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장편 스릴러] Logging : 알려져선 안 될 이야기 11
-11-
[헉..헉..헉... ]
생각할 틈도 없이 복도 끝까지 도망쳐보지만 직원 두명에게 붙잡힌다.
‘이렇게 죽는건가..’
정실장 넓은 어깨 너머로 인재와 다른 한명의 얼굴이 올라오곤 정실장의 옆에서서 지시 받곤 방안에 들어가 의식이 없는 병찬이 양팔을 붙들려 복도로 끌려 나온다.
정실장이 계단으로 내려가고 그 뒤를 따른다.
1층 홀에 들어서자 무슨일 있었는지 알리가 없는 도박에 눈 먼자들은 옆에 사람이 사라져도 모를 정도로 열중하고 있었다. 도박장 뒷문이 열리고 계단을 밟고 내려간다. 우릴 집어 삼킬듯이 새찬 빗줄기가 귀가 멍멍할정도로 우산위에 퍼붓는다. 어제의 사건을 되묻듯 익숙했던 비비린내와 흙내음이 코를 자극하자
다시보지 못할 어머니와 주문이가 떠올라 바닥이 일렁인다.
스타렉스 문앞에 다다르자 어제의 규환이 아버지의 심정이 피부에 와닿지만 규환이아버지처럼 발버둥쳤다간 마취총에 맞게 되어 의식도 없는채 그렇게 죽게 될 것이다. 차에 얌전히 올라타자 이 차에 올려 태워져 종이한장때문에 죽어가야만 했던 수많은 사람들도 이런 느낌이였을까?
[드르륵..쾅!!!]
문이 닫히는 진동과 함께 의식이 없는 병찬은 내 어깨 쪽으로 쓰러져버린다.
아직도 병찬과의 방금 전 목숨을 건 사투가 잊혀지지가 않아서 나도 모르게 소스라치게 놀라며 물러서고 이내 진정한다.. 정실장은 차 룸미러를 통해 대수롭지 않다는 한쪽 입만 올라가는 특유의 소름끼치는 미소짓는다.
“출발해”
차 시동이 몸에 전해지고, 먼발치에서 지켜봤던 뒷길은 이제 내 눈앞에 펼쳐져있었고, 어둠을 머금은 숲속과 퍼붓는 비는 떠나는 나를 붙잡으려는 듯 더욱 어둡게 더욱 세차게 퍼붓고 있었다.
좌우로 덜컹거리는 차안에서 별별 생각이 머릿속을 휘젓는다. 마취총을 뺏어 들어 모두에게 쏴버린 후 탈출, 달리는 차안에서 뛰쳐내리거나, 인질을 잡고 도망치는 어이없는 상상들이 끝없이 맴돌지만 역시나 그런 일들은 영화에서나 가능할법한 일들이다. 룸미러에 비치는 정실장의 얼굴, 운전하고 있는 직원의 기어를 변속하는 오른손 , 의식이 없는 병찬, 오른편을 바라보자 인재와 눈이 마주쳤다. 인재는 안쓰럽다는 듯 쳐다보더니 왼손을 뻗어 내 오른쪽 어깨를 토닥이고 있을 때쯤 정실장이 라디오의 주파수를 맞춘다.
[하하하 끝으로..오늘 들으실곡은@%!#$^ 치지직.. 현대에 들어서면서 유교%@#^&# 치지직 인스턴트음식의 과다 한 방부제 사용으로.... ]
라디오에선 과다 방부제 사용으로 인한 시위, 대통령의 서거, 황우석박사의 행방에 대한 여러 주제를 다룬 이야기들이 흘러 나온다.
가만히 듣고 있던 정실장은 프로가 끝나고 광고가 흘러나오자 라디오를 꺼버린다.
산에 다시 들어서고 낯이 익은 길로 올라가자 웅장한 철문이 열리는 굉음이 빗소리에 젖어든 숲속전체에 울려퍼진다. 섬뜩했었던 분수대를 지나 차가 안에 들어서고 음식점에 있을때 그토록 궁금해왔었던 L.G.C 건물 앞에 멈춰선다.
