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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은 빗줄기들이 인재가 핀 우산위를 두드린다.
스타렉스의 문이 열리고 황급히 나는 차에 올라탔지만 인재는 우산을 접고 탄 탓인지 그 짧은 순간에 비에 흠뻑 젖었고 외마디의 욕과 함께 우산을 바닥에 탈탈 턴다.
우산을 차 바닥시트에 뉘어놓자 나와 인재사이에 적막이 흐르고 차 본닛을 울리는 빗소리가 둘의 적막을 감추기 위해 애를 썻다,
필사적으로 어둠을 몰아내려는 가로등 위태로운 불빛을 바라보니 죽음을 겨우 빗겨가게 된 내 자신의 애처로움과 가족생각에 설움이 북받쳐 올라 눈가에 눈물이 질듯 위태롭다. 적막을 떨쳐 내려는 듯 인재가 입을 뗀다.
“야.. 어떻게 알게 된거냐..?”
“친..구 아버지...”
눈물이 내비춰지기라도 할까봐 쉽사리 고개를 돌리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얼버무렸다.
“너 우냐??”
“아닙니다..”
“에~우는거 맞구만... 흠....아마도 오늘 근무는 안할거 같으니까.. 내 방에서 술이나 꺽자..이제 너랑 난 한배를 탄거나 마찬가지니까 친해져야지”
“...”
“싫냐?”
“아뇨..”
이젠 더 이상 서로에게 숨길 것도 없고 애써 눈치보며 어렵게 대할 필요도 없어졌다.
모든걸 들켜버렸으니 말이다.
오른쪽 차창에서 하얀 빛이 비쳐온다. 실루엣을 보아하니 정실장일행인 듯 싶다.
정실장이 어깨를 털며 조수석에 올라타고 곧이어 직원들이 차에 올라타자 비 비린내가 올라온다.
차는 L.C건물을 등지며 산에서 내려와 거센 빗줄기를 뚫으며 도로위를 달리기 시작했고,
톨게이트를 지나칠때쯤 정실장이 입을 연다.
“인재야 내일 개미 잡으러 가는 날이냐..?”
“아 예..그렇습니다..”
“그럼 주성이도 같이 데려가도록 해. 차근차근 알려주도록해”
“좀 이르지 않을까요.. 도박장 일도 시작한지 얼마 안됬는데..”
정실장은 룸미러를 통해 시선이 마주치자 난 그 자리에서 몸이 얼어버린 듯 했다.
“한 놈이 빠졌잖아.. 너 생각해줘서 하는 말이니까 그렇게 해”
“예,, 알겠습니다.”
인재의 대답을 끝으로 도착할때까지 차안은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는다.
덜컹거리는 비포장도로를 지나 도박장에 도착하고 인재의 예상대로 우리 둘은 내일 근무를 위해 쉬도록 하라는 정실장의 지시에 따라 방으로 향했다.
“야 내 방이 어딘지나 아냐..?”
“아 맞다.. 어디죠?”
미소지은후 인재는 방쪽을 가리키며 말한다.
“저쪽 P라고 써있는 방으로 와. 술상 펴논다.”
“아..예”
방안에 들어서고 문을 닫곤 문에 기대어 주저앉았다.
예상 할수 조차없었던 일들이 훑고 지나간 탓에 바짝 긴장하고 있던 몸이 방안에 들어섬과 함께 온몸이 쑤셔왔다. 몸살걸린 몸이란걸 망각하고 있었다.
‘이 몸으로 내일 근무할수 있을지....’
해
바들 바들 떨리는 무릎을 양손으로 부여잡고 일어서고 씻지도 못한 채 옷을 갈아 입었다.
인재와의 술약속을 지키기위 문밖을 나서기 위해 문쪽으로 다가가자 노크 소리와 함께 가냘픈 목소리가 들려온다.
[똑.똑.똑]
“주성씨..?안에 있어요??”
서희의 목소리다.
“예 들어와요”
기괴한 문소리와 함께 문 열리자 문틈 사이로 화장끼가 전혀 없는 얼굴을 내밀곤 방으로 발을 딛는다. 그리곤 내심 걱정했는지 무거운 표정으로 묻는다.
