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上)
1
상당히 긴 이야기입니다. 문장 정리하는 게 서툴러서 잘 전해지지 않을지도 모릅니다만, 좋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몇 년 전, 저는 실업계 고등학교에 다녔는데, 죽을 각오로 공부해서, 어떻게든 국립대학에 합격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대학에 가서 강의를 듣고, 독신 생활을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휴일에는 회식.
그렇게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을 때,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그날은 약간 흐린 날씨에 바람이 차가운 날이었습니다. 저는 아르바이트 장소로 향하는 도중이었습니다.
신호가 빨강이 되었습니다. 옆에는 20대 후반의 어머니로 보이는 여자와 초등학교 1학년 정도의 여자아이가 울고 있었습니다.
아이의 앞에는 아이스크림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떨어진 아이스크림은 못 먹는 거야. 다음에 또 사줄 테니까 울지 마.]
[아아아아앙! 지금 먹고 싶어! 지금 사!]
울음을 그칠 줄 모르는 아이를 보고, 저번에 불고기가게에서 받은 엿이 생각났습니다.
신호가 파랑이 되고, 저는 아이의 시선에 맞추려고 주저앉은 채로 말을 건넸습니다.
[이거 먹을래? 아이스크림을 대신 할 수는 없지만, 엄마를 힘들게 하면 안 돼.]
엿을 손바닥에 놓았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트윈 테일이 어울리는 아이는, 울음을 그치고 미소를 지으며 엿을 먹으려 했습니다.
그 순간, 제 눈앞에 보이던 모녀는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 대신 눈앞에는 트럭이 있었습니다.
순간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경찰차 안에 있었습니다.
체격이 좋은 경찰관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했습니다.
[취한 채로 운전하던 트럭 운전기사가 네 옆을 지나간 것 같다. 옆에 있던 모녀는 유감스럽게도 죽었다.]
저는 처음으로 죽음을 가까이에서 느꼈기 때문인지, 손발이 제 것이 아닌 것처럼 떨리고 있었습니다.
[생각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좋으니까 이야기 좀 해줄래?]
저는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떨어뜨려서 울고 있었고, 엿을 주기 위해 모녀 발을 잡아두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눈물은 나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단지, 저 때문에 아직 어린 생명, 그 어린 생명을 기르는 사람의 생명을 빼앗아 버린 저 자신이, 정말 무섭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가.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고마워요. 하지만 당신 탓은 아닙니다. 나쁜 건 운전기사지. 자기 탓을 하면 안 돼.]
그런 동정 어린 말은, 그때의 저에게는 아무래도 상관없었습니다.
단지 빨리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돌아가서, 이 더러워진 몸을 씻어내고 싶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사람이 죽었기 때문에 그렇게 간단하게 돌아가지는 못했고, 돌아갈 때쯤에는 이미 해가 지고 있었습니다.
샤워하면서 장례식에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날은 식빵만 먹고 바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장례식 당일에 어떤 얼굴을 하고 가면 좋을지 몰랐습니다. 가는 도중에 경찰관의 말이 몇 번이나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그건 유족에게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이야기하는 건 네 자유지만, 제2의 사건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무슨 말인지 그때까지는 몰랐지만, 지금은 확실히 압니다. 제가 그때, 엿을 주지 않았으면, 모녀는 살아있었겠죠.
운전기사는 모녀와 함께 죽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가족은, 대체 어디에다가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내던지면 좋을까요?
저는 자연스럽게 다리가 무거워졌습니다. 걸음이 늦어도, 계속 걸으면 언젠가 목적지에 도착하겠지요.
[후~ 어떤 표정으로 가면 좋을까..] 이 말을 몇 번이나 걸으면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해서는, 주변을 계속 빙빙 돌고 있었습니다.
사건 당일, 경찰관이 제게 했던 말을 떠올렸습니다.
[네 탓은 아니야. 나쁜 건 취한 채로 운전한 운전기사야.]
그렇다. 뭘 고민하는 거야. 저는 울고 있던 여자를 호의로 불러 세웠습니다.
트럭이 온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불러 세우는 일은 없었겠지요.
나쁜 건 운전기사다. 나쁜 건 운전기사다. 나쁜 건 운전기사다.
내가 아니다. 내가 아니다. 내가 아니다.
몇 번이나 주문을 외우듯, 머리로 반복하면서 식장으로 향했습니다. 빨리해야 할 일을 끝마치고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더는 존재하지 않는 부모와 자식을 향해서 손을 모은다. 아무런 감정 없이.
당신들의 시간을 뺏은 건 내가 아니야! 그런 것들을 생각하니, 머리가 아파져 왔습니다.
무슨 생각하는 거야! 이런 말 하려고 왔던가. 빨리 돌아가려고 다리를 올렸을 때, 누군가 저를 불렀습니다.
[당신은 사건 때, 근처에 있었던 사람 아닙니까?]
남편으로 보이는 사람이 죽을 것 같은 얼굴로 저를 보면서 말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다른 말은 하지 않고, 천천히 대답했습니다.
