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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ch] 집에 못 들어가게 하는 이유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1AW3s



나는 중학교 1학년 때 흔히 말하는 아웃사이더였다.

그렇다고 아예 외톨이는 아니고 평범하게 친구들과 대화는 하지만 특정 그룹에 소속되지 않은 준 아웃사이더 위치였다.

누군가가 말을 걸면 대답은 해도 내 쪽에서 말을 거는 일은 없었다.


아웃사이더들이라면 이해하겠지만, 말하자면 나는 나 이외의 사람에게 관심이 없었다.

좀처럼 반 친구들의 이름도 외우질 못해서 대화에도 어울릴 수가 없었다.

누가 누굴 좋아한다는 소문을 들어도 그냥 그런가보다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중학교에 입학하고 난 후부터 친구들은 모두 연애이야기에만 열을 올려서 도무지 대화에 끼어들 수가 없었다.

아마도 나는 그무렵 그다지 성숙하지 않았던 것 같다.

 

 

 


우리 반에는 왕따가 한명 있었다.

딱히 성격이 모난 건 아니었지만 어머니가 조금 이상한 사람이라는 듯 했다.

그다지 좋지 못한 소문이 파다해서 학교에서 그녀에게 다가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위에 썼듯이 나는 아웃사이더라 소문에 어두웠던 터라 그런 것을 몰라서 그녀가 말을 걸어도 아무렇지 않게 대하곤 했다.

점점 그녀는 나 말고는 상대해주는 사람이 없어졌다.

그녀는 매 쉬는시간마다 내 책상으로 오게 되었다.

그 무렵에는 소문에 어둡던 나 역시도 그 소문을 접했지만 그냥 나는 친구 관계를 유지 했다.

그녀의 친구가 나 뿐이었 듯이 내 친구도 그녀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녀와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지만 가족에 관한 이야기 만큼은 하지 않았다.

아마도 나도 그녀도 의도적으로 그 주제를 피했던 것 같다.

내가 그녀와 친해지고 나서도 여전히 그녀의 엄마에 관한 소문은 들려왔다. 

한밤중에 그 집 근처를 지나면 괴성이 들린다더라.

들고양이를 잡아서 집으로 데리고 들어가는 걸 목격했다더라.

신흥종교에 빠졌다라.

아버지가 안계신건 어머니가 자살을 종용했기 때문이다더라 등등등.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부풀려진 이야기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전부 근거없는 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딴 소문들 보다도 훨씬 무서운 것을 그녀의 집에서 보고말았다.

말이 길어졌지만, 내가 그녀와 연을 끊은 계기가 되었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2학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가 감기 때문에 결석을 했다.

그녀가 학교를 쉬는 것은 처음이라서 나는 오랜만에 말상대가 없는 하루를 보내며 묘한 그리움과 외로움을 느꼈다.

그러다 문득 어떤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집에 수업 프린트를 건네주러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던 것이다.

그녀의 집은 나와 정 반대방향이라서 원래는 다른 반친구가 가져다주기로 되어있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 역할을 떠맡아야했던 남자아이는 흔쾌히도 나에게 양보해 주었다.

내심 꽤나 안심한 듯이 보였다.

 

선생님께 주소를 받아 그녀의 집으로 향하는 길 나는 조금 설레였다.

프린트를 건네주러 가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가벼운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녀의 집을 한번 보고싶다.

정말로 소문에 나오는 대로 끔찍한 집은 아니겠지.

하지만 막상 가게되자 내 행동이 그녀를 배신하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 입밖에 내지는 않지만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알리고싶지 않아하는게 틀림 없었다.

특히 나에게는.

벌써부터 후회스러웠지만 중요한 프린트라 버리고 집에 갈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가져다 줄 수밖에 없다.

터덜터덜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약간 아담한 주택. 조금 낡긴 했지만 외관상 튀지않는 평범한 집인지라 나는 조금은 안심하고는 호흡을 가다듬고 초인종을 눌렀다.

2층 창문이 드르륵 열린다.

그녀였다.

그녀의 놀란 얼굴이 창문 안쪽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이어서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어머니가 나오는게 아니라는 사실에 조금 안심하면서 나는 그녀가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슥......탁.