“대체... 어딜 나간거에요.. 밖에 비도 이렇게 오는데..”
‘뭐라고 해야하나...;
“잠시 실장님 일좀 도와주느라..”
“아픈사람이 무슨 일을 도와준다고..푹쉬어야 할거 아녜요..”
“그건 그렇고 방에 없는지 어떻게 알았어요??”
서희는 언성 높여 말하다 멈칫하곤 이어 말한다.
“걱정했어요.. 열이 다시 올랐을까봐.. 일하면서 수시로 방에 올라갔는데 방에 없더라구요..응급실에 실려갔나 했어요...”
“걱정하게 해서 미안해요.. 저도 갑자기 나가게 돼서..”
복도 계단쪽에서 서희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서희야!!!!!!!!!빨리와 손님이 찾아]
소리를 들은 서희는 미간을 찌푸린체 복도 쪽을 바라보다 알았다고 외친다.
“있다 퇴근하고 올게요 ..있다 봐요!”
그렇게 서희는 다시 1층으로 내려가고 나 역시도 인재의 방으로 향한다.
인재의 방쪽으로 가면 갈수록 복도의 삐걱대는 소리가 더 심해진다.
내심 발이 나무판이 부러져 발이라도 빠질가봐 조심조심 걸은 끝에 P라고 적혀진 인재 방앞에 선다.
[똑.똑.똑.]
“형.. 들어가도 되나요?..?”
“어~들어와~”
고장이 났는지 문고리가 삐그덕 거린다.
안에 들어서자 좌측편에 나무 반상 위에 조촐한 마른 안주거리와 소주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인재는 반쯤 들어눕다시피 벽에 기대어 티비를 보고 있었다.
술상앞에 앉자 인재는 리모콘으로 티비를 끈 후 소주병을 잡고 내 앞에 놓여있는 글라스잔을 잡으라며 부축인다.
글라스잔을 잡자마자 과할정도로 4/3을 채워놓는다.
나 역시도 소주병을 건네 받곤 인재의 술잔을 채워 놓았다..
“뭐 안주는 오징어, 새우깡 뭐 이 정도면 됫지?..”
“네..”
서로 말이 없자 연신 연재는 술을 권한다.
그렇게 서너잔을 마셨을까. 인재가 새우깡을 두,세개 입안으로 집어넣으며 말한다.
“다른 긴말 필요없고..너 정말 이곳에선 냉정해야 살아나간다”
“여기서 벗어날수나 있을까요..?”
“너 병역특례로 이쪽으로 오게 된거아냐?”
“네 맞는데.. 이렇게.. 사람들이 죽어나가는데.. 저를 과연 놔줄까요?”
인재는 새우깡을 씹으며 양손으로 머리를 조아린다.
“음 어디보자.. 맞다 준섭이!!!! 일년전에 준섭이도 여기서 특례로 있었거든 걔도 복무 마치고 나갔었어”
“아!! 정말요?”
“응 정실장에게 들었는데 간혹 연락온다고 하던데 그 소리 듣고 연락했는데 번호가 바뀌어서 연락은 못했었지만...”
‘음 왜지..?’
나로선 전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렇게 모든 사실을 알아버린 후 사회에 나간다면 어쩌면 신고를 통해 이곳의 정체가 밝혀지게 되는 날에는 곤란한 상황에 처해지기 마련일텐데.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보내줄 그들이 아니다.. 그럴만한 뭔가가 있을 것이다.
잠깐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인재는 한잔하자는 듯 내 쪽으로 출렁이는 잔을 들어올린다.
술이 식도를 타고 흐르는 순간 차안에서 정실장이 말했던 개미잡는다는말이 떠올라 입가의 소주를 손등으로 훔치며 쓰디쓴 입술을 뗀다.
“그... 정실장님이 차안에서 말했던 개미잡는다는 곳이 뭐하는 곳이죠??”
인재는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골돌히 생각 끝에 입을 연다.
“개미굴...음... 음.. 그래! 개미굴에서 여왕개미가 일개미를 낳고 일개미는 성기빠지게 일을하자나.. 뭐...그거랑 비슷해”
도무지 무슨말인지 알수가 없다.
