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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훗카이도 여행 3] 허공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LjMC4




역 앞 광장의 벤치에 앉아,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혹한 환경에 참을 수 없었던 나는, 이제 생각하는 것도 포기하고 있었다. 나는 한결같이 일주일 전에 만났던 젊은 남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담배에 불을 켜는 소리가 난다. 어느새, 그가 내 옆에 앉아 있었다. [전에 만났을 때보다 더 지독해졌군. 형님. 이제 한계지요?] 젊은 남자는 고개를 숙이고 지면을 향해서 연기를 내뿜었다. [정말로 도와주는 거야?] [도울 수 있다면 도와야지. 이대로 형님을 내버려두면, 얼마 못 가서 죽어. 사람이 죽어가는 걸 뻔히 보고도 그냥 놔두는 게 참 양심에 찔려서 말이지.] [뭘 할 생각이야?] [음, 따라와 봐.] 젊은 남자는 주차해 뒀던 차에 나를 태웠다. 잠시 차를 타고 가다가, 빌딩 앞에 도착했다. 빌딩 안에 젊은 남자의 사무소가 있다고 한다. XXX탐정 사무소라는 간판이 달린 문 앞에 나를 안내하는 젊은 남자. [탐정?] 내가 그렇게 중얼대자, 젊은 남자는 [본업은..] 이라고 대답했다. 사무소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아무도 없었다. [아, 지금은 모두 다 나가고 없어. 사장은 있겠지만..] [나는 돈 같은 건 가지고 있지 않아.] [우리 사장, 돈에는 민감하지만, 근본은 좋은 사람이라 아마도 괜찮을 거야.] 젊은 남자는 사장실이라고 쓰인 문 앞으로 걸어갔다. 가볍게 노크를 두 번 정도 하자, 안에서 [네~] 라는 답변이 들렸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거기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커리어우먼 같은 모습의 여자가 있었다. 그 여자가 사장이었다.

 

 

여자 사장은 나의 얼굴을 보자마자 혀를 찼다. [또, 쓸모없는 놈을 데리고 왔구만..] 작은 소리였지만 확실히 그렇게 들렸다. 나는 확실히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였다. [사장, 아니, 그, 저, 그게.. 저기..] 사장은 젊은 남자를 째려보면서 서류를 책상에 내동댕이쳤다. [너 이새끼! 내가 땅 팔아서 장사하는 줄 알아! 이런 돈도 없는 거지새끼를 잘도 쳐 데리고 오면 어쩌자는 거야?] 정말로 남자 못지 않은 성깔이었다. [아니 그래도.. 사장님이 보셔도 잘 아시잖아요. 이 사람, 이대로 놔두면 죽어요.] [이 등신!! 호구 짓도 적당히 해라!!] 고개를 숙이는 젊은 남자. 아무래도 이 남자는 진심으로 나를 도와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고마운 이야기지만, 사람에게 폐를 끼치면서까지 도움을 바랄 작정은 없었다. 발걸음을 돌리고, 나는 사무소를 떠나려고 했다. 그러자 사장이 나를 불러 세웠다. [기다려, 청년 노숙자씨. 이 녀석이 말했듯이, 이대로 놔두면 당신은 죽어. 어떻게 할 작정이지?] [아까부터 제가 죽을 거라고 말하던데, 어떻게 그렇게나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겁니까? 뭔가 확신하는 거라도 있습니까? 저는 확실히 궁지에 몰려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에게 줄 만한 돈은 없습니다. 이 젊은 사람에게 폐를 끼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사장이 담배에 불을 켜고, 연기를 내뿜기 시작한다. [사람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라.. 좋은마음 가짐이다. 그렇다면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다른 사람의 도움이 되어볼 생각은 없는가?] [무슨 말입니까?] [방법이 있다는 말이지.]