[큰일이었겠죠. 그때의 일을 기억하고 있습니까? 만약 제 가족들을 봤다면, 뭐든지 좋으니까 가르쳐 주세요. 뭐든지 좋으니까. 마지막에 웃고 있었는
지, 울고 있었는지, 어떤 거라도 좋으니까..]
저는 죽을 것 같은 얼굴을 한 남편의 얼굴을 보고, 그때 일을 말할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말하면 어떻게 될까, 원망받는 걸까.
저는 모든 것을 받아드리기로 했습니다. 저는 그때의 일을 천천히 말했습니다.
[그런가. 웃고 있었어. 다행이다. 다행이다. 그것만 알아도 기뻐. 울지 않았으면 그것으로 만족해. 고마워요. 고마워요.]
몇 번이나 고맙다고 저에게 말했습니다.
그 말은, 저를 부담감의 늪에서 구제해줬습니다.
하지만..
2
가족은 또 한 사람 있었습니다. 제가 장례식장에 들어갔을 때,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던 사람입니다.
오빠가 있었던 것입니다. 제가 사건 당시의 일을 전부 이야기할 때, 그 남자는 저를 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 없었습니다.
그는 눈도 안 깜박이고, 오로지 나만 보고 있었습니다.
그 시선이 구제된 저의 마음을 다시 바닥으로 잡아당기고 있었습니다.
제가 돌아가려고 했을 때, 켄지(오빠;가명)가 뭐라고 중얼거린 것 같았습니다. 무슨 말을 했는지 잘 들리진 않았지만.
[.. 그러니까, 어머니와 소미가 죽고, 저놈이 살았어. 저놈이 대신 죽었어야 했는데.]
그렇게 말한 것 같습니다. 저는 도망치듯 집으로 돌아가서, 바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저는 어딘지 모르는 곳에서, 무작정 달리고 있었습니다.
여기는 어디일까요, 어째서 달리고 있는 걸까요, 하지만 걸어다녀선 안됩니다.
그 녀석이 오고 있습니다. 곧 근처까지 쫓아올 겁니다.
멈춰선 안됩니다. 빨리 도망쳐야.. 도망쳐야..
거기서 눈을 떴습니다. 땀으로 흠뻑 젖은 몸. 기분 나빴습니다.. 샤워를 하면서, 방금 꿨던 꿈을 떠올렸습니다..
오늘은 여친을 만나는 날이라서, 밝은 얼굴을 하고 나가야만 합니다. 뭐,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거울을 보고 있었습니다.
여친과 만난 지 몇 시간이 흐르자, 어제 있었던 일은 그저 꿈처럼 느껴졌습니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고, 요리가 나올 때까지 시간을 보냈습니다.
[ㅇㅇ야. 오늘 첨 봤을 때, 안색이 많이 나빠 보이길래 놀랐어.]
[아.. 그랬어? 난 잘 모르겠는데.]
[하지만 지금은 괜찮은 거 같네. 기분 탓이겠지.]
물론 여친에게는 이야기 하진 않았습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면서 요리가 나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여친과의 만남이, 나에게 힘이 된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왜인지, 불길한 느낌이 듭니다.
[잠깐 화장실 좀.]
여친은 그렇게 자리를 비웠습니다. 기분 탓인가. 가벼운 감기라도 걸린 건가?
그렇게 생각하며, 유리 너머로 보이는 풍경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풍경이 무섭게 다가왔습니다.
왜일까, 왜일까? 뭐가 무서운 걸까요? 평상시랑 똑같은 풍경인데도.
눈을 조금 흐리게 뜨자, 유리창으로 레스토랑 안의 풍경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얼어붙었습니다.
그 때, 그 장례식 때, 그 무서운 눈. 모든 것을 부숴버릴 것같은. 그런 눈망울로 저를 보고 있는 켄지.
그때처럼 눈도 하나 안 깜박이고, 오로지 저만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날은 점심식사를 하고, 여친의 집에서 해가 질 때까지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7층 건물에서 5층에 있습니다. 저는 항상 소리 없이 계단으로 올라갑니다.
천천히 올라갑니다. 매일 계단으로 올라가는 사람은, 한번쯤은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꽤 운동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날은 피곤했기 때문에 계단으로 갈까 말까 망설였습니다.
그리고 이럴수록 자신에게 엄격하자는 생각에, 계단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소리 없이 조용히, 그리고 느긋하게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4층에 도착. 앞으로 한 층만 더.. 그렇게 생각하면서 5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발을 내 디뎠습니다.
그리고 반쯤 계단을 올라갔을 때, 우리 집 문 앞에 사람 그림자가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누굴까, 친구? 그런 생각 하면서 올라가려는데, 그림자가 움직였습니다.
달빛에 비친 그림자의 주인공은 켄지였습니다.
어째서,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지, 어떻게 알았지. 이런 생각할 때가 아니야. 도망치려고 했을 때, 제 몸의 이상함을 눈치챘습니다.
다리가 생각대로 움직이질 않았습니다. 켄지는 그런 저를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벽에 몸을 기대었습니다.