“잘 이해가 안가는데요.. 쉽게 설명해 주세요”
“너...매체에서 가끔 나오는 인신매매 알지?? 그거 역시나 우리쪽과 밀접하게 연관이 있는데 인신매매를 통해서 노숙자건 학생이건 그냥 잡히는데로 데리고 오는데 센터에 도착하기 전에
불쌍해보이는 애들을 추려내는데 걔네들은 죽을날이 잠시 미뤄지는거뿐이야 걔들은 뭐하냐구?
너 길거리에서 보면 하반신에 고무같은거 끼고 질질 기어다니면서 구걸하는 사람들 어디가나 봤었지..? 그게 걔네들이야...걔들이 하루에 받치는 돈이 어마어마 하더라구.. 한 사람당 잘벌면 하루에30씩 번다고 하더라. 그게 개미굴 한곳만 100명정도 되니 걔들은 장사 할만하겠지???대신 개미굴 애들은 센터에 돈 상납해야되.. 한마디로 사람을 빌려주는것과 다름 없는거야.. 일정 기간이 지나면 걔들은 다시 센터로 옮겨지지“
이야기를 듣는 내내 차오르는 분노를 겨우 겨우 억눌렀다.
‘이런 강아지들...’
술잔에 남아있는 술을 들이킨후 인재에게 물었다.
“그럼 다 하나같이 하반신 불구를 만드는 건가요?”
“웅 그렇다고해..”
“그렇다면...다리를 어떻게 자르죠..? 그렇게 규모가 큰 수술은 과다출혈로 도중에 사망할수도 있잖아요 불가능할거 같은데..”
인재는 고개를 내저으며 오징어 다리를 뜯어 물곤
“너 거꾸로 매달면 피가 어디로 향해?”
“아마 중력 때문에 아래로 향하겠죠..?”
“수술하는 사람을 이쪽에선 개장수라고 하는데.. 개장수한테 듣기론 머리쪽으로 피가 몰리게되면 이미 다리쪽엔 감각이 없겠지..?”
내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해 못하는 걸 알아채자 인재가 답답한 듯 가슴을 치면서 언성 높여말한다.
“아!!답답하게 그러니까 너 손 줄로 감으면 피 안통하지..감각이 없잖아!!”
“아.... 네”
“그때 칼과 톱으로 다리를 잘라내는데.. 출혈이 거의 나지 않는다고해 그때 봉합수술을 동시에 마친데.. 그리고 한 2주 있다가.. 혀를 잘라내는데.. 아휴... 나 한번 본적 있는데 비명소리가 몇일내내 귀에서 떠나지 않을 정도야... 아..신발 소름돋아..무튼 그렇게 수술 끝나고 포도당만 놓고 괜찮아졌다 싶으면 바로 일하기 시작하지.”
[!!!!!!]
인재는 말을 끝낸 후 화장실좀 다녀오겠다며 일어서지만 오래 앉아있었던 탓에 쥐가 난 듯 다리를 절며 욕실로 들어가고 나 혼자 방에 덩그러니 남겨졌다.
그들이 혀를 잘라내는 이유는 일하는 도중에 바깥에 알려짐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이 사실들을 모르는 사람들은 예전의 나처럼 누군가에게 보살핌을 받고 있겠지란 생각을 할수 있었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들이 어떤사람들이냐에 대해선 궁금해 하지 않았었다.
상식 밖의 이런 야만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선 상상도 못할 것이다.
생각의 정리를 마친 후 술을 들이킨다.
인재의 방안을 두리번거리며 쳐다보다 티비위에 놓여진 손바닥만한 액자를 발견하곤,
궁금한 나머지 다가가 액자를 집어든다.
사진속 배경이 낯이 익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식당쪽 숲쪽이 배경인 듯 보인다.
무뚝뚝하게 머쓱한 미소를 지으며 서있는 인재를 뒤에서 안은 정빈의 특유의 익살스러운 모습이 담겨있다.
정빈이 어떻게 되었는지 묻고 싶지만 그녀가 사라진 다음 날 정빈의 문패를 떼며 눈물 흘리던 인재의 모습이 생각나 차마 물어보질 못하겠다.
티비위에 액자를 놓는 찰나에 욕실문이 열리고 인재가 나온다.