 

 

[서, 설마 사장...] 젊은 남자의 얼굴이 새파래진다. [아까 당신은, 나에게 무슨 확증이 있어서 자신이 죽는다는 말을 하느냐고 물었어. 당신, 아무래도 성가신 것에 홀린 모양이군. 흰 원피스를 입은 채로 목을 맨 여자를 잘 알고 있겠지?] 나는 놀랐다.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그 여자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호호호∼ 놀랐나 보군. 나의 본업은 탐정이지만, 부업으로 영능력과 관계된 일도 하고 있어. 그건 그렇고 그런 반응 보기 좋은데. 응, 좋아 그런 얼굴.] 나는 생각했다. 본업이 탐정이고 부업이 영능력자? 정말 이상했다. 여기에 있어서 괜찮은 걸까? 하지만 그 미치광이 여자를 알아맞혔다. 그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그 미치광이 여자는 유령일까? 아니면 나의 착각인가.. [아까, 말했던 좋은 방법이라는 게....?] 여사장은 쓴웃음을 지었다. [아무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하지 않았어. 단지 방법이 있다고만 말했지.] [그럼, 그 방법이라는 게?] [나에게 제령을 부탁하는 거라면, 최소 200만 엔은 내놔야 해. 하지만 당신에게는, 그런 돈이 없다. 하지만 저기 저 젊은 놈이 하는 거라면, 이야기는 또 달라지지. 저놈은 영능력지만 아직 초보자거든. 그러니까, 저놈의 실습대상이 되어주는 겸해서, 제령의식을 받는다면... 돈은 들지 않아. 반대로 이쪽에서 사례금을 지급하지. 단, 당신의 목숨은 보증할 수 없어.] 사장은 미소를 지으며 담배를 비벼 껐다. 그것을 들은 젊은 남자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오 마이 갓...] 이라고 중얼댔다.

 

 

[아니, 사장님. 저보고 어쩌란 말이에요!] 젊은 남자의 질문에 사장은 [뭐시라?] 라고 말하며, 기분 나쁜 태도를 내보였다. 지금부터 의뢰인과의 문진을 시작! 그 후에 제령방법을 검토하고, 계획서를 조목조목 써서, 내일까지 나에게 제출해!! 알았어?] [네!! 아니 그런데, 저, 그게...] [괜찮으니까 빨리 시작해라, 뭘 쳐 꾸물대고 있어!] 사장의 격양된 목소리에, 우리는 쫓겨나듯 사무소를 뛰어나왔다. 그리고 찻집으로 들어갔다. [좋은 가게지요? 여기 사장이 하는 가게에요.] 젊은 남자는 익숙한 태도로 자리에 앉는다. 자리는 개인실처럼 되어 있어서, 주변의 대화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커피를 2인분 주문하고, 젊은 남자는 노트북을 펼쳤다. [그럼, 형님. 이제부터 문진을 시작합니다. 준비는 됐습니까?]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지만...] [뭡니까?] [너는 아까까지 반말을 했는데, 갑자기 높임말로 이야기하기 시작했어. 왜지?] [형님이 저의 정식 의뢰인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원래라면, 사장에게 부탁하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네요. 제가 형님을 실습대상으로 해서 제령의식을 하게 되면, 회사에서 인재육성비용으로서 예산이 나옵니다. 형님에게도 사례금으로 2만 엔이 나옵니다. 어떤 의미로나, 금전적으로나, 이것이 제일 나은 방법입니다. 단지, 저는 정말 초보자이기 때문에 100% 성공한다는 보증은 못 합니다. 하지만 전력으로 하겠습니다. 서툴게 하다간, 저도 죽을 테니까요.] 남자는 상냥하게 미소를 지었다. [뭘 말하고 싶은지 대충은 알겠어. 단지 나는, 귀신이라든가 그런 일에는 영 서먹서먹해서 말이지. 그러다 보니, 갑자기 귀신이라든가, 그런 걸 보더라도, 내 자신이 만들어낸 환상이나 착각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갑자기 귀신같은 걸 말하니까, 전혀 갈피를 못 잡겠어.]



