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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신부의 아이:2007/11/06(화) 01:09:19 I:cX30Hz 2o0
아버지가 이른 아침부터 기도를 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아침부터 기도를
한다는 것은, 주로 어젯밤에 무서운 일이 있었을 때만 하시는 그런 패턴
이다. 유령이 보이는 사람은, 계속 보면 익숙해진다든가 그냥 평범하게
보인다고 말하지만, 아버지의 그러한 기분만큼은 잘 알 수 없었다. 그저
기분이 나쁘고 갑자기 튀어나오면 무섭다고 말씀하실 뿐. 아버지는 어쩌
면 겁쟁이였을지도 모른다. 아버지의 이른 아침 기도가 3일째에 이르자,
어머니도 나도 당연히 걱정되기 시작했다. 아마도 아버지는 한잠도 자지
못했을 것이다. 그날은 토요일이라서 휴일이었다. 걱정이된 나는 아버지
에게 [어떤 유령이 와 있어요?] 라고 물어보았다. 나는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지만, 어떻게든 아버지를 편하게 모시고 싶은 생각은 있었다.
63:신부의 아이:2007/11/06(화) 01:10:26 I:cX30Hz 2o0
아버지가 말씀하시길, 문 하나 정도 크기의 얼굴을 가진 여자 유령이, 방문
앞에 매일 와 있다고 한다. 아마도 최근에 죽은 인간일 거라고 말씀하셨다.
생각한다. 그 유령이 문 앞에 얼굴만 나타나서, 해가 떠오를 때까지 어머니를
모욕하는 말을 계속해서 하는 모양이다. 유령이 노리는 사람이 어머니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냥 무시하고 잘 수도 없어서, 방에 들어가지 않고 있다는 것.
다음 날은 일요일이라서, 아버지의 제안대로 예배당의 구석에 이불을 깔고 세
사람이 자게 되었다. 나도 어머니도 오늘 밤, 확실히 결판을 낸다는 생각을 하
고 있었다. 아버지도 그랬을 것이다. 갑작스럽게 이런 천장이 높은 곳에서 자려
니까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쉽게 잠들 수 없는 게 당연했다. 그냥 이불 속에서
눈을 감고 있을 뿐. 그런데 누군가가 교회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탕
탕 두드리는 것이 아니라, 똑똑이었다. 그 소리는 금속물체를 금속물체로 두드
리는 그런 탁하고 귀에 울리는 그런 소리였다. 그리고 소리의 간격이 점차 좁아
지더니, 거의 연속적으로 똑똑똑똑똑 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무
서워서 이불 속에서 눈을 감고 있었다. 옆 이불에서 어머니가 손을 뻗쳐 왔다.
어머니도 무서웠던 것인지 아니면 나를 지키려고 한 것인지.. 나는 나잇값도 못
하고 어머니의 손을 강하게 쥐었다.
64:신부의 아이:2007/11/06(화) 01:11:11 I:cX30Hz 2o0
그 순간, 꽉 잡은 손에서 사람의 체온이라고는 할 수 없는 차가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것을 깨달았을 때, 이미 허공으로 30미터 정도 붕 떠오르는 느낌이 들
었다. 속았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그런 감정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솔직히, 죽었다고 생각했다. 그때, 아버지가 울부짖었다. 울부짖었다
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것은 사람이 낼 수 있는 소리가 아니었다. 짐승과도
같은 수수께끼의 노호(怒號)였다. 나는 이불 속에서 한쪽 손이 들린 상태로 가
위에 눌려 있었다. 그리고 어머니가 머리까지 뒤집어쓰고 있었던 나의 이불을
걷어낸 순간, 천장에 여자라고 생각되는 거대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분노와
증오로 얼룩진, 그런 느낌. 정말 그럼 감정의 덩어리. 정말 기분 나빴다.
65:신부의 아이:2007/11/06(화) 01:12:03 I:cX30Hz2o0
날이 밝고 나서, 아버지에게 어제 보았던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최근에
죽은 여자를 중심으로 100을 넘는 것이 모이면 저렇게 된다고 생각한다.] 라고
말씀하셨다. [지금은 목적이 있지만, 그중에서 녹아내린 것들은 단순히 악의의
덩어리가 되어버린단다. 저런 것들은 신의 옆에 있어서는 안 되겠구나.] 라며
우물쭈물 설명하셨다. 솔직히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그냥 그렇게 알아들었다.
많이 피곤하셨을 것이다. 나는 오늘 밤도 걱정되었지만, 아버지가 [어제가 마지
막이었기 때문에 이제 걱정할 필요 없다.] 라고 말씀하셨다. 이유는 가르쳐 주
시지 않았다. 다음 날, 아버지는 밤까지 주무시고 계셨다. 밤에 저녁을 먹는데,
외국인 여성이 시체로 발견된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그때, 드디어 일어나신 아
버지가 [저것이었던가?] 라고 중얼댔다. 궁금했지만, 지긋지긋했기에 물어보지
않았다.
105:신부의 아이:2007/11/06(화) 08:31:07 I:cX30Hz2o0
안녕하십니까? 몇 가지 질문을 주셨기 때문에 답변합니다. 이해하기 쉽게 신부라고
썼습니다만, 실제로는 사제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습니다. 기본적으로는 미혼입니다
만, 다른 종교와 회합하는 패턴이므로, 아내를 둔다 하여도 문제없습니다. 본래의
것은 동방전례(검색을 해보시면 나옵니다.)이기 때문에, 아내를 두는 것이 가능한
것 같습니다. 왜 아버지가 사제보다는 신부의 성향이 강했느냐는 것이 최대의 궁금
증이지만, 아마도 주변 사람들의 지시가 컸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나름 해피엔딩도 많았으므로... 또 하나, 저는 세례를 받지
않았습니다. 왜 세례를 받지 않았는지는 언젠가 쓸 수 있으면 쓰도록 하겠습니다.
괴담돌이 http://blog.naver.com/outlook_ex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