차문이 열리고 머뭇거리던 나를 직원들이 양팔을 붙잡고 끌어내리곤 건물쪽으로 이끌린다. 정실장이 안주머니에서 카드키를 꺼내들고 기계에 체크하자
[삐빅. 85321B 레드 라벨 출입을 허가합니다.]
안내메시지와 함께 보안문이 열린 후 건물 안으로 들어서고 문이 닫힌다.
세련된 건물과 첨단 보안문. 겉모습에 비해 내부는 초라하기 그지 없었고 고유 시멘트의 쾌쾌한 냄세가 건물안에 진동하고, 수명을 다한 전등들이 곳곳에 빛을 저버린체 방치되고 있었다.
건너편 엘리베이터 탑승하고 문이 닫히자. 엘리베이터 뒷벽에 언뜻 봐선 알아볼수 없는 홈에 정실장 손에 들고 있던 카드키를 집어 넣는다.
[85321B 반갑습니다. 오른편 스크린의 구역을 선택 해주십시오]
안내메시지가 끝나자 엘리베이터 오른쪽 벽면에 화면이 나온다.
‘세상에....’
지금 발을 딛고 있는 건물은 빙산의 일각처럼, 지하에는 크고 작은 방들로 가득차 있었다.
그 크고 작은 방들 중 한 곳을 정실장의 손가락이 닿고 안내메시지가 엘리베이터에 울린다.
[Organ Extraction Zone 으로 이동합니다]
알아 들을수 없는 영어로 된 구역으로 엘리베이터가 지하쪽으로 빠르게 내려 앉는다. 이어 도착 안내 멘트와 함께 문이 열렸다.
하얀옷을 입은 왼쪽 가슴팍에 명찰을 단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방 안을 들여다 볼 수 있게끔 벽에 투명한 창으로 되어있다. 정실장이 복도를 지나 다니는 연구원들에게 누굴 찾는 듯하다 모른다는 연구원들 중 한명이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대답한다.
“아마 O.Z08에 계실거에요.”
정실장은 고개를 끄덕인 후 O.Z08이라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는듯 하다.
지나가면서 수 많은 룸중에 한곳의 안쪽을 바라보니.. 열린 캡슐 안쪽으로 무언가를 하는 듯 초록색 옷을 입은 사람들의 손이 분주해 보였다. 그 순간
[!!!!!!!!!!]
새빨간 무언가가 초록색 옷을 입은 사람의 손에 들려 원기둥모양의 용기안에 담아진다.
‘설마.. 저 캡슐안엔 사람이..!!! 나 역시도..?’
장기적출하는 곳이란건 짐작했지만 나 역시도 캡슐안의 사람처럼 저렇게 된다는걸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억울함과 여러감정들이 복잡하게 나를 세차게 밀쳐댔다.
정실장이 O.Z08 문구가 적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캡슐안의 감고 있는 사람이 보이고, 정실장의 백박사님이라고 부르자 백박사로 보이는 사람이 위생마스크를 쓴채 돌아서며 마스크위로 눈웃음이 짓는다. 이내 마스크를 내리니 쌍커풀 없는 매서운 눈과 웃을 때 입이 활짝 커지는 치아가 고른 건치가 눈에 들어오는 선한 인상의 남자였다. 왼쪽 가슴의 명찰을 보니 VG1.박사 백현중이라고 적혀있다.
“그런데 한 분은 왜..저렇게?..무슨일로 오셨나요?”
정실장이 별거 아니라는 듯 특유의 미소로 말한다.
“아.. 병찬이놈 발설 문제 때문에 처분하려고 왔습니다.”
“그래도 그렇지..어떻게 부하를.. ”
“만약 이 사실이 상부에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 저라도 어쩔수가 없습니다..”
백현중박사는 나를 한번 쳐다보곤 정실장에게 눈길을 돌리며 말한다.
