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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실화괴담] 검은 문


*후닭다리님이 투고해 주신 이야기입니다.
 

저는 올해 21살 된 남성입니다.

이 일은 3년 정도 전의 일로,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았던 제가 마음을 바꾸게 된 사건입니다.

이야기는 저희 아버지가 꾸신 악몽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어느 날부터 아버지는 꿈자리가 뒤숭숭하셨는지 잠꼬대를 하며 꿈을 꾸다 잠에서 깨어나시곤 했습니다.

마침 그 때 저는 시험 기간이었기에 밤을 새고 공부를 했는데, 아버지의 잠꼬대가 너무 무서워서 공부도 제대로 못 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꿈을 하루 이틀 꾸는 것도 아니고 매일 같이 그러시다보니, 저는 궁금해져서 아버지꼐 여쭤 봤습니다.



아버지의 말로는 어떤 기이한 생물과 싸우는 꿈이라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매번 괴물의 형태는 다른데도, 비슷한 곳에서 정체 모를 큰 검은색 문으로 아버지를 끌고 가려는 꿈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아버지께서는 왕년에 권투를 하셨던지라 매번 괴물에게 승리를 거두셨다고 하시더군요.



여기까지만 해도 저는 그냥 특이한 꿈을 꾸셨구나 하고 넘어갔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일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반찬 공장을 하십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반찬 공장에서 반찬을 사서 장사를 하시는 스님 한 분이 계십니다.

스님이신데도 불구하고 아내와 자식이 있고, 술과 고기를 즐기시는 파계승 같은 분이랄까요.

철학원도 하셨고, 종종 기도하러 산에 한 달이 넘게 들어가 계시기도 하는 특이한 분입니다.



어느 날 그 스님이 아버지와 술을 마시겠다며 저희 집에 찾아오셨습니다.

저희 집이 좀 작다 보니 저는 부모님과 한 방을 썼었습니다.

그런데 그 스님이 방에 들어오시더니 대뜸 [아니, 여기 자리가 너무 안 좋은데? 여기서 자면 안 좋은 꿈 꾸지 않나?] 라고 물으시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아무래도 자존심이 상하셨던 것인지 [악몽은 무슨? 난 그런 거랑은 거리가 멀어!] 라고 넘기셨습니다.

하지만 스님은 끝까지 마음에 걸리셨던지, 술을 다 드시고 돌아가시면서 부적을 쓴 후 숱을 탄 물에 녹여 아버지께 마시라고 건네셨습니다.

아버지는 은근히 악몽이 신경 쓰이셨던 것인지 드시더라구요.



신기하게도 아버지는 그 날 이후로 악몽을 꾸지 않으셨습니다.

문제는 그 대신 제가 악몽을 꾸기 시작했다는 것이었죠.

제 꿈은 조선시대가 배경인 꿈이었습니다.



저는 인육시장에 아기를 유괴해서 팔아 넘기는 범죄자였죠.

꿈 속에서 가정 집에 몰래 들어가 갓난아기를 훔쳐 오는데, 갑자기 아이의 어머니가 눈을 떴습니다.

깜짝 놀란 저는 그 어머니를 살해하고 말았습니다.



아기를 인육시장에 팔아 치우는 것도 살인임은 틀림 없지만,

어쨌거나 직접적인 살인은 처음이었던 저는 기분이 나빠져서 아기를 인근 개울가에 던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마음을 고쳐 먹고 성실한 나무꾼이 되어 속죄하며 살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몇 년이나 지났을까요?



저는 팔도의 모든 산을 돌아다니며 나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저는 어쩐지 눈에 익은 산에 오게 되었습니다.

오싹한 기분이 들어 돌아 가려는데, 눈에 개울가가 들어왔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잊고 있던 그 사건이 갑자기 기억나며 알아차렸습니다.

이 곳이 그 곳이구나!

불길한 예감에 저는 도망치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달려도 한 곳을 맴도는 것 마냥 그 개울가로만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지친 제가 숨을 헐떡거릴 무렵, 눈 앞에 갑자기 물에 팅팅 불은 아기의 익사체가 나타나고 온 몸이 멈췄습니다.

그리고 개울에서 그 아이의 어머니가 나와서 제 손목을 덥석 붙잡았습니다.



[같이 가자... 너무 외로워...]

그 여자에게 손을 끌려가 하반신이 물에 잠길 무렵,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래서 몸을 반대 쪽으로 휙 비트는 순간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꿈이 너무 생생해서 섬뜩하기까지 했지만, 평소 귀신을 믿지 않았던 저는 그냥 다시 잠을 청했죠.

그리고 저는 또 다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저는 용케 개울가에서 벗어난 것인지, 용하다는 무당을 찾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묘하게 마음이 가는 무당이 있었습니다.

백옥 같이 하얀 피부에 색기가 넘치는 이목구비를 가진, 마치 유혹하는 것마냥 아름다운 여자였습니다.

저는 그 무당에게 사정을 털어 놓았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이야기를 듣고 힘을 내라며 저에게 음식을 권했습니다.

저는 기쁜 마음에 덥석 음식을 집어 들고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넋을 잃고 계속 음식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파란 도포를 입은 선비 한 분이 나타나 제 팔을 붙잡았습니다.



[당장 그만 두시오. 그것을 먹으면 안 되오!] 라며 말리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무시하고 계속 먹었죠.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모든 세상이 느리게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눈은 빠르게 돌아가는데, 귀에선 멍하게 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선비는 여전히 걱정스런 눈빛으로 먹지말라고 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눈을 돌려 무당을 봤는데, 무섭기 그지 없게 무당은 눈알이 튀어나오도록 눈을 치켜뜬 채 입이 찢어져라 웃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무당의 뒤에 검은색의 큰 문이 열렸고, 무당은 제 손목을 잡고 그 문으로 끌고 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아까 개울가에서의 꿈이 생각나 온 힘을 다해 몸을 뒤틀었고, 다행히 그 방법이 통해 극적으로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꿈에서 깨니 온 몸에서 식은 땀이 흐르고 숨이 가빴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너무 피곤했던지라 저는 다시 잠을 청하고 말았습니다.

이번에는 꿈의 무대가 현대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저는 야간 자율 학습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죠.



그런데 갑자기 집으로 오는 골목길 허공에서 엄청나게 큰 검은 문이 활짝 열리더니, 마치 진공 청소기처럼 저를 빨아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아까는 물리적인 힘이라 저항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냥 허공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이라 꼼짝 없이 죽는 것이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아버지가 저를 깨우셨습니다.



그리고는 하시는 말씀이 [너 도대체 무슨 꿈을 꿨냐? 옆에서 자는데 네가 섬뜩한 목소리로 웃으면서

"나랑 같이 가자..." 라고 말하길래 놀라서 깨웠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3번이나 비슷한 꿈을 꾸고 나니 너무나 무서워서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그 다음 날에도 비슷한 악몽이 저를 덮쳤고, 아버지는 전의 그 스님에게 상담을 하셨습니다.



스님은 우리 집에 오시더니 휘리릭 달마도를 한 장 그리시고는 방에 걸어두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리고 너무나 신기하게도 그 이후로 저도, 아버지도 악몽을 꾼 적이 없습니다.

도대체 그 꿈은 무엇이었을까요?



아버지는 싸워서 이기셨고, 저는 겨우 저항만 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그 검은 문으로 끌려 들어갔다면 지금쯤 저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 동안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았던 저마저 귀신을 믿게 된, 너무나도 무서운 경험이었습니다.



출처 (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 http://cafe.naver.com/theepitap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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