지만 사람이며 이것저것에 관심이 많은 나로써
줄곧 번화가를 거쳐서 집에 들어가는 동안에 하루 동안의 스트레스나 생각을 정리한다.
키크고 작은사람, 기타를 들춰 등에 멘 사람, 지각했는지 바쁘게 뛰어가는 청년
노랑머리의 핸드폰 만지며 걷는 어린소녀, 수염에 거친 모습의 남자, 양복입은 선해보이는 중년 회사원 ,유니폼에 쓰레기 버리러 나온 젊은 종업원.
혹은 손님 낚으려는 나이트 웨이터들. 처음보거나 항상보는 이들도 있다.
그 중 항상 주점들이 번잡해 시끄럽고 입구에 토사물들이 널려져있는 노래방이 있는데 옆쪽에 항상 모퉁이길을 지날때마다
구걸하는 하반신이 없는걸로 추정되는 앉은뱅이 아저씨가 있다.
안쓰러워서 매번 볼때마다 천원짜리 몇장 넣어드리는데 넣어드릴때마다 궁금증이 많은 나로서 매번 질문을 한다.
밥은 누가 주는지. 언제부터 그렇게 됬는지 물어도 대답을 안하신다.
한번은 가족들은 있는지,어디에 있는지 물은 적이 있는데 당황스럽게도 갑자기 눈물이 그렁거리며 입을 굳게 다문채 눅눅한 소매로 눈물을 훔치고선 등돌려 어디론가 몸을 질질 끌고 홀연히 사라지셨었다.
오늘도 역시나 모퉁이를 지날때쯤에 성가대 멜로디가 울려퍼진다.
그 아저씨다. 여느때와 같이 뒷주머니에 손을 넣어 지갑을 핀다.
"아저씨 식사는 하셨어요?밥제때 제때 거르지 마시고 드세요.. "
아저씨는 매번 고개를 끄덕이시더니 첨으로 나와 눈을 마주보신다. 뭔가 민망해서 시선을 돌렸다 다시 아저씰 바라보자 아저씬 고갤 돌려 다시 몸을 끌고 어디론가 가신다. 눈을 마주쳤을때 스치는 생각이었지만 아저씬 선한 눈을 가진 사람이였다.
누군가가 보살펴주는 사람이 있으니 이렇게 지내겠지 하면서도 누구일지...비트가 크게 울려퍼지는 가요소리에 생각에서 벗어난 나는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보니 네온 불빛에 비춰진 액정엔 8시5분을 가르킨다,
배고파할 어머니와 주문이가 떠올라 좀 더 빠른 걸음으로 집을 향해 신발끝을 옮긴다. 정신없이 집에 도착했다. 문틈의 고지서를 꺼내 주머니 춤에 접어 넣은후 매번 잦은 고장으로 잘 열리지도 않는 문을 반쯤 열어 동생이름을 부른다.
"주문아~ 엄마~"
동생이 펜을 입에 물고 갸우뚱 방쪽에서 머리를 뺄꼼 내밀어 골똘히 쳐다본다.
"얌마 ~봤으면~어서 이거 받아야지 형 팔떨어지게~~엄마는~"
그제서야 입에문 펜을 손에 쥐며
"형이랑 밥먹으려 기다리다가 먼저 잠드셨어~형 왜캐 늦었어? 아 배고파!! 와~뭘 이렇게 많이 사왔어 에이 ~다 풀떼기 ~아니네?고기도 있네? 과자도 좀 사오지!올~ 여기있구나"
맛있는걸 입에 넣을 생각에 자식 기분이 절로 좋아졌나보다.
"얌마 너 오늘 생일이자나~ 형이 마파 두부 해줄라고 그러지~ 형 이제 군복무 들어가면 집에도 잘 못오니까 형 있을때라도 해줘야지"
말을 하면서도 이제 내 부재로 인해 어머니와 둘이 생활해야 되는게 내심 걱정스러움에 무거운 돌덩이가 내려앉지만. 생활비며 이것 저것 동생에게 붙여줄테니 큰 문제없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다독인다.
"밥통 열어봐. 밥있어~? 없지? 밥안해놓고 뭐했어 임마~ 빨리 쌀얹혀놔 형 씻고 나올테니까 알간 모르간?"
밍기적거리며 알았다는 주문이 얼굴보니 이제 내일부터 집에 내가 없다는 생각에 아쉽고 우울했던지 표정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깔끔하게 하루의 피로를 온수에 씻겨 보내고. 욕실의 습기탓에 조금은 눅눅해진 수건으로 남아있는 물기를 털어낸다.
욕실문을 열고 곧장 주방으로 나와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동생도 이번 만큼은 옆에서 준비하는 과정을 세심하게 하나하나 눈여겨 본다.
밥통에 밥이 됫다는 소리와 함께 스팀이 울린다.