“그럼 이분도??”
“사실을 알아버린 얘인데.. 병찬이 대신에 일 시키려고 합니다”
‘병찬 대신??그렇다면 ..난 무사한건가?“
그 말이 사실이라면 기쁘지 않을수가 없었다.
‘병찬은 위험에 처하게 된건 나 때문이지만.. 그렇다고 내가 어떻게 할수있는건 아무것도 없어 병찬 역시도 날 위험에 처하게 만들었으니까..그러니 미안하지 않아도되..그래..‘
그렇게 나 스스로 죄책감에 억눌리지 않으려 자기합리화 시켜간다.
정실장이 내 어깨를 짚으면서 미소 지은후 입을 뗀다.
“이제 너도 우리 식구가 되었으니까.. 이번 병찬일 같은 경우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라.
만약 어기면 다음은 니 차례가 될테니까..“
내 오른팔을 잡고 있던 인재에게 정실장이 고개 돌려 말한다.
“앞으로 너랑 주성이랑 같이 한팀이 되어서 움직이도록 해. 꼼꼼히 일러줘 아참 그리고 헛튼짓 하거나 한다면 바로 나에게 보고하도록해.. 먼저 차에 가 있어라”
말을 끝낸후 박사와 이야기를 하며 머쓱하게 서있는 나와 인재를 힐끗 보더니 나가라며 손짓한다. 복도로 나오자 한숨을 푹 쉬고 큰 키의 인재는 나를 내려다보며 말한다.
“뭐 궁금한거 있어?”
“네?”
“알고 싶은거 있냐고..”
“전부요..”
“전부 어떤거.. 참 말 번거롭게 만드네..”
“이곳은 어떤 곳이죠??”
인재는 고민하는듯 하얀 천장쪽으로 눈을 올리더니.. 보여줄게 있다며 따라오라고 손짓한다. 엘리베이터로 향하고 난후 뒷면 홈에 인재것으로 보이는 카드키를 밀어넣는다.
[962583A 반갑습니다. 오른편 스크린의 구역을 선택 해주십시오]
인재는 오른쪽 벽 스크린에 4/2가량 차지하는 곳을 터치하니 안내메시지가 나온다.
[Vegetative State Zone 으로 이동합니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난 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그 어디에서도 볼수 없었던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와........이럴수가..”
난간에 서고 아래를 내려다보자 약 천장까지 약 300미터 가량 되보인다.
아까 그 곳에서 봤던 사람이 들어가 있는 캡슐들이 빼곡하게 셀수 없이 세워져 있었고, 기술자들로 보이는 주황색 엔지니어복 차림의 사람들이 고장난 듯 보이는 캡슐을 손 보고 있었으며, 그 곳에서 입었던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은 기록일지로 보이는 차트같은걸 들고 캡슐들을 일일이 체크하며 분주하게 움직인다. 캡슐 사이의 트레인은 쉴세 없이 돌아가며 2~3개의 캡슐들이 차례대로 오른쪽 끝 편 통로로 어딘가로 옮겨지는 듯 하다.
벌어진 입을 다물고 인재를 올려다 보며 말한다.
“저..저기 안에 사람들은 어떻게 된거죠?..”
“식물인간”
“식물인간??..왜..인위적으로 식물인간으로 만들어서 보관한다는 건가요?”
“그렇지. 무작정 사람을 데려와 장기를 적출해내고 쌓아둬서 그 장기들이 오래되거나 부패하면 어떻게 ... 상품가치가 떨어져버리니까 나름 대가리 굴린거지... 음 뭐.. 여기서 하는 일은 사람들을 보관 또는 장기를 적출해서 해외 거래처로 옮겨지지..뭐 남은 고깃덩이는 옆 음식점으로 넘겨지고 다른 지부쪽 음식점으로도 보내지고...”
“도대체 왜..이런짓을..??”