미닫이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 직후에 문이 열리고 그녀가 나왔다.

감기가 아직 심한지 안색이 안좋았다.

 

"A쨩 (나) 어쩐일로 왔어?"

"이거 받아. 프린트 전해주려고."

 

그녀의 목소리에 딱히 이상한 느낌은 없었다.

나는 안심하고 프린트를 건넸다.

쾌차하라는 둥 잡다한 이야기를 마치고 그녀는 2층으로 올라갔다.

별일없이 끝났다는 생각에 안심하며 나는 집에 가기로 했다.

 

 

그녀의 집 앞을 떠나려던 찰나에 나는 어떤 것을 깨달았다.

현관에서 바로 왼쪽에 있는 방 창문 커튼이 열려있었던 것이었다.

'아까 미닫이문 소리가 들렸던 곳인가?' 별 생각 없이 보았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다다미 방의 중앙에 작은 체구의 여인이 한명이 양손에 무언가를 위를 향해 들고 흔들흔들 서있었다.

흡사 전구를 가는 듯한 포즈였다.

하지만 두 손에 들고 있는 것은 고양이였다.

아니, 강아지인가? 이미 죽은 시체인 것 같았다.

나는 무서워져서 쏜살같이 집으로 뛰어갔다.

등 뒤에서 커튼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다음날 그녀가 학교에 왔다.

나는 어제 보았던 장면이 너무나도 신경이 쓰였지만 그녀에게 물어볼 수가 없어서 속이 타들어갔다.

하지만 그녀는 평소와 다를바가 없었다.

나는 점차 내가 어제는 본 것은 그녀의 어머니가 전구를 가시는 광경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쉬는시간에 그녀가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어제말야, 우리엄마까지 감기에 걸려버리신거 있지? 옮았나봐. A쨩은 괜찮았어?"

 

간접적인 주제이기는 했지만 그녀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건 처음이었다.

위화감이 들었다.

 

 

4교시 때 그녀는 쓰러져서 양호실로 실려갔다. 학교에 오느라 상당히 무리했던 것 같았다.

38도 가까지 열이 나서 사실은 상당히 위험한 상태였다고 했다.

그녀는 선생님의 염려를 만류하고 혼자서 집으로 돌아갔다.

학교 근처에 사니까 별일은 없겠지....

그녀를 걱정하던 사이에 한가지 꺼림칙한 생각이 들었다.


결석하면 내가 집으로 찾아가니까.......이렇게까지 아픈 몸을 이끌고 학교에 온건가.....?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오늘 어머니를 주제로 꺼냈다.

그것도 나를 떠보기 위해서 였던가?

꺼림칙한 생각은 멈추기는 커녕, 꼬리에 꼬리를 물고 뚜렸해져만 갔다.

어제 들었던 커튼이 닫히는 소리도 2층에서 나를 보고있던 그녀가 커튼을 닫던 소리가 아니었을까.


 

의구심은 풀리지 않았지만 이제까지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우정은 계속되었다.

그 여인이 누구이던지간에 그녀가 그녀임에는 변하지 않고 좋은 친구임에도 틀림이 없었다.

굳이 알리고 싶지 않다면 묻지 않으리라.

그 편이 나으리라 믿었다.

 

 

 

 

 

 


 

12월로 접어든 어느 날 그녀는 또 학교를 결석했다.

선생님의 말씀에 의하면 또 감기에 걸렸다고 했다.

반에서는 공식 베스트 프렌드의 위치였기 때문에(이 쯔음에는 다른 친구들도 예전만큼 그녀를 피하지는 않았다) 당연한 듯이 내가 프린트를 건네주러 가게 되었다.

나는 싫었지만 안갈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저번과 마찬가지로 터덜터덜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우편함에 넣어둘까. 그녀도 그걸 선호할거같은데...

그러는 사이 그녀의 집에 도착했다.

현관문 앞에 누군가 쭈그리고 앉아있었다.

그녀였다.

 

"어떻게된거야?"

 

나는 깜짝 놀라서 말했다.

그녀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나를 보고는 옅게 웃었다.

 

"프린트. A쨩이 가져다주러 올줄 알았거든..."

"아니 아무리 그래도."

"아무튼 고마워."