"주문아 상피고 밥떠"
고개를 끄덕거리곤 노래를 흥얼대며 분주하게 식사준비를 한다.
"우리 주문이가 타령 잘부르네.."
"아놔~!무슨 타령이야 이게 ...하하하하"
놀렸더니 챙피했는지 입을 다물더니 냉장고 안을 쳐다보지도 않고 물통을 꺼내 상에 내려 놓고선 발가락로 냉장고 문을 밀어닫는다.
"다시 불러봐 그거 좋네 그거"
첨엔 싫다고 하더니 앵콜하라며 호응해주니 그저 좋아서 다시 흥얼대기 시작한다.
"아무리 들어도 타령같은데.."
"아나 진짜"
또 당했다는 듯 이내 웃음끼가 사라진다.
'훗..소심한녀석'
요란스럽게 놀리고 웃는소리에 잠에 깨셨는지 방문을 여시고 나오신다.
다리를 절며 환하게 웃으며 문턱에서 나오신다.
어눌하신 말투로 왔냐며 활짝 웃으신다.어머닌 3개월전에 일하시는 도중에 쓰러지셔서 병원에 급하게 옮겨졌지만 뇌졸중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그 영향으로 오른쪽팔과 왼쪽다리에 마비가 오셨지만 지금은 많이 좋아지셨다. 그렇게 식사를 시작하려는 순간 내 젓가락 하나가 빈다.
아까 타령이라고 놀려서 소심한 반항심에 반항같지도 않은 반항을 부린거다.
주문이를 쳐다보자 내 눈치를 보며 자기 허리춤에서 젓가락 하나를 건네며 베시시 웃는다.
"이게 이제 형한테 개기고 많이 컸네 주문이?"
볼이 터질듯 입에 물고 입술에 밥풀까지 묻힌 얼굴로 씨익 웃는다.
그렇게 모두 허기가 진 탓인지 많이 만들어놨는데 벌써 냄비의 바닥을 보인다.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하는 내 모습을 뒷편에서 어머니께서 빤히 바라보시는게 느껴진다. 이제 곧 떠나보낸다는게 마음이 안놓이셔서 인거 같다. 뒤돌아 어머니의 얼굴을 보면 슬퍼져 버릴까봐 고개를 돌려 쳐다볼수가 없다. 묵묵히 그릇의 거품을 헹궈내고 있을때쯤. 엄마의 작고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아..아들.. 내..이일..가다 언..지지지에 오와?
잠시 망설이다가
"연차내거나 회사 휴가때 와야지 지방이라 멀어서 잘못올라와 2년2개월만 있으면 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병원이랑 다니면서 치료 받고 있어"
어머니는 힘이 없는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다아치지 말고 조..오오시매..아들 아.아.라아찌?"
"응..걱정하지마"
등뒤로 어머니의 불안정한 작은 숨소리가 들려오며 이내..빨간 고무장갑이 야윈 손으로 가리워졌다..어머니의 온기가 고무장갑 위로 느껴진다..
고개를돌려..어머니의 얼굴을 바라보니 눈시울이 붉어지려 한다..
내가 7살때다..감기몸살에 몹시 아파 누워있자 아버지께서는 약국을 다녀오신다고 나가신뒤로 영영 아버지의 얼굴을 볼수가 없었고,
그 후로 어머닌 잠한번 제대로 못주무시고 행여 나와 동생이 밖에서 아버지 없다며 손가락질이나 놀림을 받지는 않을까..하는마음에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히 어머니는 우리 두손을 절대 놓지않고 강인하게 이겨내셨다..
그런 어머니의 생각에 콧등이 아려와 전화가온척 밖으로나가 차오른 울음 참으려 떨리는 입술을 꽉깨물고 하늘을 한참동안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두어번 서늘한 밤공기에 한숨을 피우던 와중에 주머니에 접어둔 고지서가 생각나 주머니에서 꺼내 달빛에 비춰 읽어본다..
음..방세 포함해 넉넉잡아 40만원은 빠져나갈거 같다.
하지만 내가 가게된 산업체에서 받는 연봉이 5천만원 이라고 들었다.
그곳에 들어가 일을 한다면 오히려 어머니의 병원비 생활비 등등 포함해서 다 내고도 적금을 들수 있다. 고졸인 내가 어떻게 그런 산업체를 들어가 면접을 보고 합격 됬나 나로선 실감이 안나고 믿기지가 않지만.
이런일도 있는거 보면 아직 세상은 내편이구나 싶다. 그렇게 감정을 추스리고 안정을 되찾은 후 방안으로 들어오자 주문이가 미리 이부자리가 펴져있다.미리 주문이가 이부자릴 펴놨나보다. 베개를 한번 다듬고 몸을 뉘워 눈커풀을 붙인다. 어렸을때 아버지의 모습에 손수 조각칼 조각해 만들어주신 동자목걸이를 매만지며 잠에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