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이이익]
귀신이라도 나올거 같이 삐걱대는 소리의 방문 소리가 자꾸 신경 쓰인다.
서희라는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에 방문 앞에서 잠시 머뭇거린다.
복도 끝에서 문을 열고 누가 나오는거 같자
이상하게 볼까싶어 계단으로 황급히 발걸음을 돌린다.
[삐걱.삐걱.삐걱]
금방이라도 부서져 내려앉을것처럼 삐걱대니 무너져 내릴까 겁이난다.
'여기서 무너져 내려 버리면.. 몸이 성치 않겠군..'
3층에 발을 딛자 휴계소에서 나와같은 정장차림의 남자 두명이 나와 같은 방향의 1층으로 향해 등을 보인다.
내 쪽으로 뒤로 힐끗 힐끗 쳐다보며 불쾌하게 둘이 속닥대며 걸어간다.
'대체 뭔 구경이 났다고... 내 눈치들를 살피지?'
그렇게 불쾌함을 안고 그들의 뒤를 따라서 1층 홀에 들어섰고 앞서가던 그들은 홀 입구쪽에서 각자 맡은 자리에서 묵묵히 서있다.
홀을 지나쳐 지나갈때 쯤 갑자기 옆쪽 문이 열려 놀라 바라보니
노랑머리 숏컷의 여자가 보일듯 말듯한 얇은 분홍 실크 원피스를 하고 뛰쳐 나온다.
입구쪽에 서있는 둘중 멀대같이 185쯤 되보이는 키큰 남자에게
"아! 마침 있네?!인재오빵~ 나 있다가 정실장 몰래 위스키 락잔에 얼음에 가득채워서 한잔만 가져다주면 안되?!"
인재라는 남자가 미간을 구기곤 언성높여
"저번주에 가져다 주다 걸려서 나 뒤지게 맞은거 알아 몰라!!?. 아직도 턱이 얼얼하다고!"
별꼴이라는 식의 콧방귀를 끼고선 고개돌리던 그녀는 걷던 나와 눈이 마주쳤고 환하게 눈웃음 치며 단숨에 내 앞에 뛰어들어와 파우더만 바른 얼굴을 들이밀곤. 눈을 굴려 위아래로 훑어본다.
"어머?이 오빠는 누구야!?새로온 오빠야?곱상하게 생겼네에^^?음~...그런데 허벅지가 튼실하지 못한거보니 힘은 못쓸거같네?"
인재라는 남자의 반대편에 서있던 남자가 불만가득찬 표정으로 이를 질끈물 고 궁시렁 거리다가 입을연다.
"야이~샹년아!! 그만하고 방에 쳐가서 화장이나 해! 괜히 정실장테 걸려서 욕진창 쳐먹지말고"
"아~괜히 지랄이야~! 오빠 몇살이야???"
"저..저..25요.."
갑자기 와락 오른쪽 팔에 달려 들어와 팔짱을 낀다. 놀란 나머지 애써 왼쪽 손으로 밀어내보지만 막무가내다.
그녀의 가슴이 오른쪽 팔에 뭉클거리며 부비적 대는 바람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터질것만 같다.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베시시 웃는다.
"오빠~ 얼굴 빨게졌네??에이 고작 팔짱하나 꼇다고 이러기야??귀엽게..호호호"
그렇게 웃더니 작은 손을 뻗고 내 귀를 잡아 내려 속삭이듯 말한다.
"잇다가 밤에 따로 볼까?..내가 오빠들어온거 특별히 환영식해줄게.. 화끈하게.."
이렇게 여자가 먼저 대시해온적은 꿈에서만 있었던 일인데
현실로 다가오니 설레이는 당황스러움이였지만 애써 침착하게 정색하며 그녀의 팔을 빼낸다.
"죄..죄송합니다만. 저..저 지금 업무보러 가야 되서."
그녀가 왜 그러냐며 베시시 웃으며 다시 엉겨붙으려는 순간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정빈! 좋은말할때 방안에 처들어가라!!"
뒤로 돌아보니 신서희 그녀가 내 눈안에 맺힌다.
짙은 화장을 해서 인지 못알아 볼뻔 했지만.. 콧등에 점을 보고 알아차렸다.
서희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곧바로 눈빛이 정빈이란 여자에게로 꽂힌다.
서희의 시선을 따라서 정빈을 바라보자 약간은 움츠린 듯하더니.. 콧방귀를 뀌며 짜증난다는듯 발을 쿵쿵 구르며 방안으로 들어가 문을 세차게 닫는다.
[끼익~쾅!!]
홀의 두 남자,서희,나 넷의 눈치를 서로 살피더니 서희는 방으로 들어가버리고 난 다시 걸음을 땟다.
그렇게 산장 밖으로 나와 정실장이 말했던 동료로 보이는 외소한 뒷태의 남자에게 다가갔다.
들리는 인기척에 뒤를 돌아본 그는 혼혈인처럼 이목구비가 뚜렷한 얼굴의 소유자였다.
가벼운 목례를 서로 하고선 그가 입을 연다.
