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2ch] 베란다
회사에서 돌아갈 때는 살고 있는 아파트가 보이는 다리 위에서 방의 베란다를 올려다 보곤 합니다.
별다른 이유는 없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하는 일상적인 일입니다.
그 날도 내 방의 베란다를 올려 보았습니다.
[응?]
베란다에 누군가 있다...
분명히 사람이 서 있었습니다.
고개를 푹 숙이고 긴 머리를 늘어트린 채 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서 있었습니다.
나는 무서워져서 가까이에 살고 있는 동료 K씨에게 전화를 하고 근처의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일의 경위를 이야기했지만 K씨는 믿지 않으며 착각이라고 단언하고는, 함께 집까지 가 주기로 했습니다.
방에 들어가니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은 낯익은 방이 나를 맞아주었습니다.
베란다에도 역시 아무도 없었습니다.
[역시 잘못 본 거야]
그리고 K씨는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나의 불안이랄까, 공포는 전혀 진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자기 자신에게 [헛것을 본거야] 라고 자기 최면을 걸고 저녁도 먹지 않은채 그대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딩동]
벨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시계를 보니 새벽 1시.
멍하니 도대체 누구냐며 투덜대면서 인터폰을 들었습니다.
동료 K씨였습니다.
K씨는 대단히 무서운 얼굴을 하고 [빨리 나와! 안에 누군가 있어! 이 집 베란다에 사람이 있다구!] 라며 문을 두드렸습니다.
잠이 확 깬 나는 짐도 챙기지 않고 그 길로 부리나케 집을 나왔습니다.
문 밖에 있던 K씨는 나를 보자마자 엉엉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K씨의 모습을 보니 나도 무서워져서 같이 소리를 내어 울어버렸습니다.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서... 여러번 전화 했었어.]
휴대폰을 보니 3통이나 전화가 와 있었습니다.
[좋지 않은 느낌이 들어서... 저녁 때 일이 마음에 걸려 다시 다리 위까지 와 봤거든.]
무서움 탓인지 K씨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빨래가 크게 말려 있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모두 사람이었어. 도대체 어떻게 그 많은 사람이 베란다에 한꺼번에 있을 수 있
니? 거기다가 빨래라고 생각될 정도로 그 사람들 모두,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방 쪽을 째려보고만 있었어...]
이야기를 듣자마자 온 몸에 소름이 돋고 또다시 눈물이 흘렀습니다.
우리는 그대로 경찰서에 가서 사정을 이야기했습니다.
역시 믿어주지는 않았지만, 경찰관 한 명이 함께 집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베란다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 날은 K씨에게 돈을 빌려 택시로 근처에 있는 부모님의 집으로 가서 잤습니다.
다음날 부모님과 함께 돌아와 그 방에서 나가기로 하고 부동산에 집을 내놓으러 갔습니다.
일단 부동산에 있는 사람에게 추궁해봤지만 여태까지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릴 뿐이었습니다.
본가에 돌아온 다음날 집에서 편히 쉬고 있는데 직장 상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K씨가 입원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제 일도 있고 해서 불안해진 나는 바삐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K씨는 얼굴과 손에 붕대를 감은 채 자고 있었습니다.
곁에서 간병하는 가족에게 친구임을 알리고 그 사람이 K씨의 오빠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혹시 회사에서 K에게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요?]
[회사에서는 그다지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K씨의 오빠의 물음은 이어졌습니다.
[그럼 남자친구라도 있었나요?]
[K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나는 어제 일은 이야기하지 않고 K씨의 오빠에게 사정을 물어보았습니다.
[방에서 자해를 한 것 같아요.]
[네?]
무엇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 관리인이 찾아가 보니 K씨가 엄청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고 합니다.
문이 잠겨 있어 관리인은 경찰에 전화를 한 뒤 비상키를 사용해 들어갔다고 합니다.
[병원에 옮겨지고 나서 경찰에게 들은 거지만, 베란다 유리가 산산조각 나 있었다고 합니다. 경찰도 침입자의 흔적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그런
흔적도 없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안에서부터 깨진 창문의 모습이 K가 직접 깨버린 것 같다고 해서...]
나는 눈 앞이 어두워짐을 느꼈습니다.
분명 그거야...
그 뒤 K는 정신을 다쳐서 지방의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면회를 하고 싶다고 K의 가족에게 몇 번 부탁해봤지만, [나중에] 라는 대답 밖에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나, 갑자기 K씨에게 편지가 왔습니다.
그 편지에는 즐겁게 지내고 있다던지 병실 동료인 누구를 싫어한다던지 어떤 남자가 멋있다던지 하는 내용이 정신 없게 적혀 있었습니다.
사진의 끝에는 건강하고 힘내고 있어! 라는 말과 함께 흰 병실의 침대에 K씨가 피스 사인을 하고 있는 사진이 동봉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등 뒤에 보이는 창문은 모두 검은 종이로 가로막아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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