“다 돈벌려고 하는 짓들이지.. 이미 애들은 죄책감따위 없이.. 사람을 고기다루듯 하니까.. 너도 조심하는게 좋을거야.. 병찬이 그 놈 봤지 어리버리하다가 그 지랄 날줄 알았어”
“그렇다면 .. 경찰에 신고하면 되잖아요..”
인재는 알 수 없는 미소와 함께 어이없다는 듯 바라 본다.
“또..뭐 궁금한거 없어?”
“남은 저들의 뼈와 머리카락 이런것들은 모두 어떻게???양이 적지 않아서 적발될텐데”
“버릴거 남는거 하나도 흔적도 없이 싸그리 처리해...”
“어떤식으로요??”
“뼈와 머리카락 피부같은건 조각품이나 악세사리나 옷으로 희소성 높게 만들어내서 해외로 수출하지..희귀성이 높은 탓에 돈많은 갑부들에게 잘 팔리나봐”
“생각보다.. 철저하고 체계적이네요...”
“그 누가 밝히려 해도 그러지 못할거야.. 워낙 규모가 대규모다 보니까 다 수 쓰겠지? 그리고 너 이거알아?? 요즘 뉴스에 방부제 과도사용 그것도 다 부패속도 늦춰 유통하기 편하도록 일부러 이 쪽에서 머리 쓴거야.. 국민들은 모두 사육당하고 있는거나 다름없지..소름끼치지 않냐? 나도 처음에 사실을 알고 난후 몇날 몇일 잠도 못잤었어..”
“세상에....”
“정실장 오기전에 미리 올라가있자”
“네...”
인재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는 아직 진실을 감싸고 도는 일부분에 불과하단걸 직감할수 있었다..
얼마나 소름끼칠만 일들이 이곳에 더 존재할지.... 알아가는것이 이제는 두려워진다다..
[삐빅. 962583A 그린 라벨 신분 확인되었습니다, 안녕히가십시오.]
보안문이 열림과 동시에 적막이 흐르던 센터 복도에 빗소리로 가득찬다.
-12편 계속-
[헉..헉..헉... ]
생각할 틈도 없이 복도 끝까지 도망쳐보지만 직원 두명에게 붙잡힌다.
‘이렇게 죽는건가..’
정실장 넓은 어깨 너머로 인재와 다른 한명의 얼굴이 올라오곤 정실장의 옆에서서 지시 받곤 방안에 들어가 의식이 없는 병찬이 양팔을 붙들려 복도로 끌려 나온다.
정실장이 계단으로 내려가고 그 뒤를 따른다.
1층 홀에 들어서자 무슨일 있었는지 알리가 없는 도박에 눈 먼자들은 옆에 사람이 사라져도 모를 정도로 열중하고 있었다. 도박장 뒷문이 열리고 계단을 밟고 내려간다. 우릴 집어 삼킬듯이 새찬 빗줄기가 귀가 멍멍할정도로 우산위에 퍼붓는다. 어제의 사건을 되묻듯 익숙했던 비비린내와 흙내음이 코를 자극하자
다시보지 못할 어머니와 주문이가 떠올라 바닥이 일렁인다.
스타렉스 문앞에 다다르자 어제의 규환이 아버지의 심정이 피부에 와닿지만 규환이아버지처럼 발버둥쳤다간 마취총에 맞게 되어 의식도 없는채 그렇게 죽게 될 것이다. 차에 얌전히 올라타자 이 차에 올려 태워져 종이한장때문에 죽어가야만 했던 수많은 사람들도 이런 느낌이였을까?
[드르륵..쾅!!!]
문이 닫히는 진동과 함께 의식이 없는 병찬은 내 어깨 쪽으로 쓰러져버린다.
아직도 병찬과의 방금 전 목숨을 건 사투가 잊혀지지가 않아서 나도 모르게 소스라치게 놀라며 물러서고 이내 진정한다.. 정실장은 차 룸미러를 통해 대수롭지 않다는 한쪽 입만 올라가는 특유의 소름끼치는 미소짓는다.