"반갑워요. 오늘부터 같이 일하고 하셨다던.. 이름이 주..주..."
그는 하늘을 올려다 보며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만지며 ..한참을 주.주 거린다.
"진주성입니다."
"아~ 맞다!! 진주성씨 전 김병찬이라고 해요.. "
"예 반갑습니다."
"나이가 저보다 두살 아래인 25살이라고 들었어요. 말놔도 되죠"
"예 편하실때로 하세요. 그런데 격식차려야된다고 들었는데..."
오른쪽 입꼬리를 실룩거리며
"정실장님이 그래? 뭐 상관있을때만 격식 차려서 눈치껏 이야기하면 되. 굳이.. 둘이 있을땐 안해도 되지"
"예..뭘할지 듣긴 했지만. 주로 구체적으로 어떤걸 하면 되나요..?"
"뭐..무전으로 교대시간을 저쪽에서 알려주면 도박장내를 순찰돌거나 홀이나 복도 길목에 서 있는거고.. 각서 쓰는 사무실안에서 서있는거야.."
'각서?'
"무슨 각서 말씀하시는..?"
몰랐냐는듯 눈이 휘둥그레 진 표정이다.
"몰라?? 신체 포기각서 도박하다 돈을 모두 잃었거나 마지막 카드로 신체 포기각서와 유서를 쓰면 돈을 빌려줘.. "
"만약 그 돈들도 잃게 되면 어떻게 되나요?"
그가 다시 내 눈치를 살피며 뭐라 말할지 고민하는게 얼굴에 내비친다.
"뭐..뭐.. 나는 모르겠어~ 어떻게든 되겠지 관심 없어 난.."
숲쪽을 바라보다 그를 보니 섬뜩하게도 그가 곁눈질로 내 눈치를 살피는듯 하더니 재빨리 눈동자를 숲쪽으로 향한다.
'눈치를 보고있다는게 기분 탓이 아니군.. 왜지..?도대체...이 사람들..'
뭔가 도둑질하다 걸린 사람들처럼 눈치를 보고있다. 무언가를 들킬것만 같아서인가. 아니면 타지에서 들어왔기때문에 경계하는것 일까...
멍하니 땅에 자갈들을 바라보며 생각에 빠져있는 나에게
"흠.. 이거 알아?이 총에 대해서"
그가 안주머니에서 손을 넣자 손에 시선을 맞춘다. 그리고 이내 달빛에 젖어들어 하얗게 빛바랜 총이 빠져나온다.
"이건 도박꾼들이 난동 피우거나 위급한 상황에 사용하는 총인데 살상용은 아냐.."
"그럼..?"
"여기봐바.. 여기 안에 보면 거기말고.. 여기 틈봐바.. 여기에 바늘이 붙어있는 캡슐이 있어. 마취약인데 3초내로 전신마취가 되는 캡슐이지..
사용 하는일은 아주 드문일이지만..사용될때 주로 포맷이라는게 있는데 도박장내에서 사용하는 우리들만의 용어야. 이건 도박장에서 도박꾼 단체로 난동을 피우는 경우
정실장님의 명령하에 실행되는 건데.. 보안 문이 전부 닫힌 상태에서 도박꾼들에게 이 캡슐을 쏘지.."
'그렇게 된다면 도박꾼 모두가 전신마취가 된다는 말인데..'
"그런 다음에 그들은 어떻게 되는거죠?"
그가 약간은 당황한듯 눈치를 살피곤 입을 뗀다.
"뭐..뭐.. 나야 알길이 없지. 아..아그래.~맞다!전부 승합차에 태우는 더라고.. 어디로 가는지는 나는 모르겠어. 다들 집으로 태워다 주거나 그러겠지..?.."
그의 어색하고 억지스러워 보이는 말을 믿을리가없다.
마취 되어진 그들은 음식점으로 향하는건 아닐까?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렇게 되면 도박장에 남는 이윤은 없을테니까..
더 이 남자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하고 파고든다면 뭔가가 나올거 같다.
숲 저편에서 차 불빛이 나무와 풀들 사이로 갈라진다.
여기저기 불빛들이 갈라지고 또 갈라지고를 반복한후에 산장쪽을 비춘다.
눈이 부셔 눈을 흐리게 뜬다. 병찬이란 남자는 뛰어나가 차를 양팔로 가로 막고선 차옆으로 다가가 신분증을 확인하는거 같다.
그리고나선 이어마이크에 입을 갖다 댄다.
[박현종씨 조인합니다]
그리고 머지 않아 차가 끊임 없이 꼬리를 물고 들어오기 시작한다.
병찬과 난 신분증 확인과 주차에 바쁘게 안내하곤 12시가 되서야 한가해지고.들짐승,부엉이,개구리 울음소리가 숲속의 정적을 달랜다.
[B팀 홀 교대합니다. B팀 홀 교대합니다. B팀 홀 교대합니다.]
연신 B팀 홀 교대합니다를 외치는 걸보니 우리가 B팀인가보다. 이어마이크로 다른팀의 무전을 전달받은 우리는 아까 홀에서 봤던 인재란 사람의 팀과 교대를 마치고
홀안으로 들어섰다. 홀 안은 아까 전과는 다르게 웃고 박수치고 욕하는 소리들로 가득차 담배연기들을 뒤흔든다.