[그렇군요. 그럼, 유령이라는 것에 대해서 조금 설명해 드리지요. 믿든 안 믿든, 그것은 형님 마음입니다.] 나는 작게 수긍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조금 슬픈 기분이 들었다. 나는 얼마 전까지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귀신같은 이상한 것과 엮이고 말았다. [우선, 우리는 의뢰인에게 유령에 대해서 설명할 때, PC를 예로 듭니다.] [PC?] [그렇습니다. PC입니다. 지금 형님의 상태는 바이러스 감염된 PC입니다. PC는 형님. 바이러스는 악령, 즉 형님이 말하는 미치광이 여자입니다.] [또, 새로운 예구나.] [악령이 씐다.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지요.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인간의 어느 곳이 씌는 것인지 아십니까?] 나는 조용히 커피잔에 입을 댄다. [뇌입니다. 악령은 인간의 뇌를 해킹하는 것처럼 잡아 씝니다. 그리고 뇌 속에 자신이라고 하는 바이러스를 뿌리내려서, 뇌를 지배하는 합니다. 그다음, 들러붙은 인간에게 환각이나 착각을 일으키고, 정신이나 육체를 파괴합니다. 사람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은 인식하기 어렵습니다. 일반적인 유령이라면, 인간이 태어나면서 생기게 되는 방화벽=수호령을 돌파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드물게도 강력한 해킹 능력을 갖춘 악령도 있습니다. 저와 같은 영능력자는 바이러스=악령과 동일하게 사람의 머릿속을 침입할 수 있습니다. 바라 뇌입니다. 그리고 영능력=해킹 능력입니다. 우리의 일은 악령=바이러스에게 해쳐진 인간의 뇌에 들어가서, 치료=제령을 하는 것입니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 혹시, 내가 관련되면 안 되는 세계에 발을 디딘 것인가? 그때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여기까지 무슨 질문이라도 있습니까?] 젊은 남자는 그렇게 말하면서 노트북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왜, 그 악령이라는 것이 나에게 들러붙은 거야? 나와는 아무런 인연도 없는 여자인데.] 젊은 남자는 한결같이 노트북의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질문에 대답한다. [들러붙은 것, 잡아 씐 것 또는 홀린 것은 우연이라는 표현이 적절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연히? 우연이란 말인가?] [예. 우연히 침입하기 쉬웠다. 아마도 그런거 겠지요. 그것뿐입니다. 진짜 목적은 아무라도 좋으니까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악령은 살아있는 인간을 죽이고, 그 인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서, 자신의 세력을 확대합니다. 즉, 형님을 대상으로 해서 자신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을 노리고 있는 거지요. [뭐 때문에?] [아마도 고독함의 구멍을 메우거나, 원한의 구멍을 메우기 위함이겠지요. 혹은 둘 다 아닐까요? 뭐, 어차피 그런 짓을 해도 무의미하지만.. 오히려 역효과입니다. 그녀의 구멍은, 그것은 무엇이든 간에 영원히 메우지 못할 것입니다.] [정말 자기 꼴리는 대로 해버리는 테러리스트 같구나.. 또 하나 의문이 있다. 너는...] [존이라고 불러주십시오.] [존?] [저희끼리는 그렇게 부르고 있습니니다. 본명은 말하기 어려운 이름이라서..] 존... 옛날, 본가에서 기르던 개랑 똑같은 이름이다. [그렇다면 존. 아까 자네는 사장에게 나의 제령을 하라고 말했을 때, 고민하면서 오 마이 갓! 이라고 중얼거렸어. 그리고 병신같이 어설프게 하면 너도 죽는다고 말했어. 그것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어.]

