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저주의 비디오(2)
그 날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밤이 되어도 그칠 기색이 없이 이대로 영원히 내리는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A씨가 얼굴을 내민 것은 아르바이트가 끝나기 30분 정도 전인 7시 반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A씨는 개점 당시부터 오던 손님으로 이틀 걸러 가게에 오는데,
점장과 직원과 쓸데없는 얘기를 하고 비디오를 빌려 돌아가는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그 날, 잠깐 잡담으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는데 어느 샌가 예전의 비디오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A씨는 대단히 흥미를 느낀 것처럼 “한 번 보자” 라고 말을 꺼냈습니다.
점장은 “손님의 프라이버시가 있기 때문에…”라고 계속 거절했지만 결국 A씨가 우기는 바람에 모두 그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계속 내리던 비때문이었을까요, 다른 손님도 없고 영업에 지장을 줄 염려도 없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꺼림칙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그것을 발견했을 때부터 쭈욱 느꼇던 뭔가 좋지 않은 불안 같은 것… 하지만 반면에 거기에 뭐가 찍혀 있을까하는 호기심이 있던 것도 사실입니다.
게다가… 그곳에 있던 모두가 말하진 않아도 아무도 이 테잎을 가지러 오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 비디오 테잎 감상회에 참가했던 것은 A씨, 점장, 저, 여대생 아르바이트 토모씨, 그리고 아스카씨 5명이었습니다.
아스카씨라는 사람은 이 가게 주인의 딸로 저와 같은 학교 학생이었습니다. 영화를 좋아하는듯 가끔 놀러와서 A씨와도 안면이 있었습니다.
먼저 말을꺼냈던 A씨는 카운터 옆에 잇는 비디오덱 앞 가장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몰카라면 어쩌지?”라는 둥 농담을 꺼내기도 했습니다.
비디오가 재생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소리가 악몽의 시작이었던 것입니다.
비디오가 마지막까지 재생되고 자동으로 되감기를 시작해도 어느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저는 가슴 가득히 밀려오는 엷고 기분나쁜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보고 만 것을 후회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다른 4명도 같은 기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A씨도 두세마디 건네고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저는 아르바이트 시간이 많이 지나 급히 돌아갈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그 비디오 옆에서 일초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제가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점장이 와서 “미레이짱, 미안하지만 아스카짱이 몸이 안좋다고 해서 택시로 집까지 바래다 주지 않을래…”
제가 아스카의 몸상태를 보러 가자 그녀는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입술은 작게 떨리고 있었습니다.
저 자신도 아까 봤던 비디오의 영향때문인지 기분이 몹시 안좋았지만 그녀의 상태는 확연히 이상했습니다. 마치 뭔가 뒤쫓아오는 듯한…
저는 점장에게서 택시비를 받아 아스카를 데리고 택시를 탔습니다. 그녀의 집은 가게에서 차로 10분거리에 있습니다.
저는 그녀의 상태가 걱정스러워 “괜찮아?”라고 말을 걸어봤지만 그녀는 작게 속삭일 뿐이었습니다.
그녀의 집이 있는 골목은 차가 들어갈 수 없었으므로 택시기사에게 기다려 달라고 말하고 여전히 내리고 있는 빗속을 둘이서 걸어갔습니다.
“아까 그 비디오 말인데.”
지금까지 묵묵히 있던 그녀가 문득 발을 멈추고 말을 걸었습니다.
“들었을거야.”
“어?”
“목소리가 들렸을거야”
제가 기억하는 한 그 비디오 속에 사람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는데”
제가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확실히 들었어… 여자 목소리로 아스카라고”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집으로 다시 걸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녀가 말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채, 그녀의 뒤를 다급히 따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현관 문을 열면서 돌아보더니
“고마워” 라고 말하며 가느다란 웃음을 지으며 조용히 문을 닫았습니다.
ASUKA
(목소리가 들렸어)…
그녀는 확실히 그렇게 말했습니다. 저에게는 들리지 않은 목소리가 그녀에게는 들렸다는 것이었을까요? 다른 사람들도 들었을까요?
저에게만 들리지 않았다? 또는… 그녀만 들었다? 저는 뭔가 형체를 알 수 없는 공포로, 그녀가 사라진 문 앞에서 잠시 서 있었습니다.
제가 아스카를 본 것은 그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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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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