“너 뭐하는거냐..?”
‘사진본걸 알아챘나...’
“아.. 사진이 보이길래 봤는데.. 이거..정빈맞죠???”
인재가 정색한 모습으로 다가와 액자를 들고가 책상 서랍에 넣고 닫더니 잠깐이지만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기분 나빳다면 죄송해요..”
“너 알고 있지..?”
“네?..”
‘정빈이 사라진이유를 아냐고 묻는건가..?’
“무슨...?”
“정빈이 사라진 이유말이야..”
“혹시..임신때문인가요..?”
내 말을 들은 인재는 넣어뒀던 액자를 꺼내 양손으로.. 사진을 만지는 듯 보인다.
그러더니 어깨가 미세하게 떨려온다.
“내 탓이야..... 내가 죽인거나 다름없어...”
“형은 잘못한거 하나도 없어요.... 죄가 있다면 그들에게.. 있는거지 우린 그저 어쩔수 없이 목숨을 담보로 일하는것 뿐이잖아요 그들은 꼭 죄값을 받게 될거에요 너무 자책하지 말아요..”
인재는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바닥에 주저앉아 액자를 품에 껴안고 오열하기 시작했다.
그가 안정이 되찾을 때까지 어깰 토닥이며 함께 있어 주었고, 점차 안정을 되찾은 인재는
나에게 그만 방에 돌아가보라며 문앞까지 배웅한다.
애써 미소를 지어보이는 인재의 눈엔 어쩌면 평생을 안고 살아가야할 정빈의 슬픈 공백이 자리잡고 있었다.
눈앞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큼 정말 잔인한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만약 나에게 그런 상황이 펼쳐진다면 기필코 죽는한이 있더라도 지켜낼 것이다.
고갤 돌려 복도 끝 자명종을 바라보니 오전 7시 10분을 가르키고 있다. 사람들이 퇴근하여 들어와 있었을 시간이다. 혹시 인재의 방에서 나눴던 이야기들을 누가 엿듣지는 않았을까 걱정된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침대에 누군가가 등돌린채 자고있는 모습이 보인다.
깜짝 놀란 나는 황급히 뒷걸음질 치며 문패를 확인하자 H글자 내 방인게 분명하다.
가까이 다가가 확인을 해보니 서희다.
‘이제 아주.. 자기방 되셨구만...’
많이 피곤했는지 코까지 골며 곤히 자는 서희를 차마 깨울수 없어 이불을 올려 덮어준다.
몸상태가 안좋고 술을 급하게 마신 탓에 몸이 천근만근이다. 간단한 세면을 마치고 잠자리에 들어야 겠다. 방안에 서희와 같이 있다는게 여간 신경 쓰이지만 말이다.
서희의 잠을 깨우지 않기 위해 조심히 걸어 욕실로 향하고 세면을 마치고 난 다음 다시 침대쪽으로 향한다. 아무일도 없을거란 건 잘 알고 있지만 호감을 갖고 있는 상대와 한 침대에 누워있는다는 것만으로 표현할수 없을 정도로 설레인다. 이런 내가 챙피해질 정도로 말이다..
차마 같이 이불 덮는 것조차 부끄러워 이불을 포기하고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기 위해 눈을 감지만 묘한 감정이 몸을 휘감아돈다. 엎치락 뒤치락하다 서희쪽으로 돌아누워 자고있는 서희 얼굴을 빤히 바라보자 인재의 방으로 가기전 서희가 화내는 모습이 생각나 절로 미소가 세어나온다.
그런 그녀에게 한걸음씩 이끌려가다간 사랑이란 감정에 도달할것만 같아 두려움과 설레임이 교차된다. 손을 살며시 그녀의 볼을 만져보려 뻗어보지만 닿는 동시에 잠에서 깰가봐 볼에 닿을 용기가 나질 않는다. 서희의 볼 위로 손바닥을 드리우자 서희의 온기가 손바닥에 전해지고 놀란 나머지 뻗은손을 거둬내고.. 숨죽이며 서희를 바라보다 서서히 눈커풀이 내려앉는다.
-13편-계속
13부는 아직 안나온건가요? 잼있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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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이 연재중이셔요 3~4일마다 나온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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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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