 

 

[아, 들렸습니까? 음, 뭐라고 말해야 할까요? 솔직히 말해서, 제가 상대할 수 있는 년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쩔 방법이 없는 거야?] [형님, 짐작 가는 건 없습니까? 의사, 경찰관, 간호사. 총 3명의 남자.] 나는 놀랐다. 이 녀석이 어떻게 이런 것을 알고 있는 거지.. [짐작은... 간다만...] [그놈들은, 형님이 말하는 미치광이 여자가 지금까지 죽여 온 인간들입니다. 지금은 완전히 그녀에게 먹혀서, 그들이 그녀의 방화벽이 되어 있습니다.] [죽였다고?] [그렇습니다. 지금의 형님이랑 똑같이, 들러붙어서 괴롭힌 끝에 죽였습니다. 그리고 3명의 남자 중에서도 의사와의 관계가 강합니다. 아마도 최초의 피해자이며, 부모와 자식의 관계였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홋카이도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려보았다. [제가 어찌할 방법이 없다고 말한 이유가, 바로 그 3명 때문입니다. 사장은 형님을 본 순간, 그 미치광이 여자의 모습이 보이는 곳까지 침입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직도 그 여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방화벽 역할을 하는 그 3명이 보이는 곳까지만 침입할 수 있었습니다.] 홋카이도에서 본 환상. 병원 안에서 만난 그 3명의 남자도, 그 여자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말인가? [만일, 억지로 그들을 돌파한다고 해도 그들에게 발이 묶이고 말겠죠. 그 틈에 그 여자가 저에게 침입해서 지금의 형님과 같은 상태로 저에게 들러붙을 겁니다. 한마디로 역관광인 셈이지요. 아마도 그렇게 된다면, 저의 목숨도 위험하게 됩니다.] 그럼, 그때, 그 의사가 말한 말의 의미는 뭐였을까? 나나코? 그 여자의 이름인가? [방법은 생각해 보겠습니다. 저도 이 장사에 목숨 걸었으니까요.] 사회적으로 말살? 나에게는 무리인가? 고독을 공유한다고? 나는 한번에 불가사의한 정보를 들었기 때문인지,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형님? 왜 그러세요?] 존의 말에 제정신이 든다. 머리가 혼란스럽다. [응, 아무것도 아니야. 그건 그렇고 존. 만일,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거야?] 존이 타이핑을 멈췄다. [죽어요. 사고사, 병사, 자살... 저는 예언자가 아니라서 어떻게 죽는지는 모르겠지만, 미치광이 여자는 지금까지 그 3명의 남자에게 위해를 가했습니다. 대단히 위험한 여자입니다. 죽임을 당할 가능성이 엄청나게 높습니다.] 나는 고민했다. 미칠 것 같다. [존... 내가 지금까지 그 여자를 본 것은 두 번이야.] 나는 그때의 이야기를 했다. 홋카이도에서 있었던 일. 그리고 처음으로 존과 만났던 그날 밤의 일도 이야기했다. 존은 진지한 표정을 짓고 나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이야기를 마저 들은 존의 첫마디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성가시네요.] [그렇게 성가신 존재야?] [성가시네요... 형님, 그 병원의 환상 속에서, 이것은 현실이 아니라는 위화감을 느끼셨습니까?] [위화감은 없었어. 지금도 현실처럼 느껴져.] 그 말을 들은 존의 얼굴이 심각한 표정으로 변했다. [그렇게까지 현실적인 병원의 현장을 형님의 뇌에 만들어 냈습니다. 게다가 동시에 그 3명을 불러냈습니다. 그 여자... 나나코입니까? 그 년은 형님의 뇌를 상당히 깊숙한 곳까지 잠식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3명을 완전히 장학한 것 같습니다. 대단하네요. 그 년...]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갑자기 끝이 없는 늪 속에 빠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형님, 솔직하게 제가 느낀 점을 말하겠습니다.] [뭐.. 뭐지?] [지금까지 잘도 살아계셨군요.]






괴담돌이 http://blog.naver.com/outlook_ex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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