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실화괴담] 문 열어
*장단조중중모리님이 투고해 주신 이야기입니다.
아는 사람에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오랜만에 그 사람이 집에 갔더니, 부모님이 해외로 여행을 떠나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집에 들어갔더니 집은 이사갈 준비를 마친 상황이었습니다.
집에 무슨 일이 있다고 생각한 그는 멀쩡한 집에서 갑자기 왜 이사를 가냐고 부모님께 물었습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부모님은 이야기 하기를 꺼렸습니다.
이사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아파트는 입지 조건도 좋고 여러모로 괜찮아서 오랫 동안 살 곳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는 더욱 의아했습니다.
부모님은 해외로 떠나기 전에, 혼자 있으려면 차라리 다른 곳에서 자고 오라며 돈을 주셨습니다.
하지만 그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죠.
집은 아파트였기에 문은 휑한 복도와 연결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복도와 연결된 방의 창과 현관 문에는 모두 절에서 얻어온 부적이 잔뜩 붙여져 있었습니다.
양 쪽 옆 집은 모두 이사를 간 뒤였기에 복도는 더욱 황량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날 밤.
부모님은 해외로 여행을 떠나셨으니 집에는 그 혼자 남아 있을 뿐이었습니다.
집에 붙여진 부적과, 부모님의 어딘지 모를 께림칙한 행동이 마음에 걸렸던 그는 잠을 자기 두려워 늦게까지 TV를 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쏟아지는 잠을 주체하지 못하고 방에서 잠을 청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얕게나마 잠에 빠졌을 그 때.
잠결에 어렴풋하게 누군가 현관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졸린 눈을 비비며 나가보려 했지만, 이 늦은 시간에 누가 집에 찾아오겠냐는 생각에 그냥 침대에 누워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잠시 뒤 들려온 목소리는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의 것이었습니다.
현관에서 [나야, 문 좀 열어줘.] 라고 말하는 목소리는 다름 아닌 아버지의 것이었습니다.
깜짝 놀란 그는 문을 열어드리려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려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아버지는 이미 해외 여행으로 외국에 나가계실 터였습니다.
즉, 지금 문 앞에 아버지의 목소리로 말하는 것은 결코 아버지일리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겁에 질린 그는 숨을 죽이고 침대에서 이불을 뒤집어 쓴 채 가만히 바깥의 누군가가 사라지기만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문 밖의 누군가는 더욱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말조차 하지 않고, 노크 소리는 문을 두들기는 소리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나야, 문 좀 열어줘.] 라고 말하는 목소리는 다름 아닌 어머니의 목소리였습니다.
[급해서 그래. 문 좀 열어줘.] 라는 소리에 그는 침대에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벌벌 떨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함께 해외로 여행을 가셨던 것입니다.
당연히 진짜 어머니라면 이 곳에 계실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다시 목소리는 사라지고,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더욱 시끄러워졌습니다.
다행히 잠시 뒤, 소리는 완전히 사라지고 적막만이 남았습니다.
그는 그제야 부모님이 이사를 하려던 이유를 깨달았고, 그 누군가가 사라진 것에 이불 속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때.
잠을 자고 있던 방의 창문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그는 깨달았습니다.
그가 자고 있던 방은, 복도와 맞닿아 창문이 복도 쪽으로 열려 있는 방이었다는 것을.
창문 바로 아래 침대에서, 이불을 뒤집어 쓴 채 그는 완전히 굳어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중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문 열어, 문 열어, 문 열어, 문 열어, 문 열어, 문 열어, 문 열어, 문 열어, 문 열어...]
나직하게, 끊임없이 말입니다.
그것도 다른 누구도 아닌 그 자신의 목소리로.
공포에 질린 채 그는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로 비명을 질렀습니다.
창 밖의 무언가는 한참 동안 귀에 속삭이듯 [문 열어.] 를 반복했고, 현관문은 이미 발로 미친 듯 걷어차이고 있었습니다.
결국 이불 속의 그는 너무나 큰 공포에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다음날 아침 간신히 일어난 그는 현관문을 열어보고 다시 한 번 소스라치게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손에 밀가루를 묻히고 손바닥으로 문을 두들긴 듯, 현관문에는 하얀 손바닥 자국이 가득 차 있었기 때문입니다...
출처 (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 http://cafe.naver.com/theepitap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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