마작,화투,포커 다양하게 도박들이 진행 되었다. 종종 우는 사람과 역정내며 난동 피우려는 사람이 간혹 보였지만, 경호원으로 보이는 덩치큰 남자들에게 끌려가듯 밖으로 내보냈다.
어느덧 홀안에 들어온지 3시간 흐른 새벽 세시를 가르켰다. 이름이 적힌 옆방들로 도박꾼들이 들어갔다 나왔다 한다. 방 중에 신서희라고 써있는 방에 좀처럼 눈을 떼기가 힘들다.
혹시나 했던 그녀는 역시나 매춘부가 맞았다...조금은 아니길 바랬었다.
그런 생각을 가졌던 나는 조금이나마 그녀가 맘에 들었었는지도...
그렇다고 비난할정도로 더럽고 역겹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단지 불쌍하고 안타깝다.
단지 당사자가 원해서가 아닌 빚이란 무게엔 눌려 몸을 함부로 해야된다는 게.. 왠지 지켜보는 내가 서글퍼질뿐..
홀홀안의 시끄러운 소리들 때문에 방들의 안에서 나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거 같다.
힘들게 신서희라는 문패가 달린 방에서 눈을떼고 고갤 돌리니. 뿌연 담배 연기들이 새벽 안개피듯 사람들의 얼굴을 흐릴정도까지 짙어졌다.
비흡연자인 나로썬 고문이 따로 없다. 눈이 미칠듯 따갑고 머리는 돌로 으깨버리듯이 지끈지끈 아파왔다.
[B팀 사무실 교대합니다. B팀 사무실 교대합니다. B팀 사무실 교대합니다.]
'아..드디어 이 지옥같은 곳 벗어나겠군...'
하루빨리 홀에서 벗어나고 싶은 나머지 2층 계단쪽을 애타게 바라본다.
병찬은 그런 내 맘을 알기라도 하듯 아버지의 미소를 연상케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 거린다.
내 눈치만 살피는 것만 빼면 심성은 착한 사람인거 같다. 계단에서 멀리서봐도
100kg은 넘어보이는 육중한 몸의 험상궂은 남자 둘이 뒤뚱 거리며 힘들게 내려온다.
계단이 부서질까 보는 사람이 조마조마 할 정도다. 그렇게 뒤뚱 형제와 교대를 하고 나서 2층계단에 나란히 병찬과 오른다.
뭐가 그리 재미났는지 연신 히죽 거리며 내 눈치를 살핀다. 기분이 나빠서 한소리 하고 싶었지만 나보다 두살많으니까 참는다.
그렇게 2층의 복도에서 들어서자 1층과 다를거 없이 시끄러웠고 홀에 다다르자 더 이상 담배연기가 진저리나는 탓에 거진 뛰듯이
3층에 들어서자 2층의 소음이 미미하게나마 들린다.
[삐걱.삐걱.삐걱]
위태위태 삐걱대는 복도를 건너곤 사무실앞에 서고 병찬을 바라본다.
"이쪽 맞죠..?"
조금은 두려운듯 떨리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응.. 노크하고 열어."
[똑.똑.똑.]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정실장으로 추측되는 목소리가 들린다.
"어~ 들어와~"
조심스레 문고리를 돌린다.
[철컥]
문이 열리자 심문하는 곳처럼 총 책상5개가 가운데를 향해 둘러싸고 있었고 위태위태 어둠을 간신히 쫓아내듯 책상마다 갓을 쓴 전구가 설치 되어있다.
왼편 책상쪽에 신체포기각서로 추정되는 서류 펼쳐두고 머리가 반쯤 벗겨진 중년 남성이 땀이 송글송글 맺혀 누가 들어온지도 모른채 집중하여 집필하고 있다.
정실장은 반대편 책상에 다리를 꼬고 앉아 왼쪽 눈을 찡긋감고 전구 불빛쪽으로 나이프날을 향하고 빛에 반사되어 빛을 내뿜는 예리한 날 주시한다.
아무말 없이 책상에 앉아있는 정실장이였지만 그것만으로도 도박꾼에게는 간담이 서늘해졌을 것이다. 생각하니 나까지도 손에 땀이 차오른다.
문앞에서 멍하게 나이프날만 멀뚱멀뚱 보고 있는 나에게 정실장이 왼쪽눈을 찡긋 감은채로 날 바라보곤 다시 나이프날에 집중하며 투박스러운 입술을 뗀다.
"멀뚱히 서서 보고만 있지 말고 주성이~ 넌 여기 이 사람 뒤에 서있어라"
"예!"
얼어붙은 몸을 옮겨 도박꾼 뒤에 서자.
병찬도 정실장의 기에 눌려 역시나 바짝 긴장한 표정으로 문을 닫고 문 옆쪽에 선다.
사무실안은 종이에 펜 흩날리는 소리만이 고요함을 겨우 감추고 있었다.
-7편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