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2ch] 홈 아래의 남자
어린 시절 나는 영감이 강하달까, 다른 사람에게는 안 보이는 것이 종종 보이곤 했습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감에 따라 그런 것들은 보이지 않게 되었고, 내게 그런 능력이 있었다는 기억조차 희미해질 무렵이었습니다.
지난 여름의 휴일.
나는 동아리 때문에 학교에 나가고 있었습니다.
평소처럼 역의 홈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나는 무언가 기분 나쁜 예감이 들었습니다.
홈 너머 선로에는 정장 차림의 중년 남자가 서 있었습니다.
더위 때문인지 멍하게 서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 남자는 선로와의 접근을 제한하는 노란 선 위에 서 있었습니다.
그대로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홈 밑에 주저 앉아 상반신만 보이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남자의 양팔은, 위에 서 있는 남자의 바짓자락을 꽉 잡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옛 감각이 살아난 것인지 홈 아래에 있는 남자는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홈 아래의 남자는 위의 중년 남자를 끌어들이려는 것 같았습니다.
남자는 휘청휘청 조금씩 홈의 구석으로 질질 끌려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이 역은 일반 열차만 멈추는 곳입니다.
전광판을 보자 다음 열차는 이 역에 정차하지 않고 통과하는 열차였습니다.
나는 달려 내려갔습니다.
달리면서 아저씨에게 소리를 질러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순간, 내 쪽에서 큰 소리와 함께 급행 열차가 지나갔습니다.
다행히 그 소리를 들은 아저씨는 정신을 차린 것인지, 홈 밑에 있는 남자의 손을 뿌리치고 안 쪽으로 돌아섰습니다.
나는 안심했지만, 여전히 홈 아래의 남자는 그 곳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남자는 내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인지, 그대로 옆으로 이동해 나에게 엄청난 속도로 다가왔습니다.
나는 겁에 질려 미친 듯 계단을 뛰어 올라 역에서 나왔습니다.
역 바깥 쪽에서 선로를 보았지만, 그런 남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후에도 몇 번이고 그 역에 갔었지만, 이상한 일을 겪었던 것은 그 때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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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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