“출발해”
차 시동이 몸에 전해지고, 먼발치에서 지켜봤던 뒷길은 이제 내 눈앞에 펼쳐져있었고, 어둠을 머금은 숲속과 퍼붓는 비는 떠나는 나를 붙잡으려는 듯 더욱 어둡게 더욱 세차게 퍼붓고 있었다.
좌우로 덜컹거리는 차안에서 별별 생각이 머릿속을 휘젓는다. 마취총을 뺏어 들어 모두에게 쏴버린 후 탈출, 달리는 차안에서 뛰쳐내리거나, 인질을 잡고 도망치는 어이없는 상상들이 끝없이 맴돌지만 역시나 그런 일들은 영화에서나 가능할법한 일들이다. 룸미러에 비치는 정실장의 얼굴, 운전하고 있는 직원의 기어를 변속하는 오른손 , 의식이 없는 병찬, 오른편을 바라보자 인재와 눈이 마주쳤다. 인재는 안쓰럽다는 듯 쳐다보더니 왼손을 뻗어 내 오른쪽 어깨를 토닥이고 있을 때쯤 정실장이 라디오의 주파수를 맞춘다.
[하하하 끝으로..오늘 들으실곡은@%!#$^ 치지직.. 현대에 들어서면서 유교%@#^&# 치지직 인스턴트음식의 과다 한 방부제 사용으로.... ]
라디오에선 과다 방부제 사용으로 인한 시위, 대통령의 서거, 황우석박사의 행방에 대한 여러 주제를 다룬 이야기들이 흘러 나온다.
가만히 듣고 있던 정실장은 프로가 끝나고 광고가 흘러나오자 라디오를 꺼버린다.
산에 다시 들어서고 낯이 익은 길로 올라가자 웅장한 철문이 열리는 굉음이 빗소리에 젖어든 숲속전체에 울려퍼진다. 섬뜩했었던 분수대를 지나 차가 안에 들어서고 음식점에 있을때 그토록 궁금해왔었던 L.G.C 건물 앞에 멈춰선다.
차문이 열리고 머뭇거리던 나를 직원들이 양팔을 붙잡고 끌어내리곤 건물쪽으로 이끌린다. 정실장이 안주머니에서 카드키를 꺼내들고 기계에 체크하자
[삐빅. 85321B 레드 라벨 출입을 허가합니다.]
안내메시지와 함께 보안문이 열린 후 건물 안으로 들어서고 문이 닫힌다.
세련된 건물과 첨단 보안문. 겉모습에 비해 내부는 초라하기 그지 없었고 고유 시멘트의 쾌쾌한 냄세가 건물안에 진동하고, 수명을 다한 전등들이 곳곳에 빛을 저버린체 방치되고 있었다.
건너편 엘리베이터 탑승하고 문이 닫히자. 엘리베이터 뒷벽에 언뜻 봐선 알아볼수 없는 홈에 정실장 손에 들고 있던 카드키를 집어 넣는다.
[85321B 반갑습니다. 오른편 스크린의 구역을 선택 해주십시오]
안내메시지가 끝나자 엘리베이터 오른쪽 벽면에 화면이 나온다.
‘세상에....’
지금 발을 딛고 있는 건물은 빙산의 일각처럼, 지하에는 크고 작은 방들로 가득차 있었다.
그 크고 작은 방들 중 한 곳을 정실장의 손가락이 닿고 안내메시지가 엘리베이터에 울린다.
[Organ Extraction Zone 으로 이동합니다]
알아 들을수 없는 영어로 된 구역으로 엘리베이터가 지하쪽으로 빠르게 내려 앉는다. 이어 도착 안내 멘트와 함께 문이 열렸다.
하얀옷을 입은 왼쪽 가슴팍에 명찰을 단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방 안을 들여다 볼 수 있게끔 벽에 투명한 창으로 되어있다. 정실장이 복도를 지나 다니는 연구원들에게 누굴 찾는 듯하다 모른다는 연구원들 중 한명이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대답한다.