 

이건 누가봐도 너무 이상하다.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게 분명해.

그녀는 내 손에서 프린트를 낚아채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다 급하게 프린트로 입을 막더니 토하기 시작했다.

 

"괜찮아. 나 정말 괜찮다고."

"괜찮긴 뭐가 괜찮아. 일단 잠깐 여기 있어봐."


다시금 쭈그려 앉는 그녀 손에 들린 프린트는 이미 더러워져 있었고 옷에도 토사물이 뭍어있었다.

친구가 이렇게 아픈데 이런저런 생각하며 망설일 때가 아니다.

나는 현관 안을 들여다보며 그녀의 어머니를 불렀다.


"저기요!!!아무도 안계세요?"

"제발 부탁이야, A쨩. 나 정말 괜찮다고..."

 

그녀는 거의 울면서 나를 잡았지만 나는 솟아오르는 우정에 불타있었다.

이렇게나 아픈 아이를 그냥 두고 갈수는 없었다.

엄마가 어떤 사람이던 친구임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이렇게나 불러도 나오지 않는 그녀의 어머니에게 화가났다.

아픈 딸을 두고 도대체 뭐하고 있는거야?

 

"집에 잠깐 들어갈게."

"안돼!!"

 

그녀는 나를 저지했지만 나는 그녀의 집으로 들어갔다.

 

"저기요!!!!!"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할수 없이 일단 그녀가 토한것을 치우려고 화장실로 추정되는 곳으로 향했다.

닦을만한 것을 찾고 싶었다.

 

 

 

 

 

 

그때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현관 왼쪽의 그 다다미 방에서 들려왔다.

뭐야, 집에 있는거야?

타오르는 우정 파워로 거의 무서울게 없었던 그때의 나는 주저없이 그 방의 문을 열었다.

 

 

결과적으로 어머니로 추정되는 그 여인은 있었다.

저번과 같은 포즈를 하고 서 있었다.

죽은 고양이를 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상한 포즈는 신경조차 쓰이지 않을 정도로 더욱더 이상한 것이 그방 안에 있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나의 존재도 눈치채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손에 들려있는 죽은 고양이가 향한 곳을 따라 나도 천장을 쳐다보았다.

 

 

 

 

 

 

 

 

 

천장에는 커다란 얼굴이 있었다.

눈. 코. 입. 그뿐이었다.

눈썹도 없고 머리카락도 없었다.

마치 고기를 납작하게 펴 붙여놓은 것 같았다

머리가 어질어질 했다.

갑자기 몸이 말을 듣지 않아서 나는 미동도 못하고 '그것'을 바라보았다.

진짜인가? 저게 뭐지?

 

 

눈썹도 머리카락도 없는 그 얼굴은 성별조차 분간하기 힘들었다.

감정없는 눈은 밑은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눈도 못떼고 '그것'을 쳐다보고 있노라니 그녀의 어머니가 잰 걸음으로 다가와서는 나에게 죽은 고양이를 내밀었다.

나는 한계에 다달았다.

 

 

 

 

 

 

 

 


소리도 못지르고 나는 문밖으로 달려나갔다.

밖에 있던 그녀는 내 얼굴을 보고는 모든 것을 깨달은 듯 말했다.

 

"A쨩!!!그게 아냐!!!!!저건 모형이야!!!만든거야!!!!엄마가 미쳐서 그래. 엄마가 미친것 뿐이야!!!!"

 

나는 그녀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달렸다.

아픈 그녀를 뒤로 하고. 더 이상은 상관할 수가 없었다.

그건 결단코 모형이 아니었다.

다다미방에서 도망치기 직전에 나는 '그것'이 눈을 깜빡이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다음날 부터 그녀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죄책감도 느꼈지만 당시의 나는 그저 두려워 잊기위해 애를 쓸 뿐이었다. 

그 사건 이후로 그녀와 나의 인연은 끊겼고 그 날의 진상은 밝혀지지 않은 채로 남아있다.

 

그 다다미 방은 무엇이었을까.

그녀의 어머니는 고양이의 시체로 무엇을 하려던 것일까.

자살했다던 소문 속 그녀의 아버지는 정말로 죽은게 맞는걸까.  







출처 http://todayhumor.com/?panic_45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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