다행히 켄지는 제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켄지는 계단 대신,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 심장이 뛰는 소리는 점점 커져만 갔습니다. 켄지가 들을 것만 같았습니다.
[띵..]
엘리베이터가 5층에 도착했습니다.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던 시간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켄지는 계단은 아니라 엘리베이터로 내려가려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무의식중에 엘리베이터 쪽을 보고 말았습니다.
기분 탓인가. 켄지와 눈이 마주친 것만 같았습니다.
3
그날도 꿈을 꾸었습니다. 제가 켄지를 야구방망이로 때리고 있는 꿈을.
몇번이나, 몇번이나. 제가 사는 곳을 들켰기 때문에, 마음대로 나갈 수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배고픔은 저를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냉장고는 1시간 전에 열어 봤지만, 먹을 게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혹시나 라면이라도 있는가 싶어서, 찬장을 열어봤지만 역시나 없었습니다.
평상시에 건강을 생각했기 때문에, 라면따위가 있을리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친구에게 점심 사달라고 전화했습니다.
친구와 같이 집에서 나가서, 식사를 해결하고, 그날은 집에 돌아갈 생각이 없어서, 그대로 친구 집에서 자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강의는 꼭 들어야해서, 집에 돌아가야만 했습니다.
아침 일찍 친구 집에서 나왔습니다. 어젯밤처럼 계단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만약 그때 엘리베이터로 갔다면, 발견 됬을지도 모릅니다. 발견됬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의외로 사건 전의 상황을 들으러 왔을지도 모르는데. 그래. 분명히 그럴거야.
저는 그렇게 생각하며 5층으로 향했습니다. 다행히 무사히 집 앞까지 도착했습니다.
저는 빨리 학교 갈 준비를 해서 나왔고, 강의 시간까지 찻집에 있기로 했습니다. 그날은 특별히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평범한 날이 질린다 하여도, 결국 사람에게는 평범한 날들이 제일입니다.
그날은 샤워하고 바로 잤습니다.
그날도 꿈을 꾸었습니다. 어떤 꿈인지는 깨고나서 바로 잊어버렸습니다. 아직 새벽 4시였습니다.
[아직 더 잘 수 있군. 화장실에 갔다가 더 자야지.]
화장실에서 볼일을 마치고 침대로 가려는데, 현관에 뭔가가 떨어져 있었습니다.
뭘까? 현관으로 가보았습니다. 검은 봉투가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때는 이미, 더 이상 졸리지도 않았습니다.
안에는 워드로 쓰여진 편지가 2장 들어 있었습니다.
편지는 지금은 없기 때문에 확실히는 모르지만, 아마 이런 내용이었을 겁니다.
첫번째장
[탕 탕 탕]
나는 살인자의 집 문을 두드렸다. 살인자는 나오지 않는다. 왜 나오지 않는걸까.
[탕 탕 탕 탕]
나는 살인자의 집 문을 두드렸다. 살인자는 나오지 않는다. 왜 나오지 않는걸까.
[탕 탕 탕]
나는 살인자의 집 문을 두드렸다. 살인자는 나오지 않는다. 왜 나오지 않는걸까.
[탕 탕 탕]
나는 살인자의 집 문을 두드렸다. 살인자는 나오지 않는다. 왜 나오지 않는걸까.
[탕 탕 탕 탕]
나는 살인자의 집의 문을 두드렸다. 살인자는 나오지 않는다. 왜 나오지 않는걸까.
[탕 탕 탕]
나는 살인자의 집 문을 두드렸다. 살인자는 나오지 않는다. 왜 나오지 않는걸까.
두번째장
있는 거 알고 있다. 왜 안 나오는 거야!
나와라. 나와라. 나와라. 나와라. 빨리 나와라.
있는 거 알고 있다. 나오면 너는 행복해질 수 있다.
나도 행복. 어머니도 행복. 여동생도 행복. 아버지도 행복. 모두 행복.
있는 거 알고 있다. 왜 안 나오는 거야!
나와라. 나와라. 나와라. 나와라. 빨리 나와라.
있는 거 알고 있다. 나오면 너는 행복해질 수 있다.
나도 행복. 어머니도 행복. 여동생도 행복. 아버지도 행복. 모두 행복.
정신을 차리고 보니, 편지는 젖어 있었고 잉크가 배어 있었습니다.
저는 그 편지를 꾸깃꾸깃 말아서,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뭐야, 어떻게 이렇게 된거야. 쓰레기통에 버린 편지로, 자꾸만 시선이 갔습니다. 켄지가 편지에서 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부엌에 가서, 그 편지를 태웠습니다. 편지가 불탈 때까지 지켜보았습니다.
좀처럼 타지 않습니다. 이대로 계속 영원히 불붙은 채로 있는 건 아닌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날은 알바하는 날이었지만, 집에서 못 나올 것 같아서, 친구에게 전화해서, 친구가 대신 땜빵해주었습니다.
저는 가만히 현관을 보면서 그날을 보냈습니다.
괴담돌이 http://blog.naver.com/outlook_ex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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