“아마 O.Z08에 계실거에요.”
정실장은 고개를 끄덕인 후 O.Z08이라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는듯 하다.
지나가면서 수 많은 룸중에 한곳의 안쪽을 바라보니.. 열린 캡슐 안쪽으로 무언가를 하는 듯 초록색 옷을 입은 사람들의 손이 분주해 보였다. 그 순간
[!!!!!!!!!!]
새빨간 무언가가 초록색 옷을 입은 사람의 손에 들려 원기둥모양의 용기안에 담아진다.
‘설마.. 저 캡슐안엔 사람이..!!! 나 역시도..?’
장기적출하는 곳이란건 짐작했지만 나 역시도 캡슐안의 사람처럼 저렇게 된다는걸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억울함과 여러감정들이 복잡하게 나를 세차게 밀쳐댔다.
정실장이 O.Z08 문구가 적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캡슐안의 감고 있는 사람이 보이고, 정실장의 백박사님이라고 부르자 백박사로 보이는 사람이 위생마스크를 쓴채 돌아서며 마스크위로 눈웃음이 짓는다. 이내 마스크를 내리니 쌍커풀 없는 매서운 눈과 웃을 때 입이 활짝 커지는 치아가 고른 건치가 눈에 들어오는 선한 인상의 남자였다. 왼쪽 가슴의 명찰을 보니 VG1.박사 백현중이라고 적혀있다.
“그런데 한 분은 왜..저렇게?..무슨일로 오셨나요?”
정실장이 별거 아니라는 듯 특유의 미소로 말한다.
“아.. 병찬이놈 발설 문제 때문에 처분하려고 왔습니다.”
“그래도 그렇지..어떻게 부하를.. ”
“만약 이 사실이 상부에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 저라도 어쩔수가 없습니다..”
백현중박사는 나를 한번 쳐다보곤 정실장에게 눈길을 돌리며 말한다.
“그럼 이분도??”
“사실을 알아버린 얘인데.. 병찬이 대신에 일 시키려고 합니다”
‘병찬 대신??그렇다면 ..난 무사한건가?“
그 말이 사실이라면 기쁘지 않을수가 없었다.
‘병찬은 위험에 처하게 된건 나 때문이지만.. 그렇다고 내가 어떻게 할수있는건 아무것도 없어 병찬 역시도 날 위험에 처하게 만들었으니까..그러니 미안하지 않아도되..그래..‘
그렇게 나 스스로 죄책감에 억눌리지 않으려 자기합리화 시켜간다.
정실장이 내 어깨를 짚으면서 미소 지은후 입을 뗀다.
“이제 너도 우리 식구가 되었으니까.. 이번 병찬일 같은 경우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라.
만약 어기면 다음은 니 차례가 될테니까..“
내 오른팔을 잡고 있던 인재에게 정실장이 고개 돌려 말한다.
“앞으로 너랑 주성이랑 같이 한팀이 되어서 움직이도록 해. 꼼꼼히 일러줘 아참 그리고 헛튼짓 하거나 한다면 바로 나에게 보고하도록해.. 먼저 차에 가 있어라”
말을 끝낸후 박사와 이야기를 하며 머쓱하게 서있는 나와 인재를 힐끗 보더니 나가라며 손짓한다. 복도로 나오자 한숨을 푹 쉬고 큰 키의 인재는 나를 내려다보며 말한다.
“뭐 궁금한거 있어?”
“네?”
“알고 싶은거 있냐고..”
“전부요..”
“전부 어떤거.. 참 말 번거롭게 만드네..”
“이곳은 어떤 곳이죠??”
인재는 고민하는듯 하얀 천장쪽으로 눈을 올리더니.. 보여줄게 있다며 따라오라고 손짓한다. 엘리베이터로 향하고 난후 뒷면 홈에 인재것으로 보이는 카드키를 밀어넣는다.
