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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쯤 전의 일.
너무나도 추웠던 연말의 어느날이었던 것 같다.
나는 건널목에서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역 앞이라서 평소에도 교통량이 많기는 했지만 12월이기도 해서인지 차량은 평소보다 꽤나 많았다.
나는 추위에 떨며 한시라도 빨리 집에 가고싶어서 아직은 빨간 불인 신호등을 노려보고 있었다.
문득 옆쪽에서 한 남자가 슬쩍 앞으로 나왔다.
홀쭉하게 마른 그 남자는 오른손을 점퍼 주머니에 넣고 왼손으로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어찌나 핸드폰에 열중하고 있는지 횡단보도 건너편의 빨간 신호같은건 눈에도 안들어오는 모양이었다.
그 남자는 그대로 신호도 보지않고 과감히 차도로 걸어갔다.
위험해!!!!!!!
그 곳에 있던 모든이가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물론 나도 머릿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 말을 직접 입밖에 내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그럴 새도 없이 남자는 곧 트럭에 치어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평소에도 그로테스크한 영상에 익숙하기 때문에, 남자가 치인 순간도 '60km정도로 치였구만. 즉사네' 이런생각을 하며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남자의 몸은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산산히 흩어졌다.
팔이 으스러지고 다리에서는 뼈가 그 얼굴을 들이밀고 빨간 액체를 흩뿌렸다. 몇개인지 모를 조각들로 찢어져 흩날렸다.
그 와중에 왼손을 보았다.
그 남자가 인간에서 고기덩어리로 바뀐 주 요인인 그 왼손.
그 남자를 죽인 왼손은 야구로 치면 내구 플라이와 같은 포물선을 그리며 허공을 지나 지면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무엇인가가 이상하다.
아스팔트 바닥을 구르는 왼손이 멈추지를 않았다.
이미 물리적 관성상 움직일 수가 없는데 왼손은 어째서인지 아직도 굴러가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집중하여 응시해보니 손은 더이상 구르지 않았다.
손가락은 검지, 중지, 약지, 새끼손가락 순으로 질서정연하게 애벌레처럼 기며 움직이고있다.
그 움직임은 정말이지 완만하고 또 고단해보인다.
그리고 그 물체는 확실히 생명을 가지고, 의지를 가지고 움직이는 하나의 생명체였다.
그리고 왼손은 기어서 역쪽의 군중들 사이로 사라져 갔다.
후일담이지만, 이 사고에 관한 뉴스는 일체 다뤄지지 않았지만 신문에 크지않은 기사로 실렸다.
그 기사에 의하면 그 남자는 즉사였다고 하며 시체는 왼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출처 http://todayhumor.com/?panic_45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