[962583A 반갑습니다. 오른편 스크린의 구역을 선택 해주십시오]
인재는 오른쪽 벽 스크린에 4/2가량 차지하는 곳을 터치하니 안내메시지가 나온다.
[Vegetative State Zone 으로 이동합니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난 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그 어디에서도 볼수 없었던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와........이럴수가..”
난간에 서고 아래를 내려다보자 약 천장까지 약 300미터 가량 되보인다.
아까 그 곳에서 봤던 사람이 들어가 있는 캡슐들이 빼곡하게 셀수 없이 세워져 있었고, 기술자들로 보이는 주황색 엔지니어복 차림의 사람들이 고장난 듯 보이는 캡슐을 손 보고 있었으며, 그 곳에서 입었던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은 기록일지로 보이는 차트같은걸 들고 캡슐들을 일일이 체크하며 분주하게 움직인다. 캡슐 사이의 트레인은 쉴세 없이 돌아가며 2~3개의 캡슐들이 차례대로 오른쪽 끝 편 통로로 어딘가로 옮겨지는 듯 하다.
벌어진 입을 다물고 인재를 올려다 보며 말한다.
“저..저기 안에 사람들은 어떻게 된거죠?..”
“식물인간”
“식물인간??..왜..인위적으로 식물인간으로 만들어서 보관한다는 건가요?”
“그렇지. 무작정 사람을 데려와 장기를 적출해내고 쌓아둬서 그 장기들이 오래되거나 부패하면 어떻게 ... 상품가치가 떨어져버리니까 나름 대가리 굴린거지... 음 뭐.. 여기서 하는 일은 사람들을 보관 또는 장기를 적출해서 해외 거래처로 옮겨지지..뭐 남은 고깃덩이는 옆 음식점으로 넘겨지고 다른 지부쪽 음식점으로도 보내지고...”
“도대체 왜..이런짓을..??”
“다 돈벌려고 하는 짓들이지.. 이미 애들은 죄책감따위 없이.. 사람을 고기다루듯 하니까.. 너도 조심하는게 좋을거야.. 병찬이 그 놈 봤지 어리버리하다가 그 지랄 날줄 알았어”
“그렇다면 .. 경찰에 신고하면 되잖아요..”
인재는 알 수 없는 미소와 함께 어이없다는 듯 바라 본다.
“또..뭐 궁금한거 없어?”
“남은 저들의 뼈와 머리카락 이런것들은 모두 어떻게???양이 적지 않아서 적발될텐데”
“버릴거 남는거 하나도 흔적도 없이 싸그리 처리해...”
“어떤식으로요??”
“뼈와 머리카락 피부같은건 조각품이나 악세사리나 옷으로 희소성 높게 만들어내서 해외로 수출하지..희귀성이 높은 탓에 돈많은 갑부들에게 잘 팔리나봐”
“생각보다.. 철저하고 체계적이네요...”
“그 누가 밝히려 해도 그러지 못할거야.. 워낙 규모가 대규모다 보니까 다 수 쓰겠지? 그리고 너 이거알아?? 요즘 뉴스에 방부제 과도사용 그것도 다 부패속도 늦춰 유통하기 편하도록 일부러 이 쪽에서 머리 쓴거야.. 국민들은 모두 사육당하고 있는거나 다름없지..소름끼치지 않냐? 나도 처음에 사실을 알고 난후 몇날 몇일 잠도 못잤었어..”
“세상에....”
“정실장 오기전에 미리 올라가있자”
“네...”
인재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는 아직 진실을 감싸고 도는 일부분에 불과하단걸 직감할수 있었다..
얼마나 소름끼칠만 일들이 이곳에 더 존재할지.... 알아가는것이 이제는 두려워진다다..
[삐빅. 962583A 그린 라벨 신분 확인되었습니다, 안녕히가십시오.]
보안문이 열림과 동시에 적막이 흐르던 센터 복도에 빗소리로 가득찬다.
-12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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