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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ch] 자살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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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발두통(群発頭痛/Cluster headache)이라는 것을 아는가? 일명 [자살두통]이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이 것이 발병 한 내 체험담을 써보려 한다.

 

 

때는 4년 전 7월이었다. 새벽 2시 무렵이었던가. 예고없이 갑작스레 왼쪽 눈 안구 안쪽과 관자놀이 사이에서 믿을수 없을 정도의 격통이 느껴졌다. 소리조차 지를수 없을 정도의 아픔이었다. 머리를 감싸쥐고 웅크리고 있었는데 왼쪽 눈에서 피가 방울방울 흘러내렸다.

그 당시 나는 안구 안쪽 신경이 파열되어 그 피가 눈 밖으로 나온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는 그저 눈물이었지만. 그정도의 격통이었다.

하지만 이 격통은 전초전에 지나지 않았다. 5분 후 거의 2배에 달하는 엄청난 [초격통]에 휩싸였다.

 

 

내가 기억하는건 여기까지다. 그 후에 벌어진 일들은 가족들에게 들었다.

2층에서 들리는 절규 소리에 달려온 가족들이 본 광경은 머리를 뒤어 뜯으며 눈이 뒤집힌 나의 모습이었다. 나는 거의 기억이 없지만 가족들에 의하면 거의 반 광란 상태였다고 한다. 그리고 말리는 가족들을 뿌리치고 2층에서 뛰어 내렸다고 한다.

전신 타박상에 오른팔 공절로 전치 2개월 반의 부상이었다.

나는 온몸에 경련이 온 와중에도 죽여달라고 외쳤다고 한다.

부모님은 단순히 자살 미수라고 취급하고 내가 병원을 퇴원하자마자 정신과로 데려갔다. 이때 두통에 대해 말했으면 좋았을텐데. 그때 당시 나는 그게 정말 두통이었는지 아님 내가 그냥 미쳐버린건지 확신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일단은 따라갔다.

 

결과적으로 정신에 이상은 없었다.

 

 

이때 진찰해준 성생님은 내과도 겸하고 있었다. 부모님이 내가 뛰어내렸던 당시의 상황을 이야기하자 의사 선생님은 나를 보고 "혹시 심한 두통을 겪지는 않았나?" 고 물었다.

 

"네. 이제까지 경험한 적 없는 두통이었습니다."

"단정하기엔 이르지만 그정도의 아픔을 유발하는 두통은 군발두통일 가능성이 있네."

 

 

 

군발두통.

편두통이나 긴장성두통처럼 만성적인 종류의 두통으로 한번 발병하면 1년에 1~3번, 빈번할 때는 거의 한달 매일 초격통에 시달린다. 아픔은 보통 15분에서 1시간 지속되며, 하루에 1~3회 아픔을 겪는다.

현재로서는 치료법은 없다.

 

 

 내가 군발두통 진단을 받았을때 의사가 처음으로 한 말은 이랬다.

 

"이 두통은 죽을 정도의 아픔을 수반하지만 실제로 죽는 일은 없네. 자네에겐 안됐지만 지금으로서는 치료법도 없다네." 

 

눈 앞이 깜깜했다.

말 그대로 나는 절망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 각자의 엄지 손가락을 봐주기 바란다.

그 엄지손가락 만한 크기의 난쟁이가 안구 안쪽에 있는 신경이나 고기를 악의에 찬 얼굴로 뜯어먹는다. 비유하자면 군발두통이란 그 정도의 아픔이다.

 

 

한번 발작이 일어나면 더 이상 움직일수도 말을 할수도 없다.

일 하고 있을 때. 밥을 먹을 때. 두통은 별안간 시작된다.

내 경우에는 한밤중에 시작될 때가 많았다.

아픔으로 눈을 뜸 → 아픔으로 실신 → 아픔으로 눈을 뜸 → 아픔으로 실신

이 과정을 1시간 정도 반복한다.

대낮에 커다란 격통에 시달릴때는 진심으로 죽음을 생각한다.

 

 

 

이 글의 도입부에 이 두통이 일명 [자살 두통]이라고 불리운다고 썼지만, 일본에서 이 병때문에 자살한 사람이 있다는 소식은 아직 들은 적이 없다.

하지만 미국에는 이 병때문에 자살하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다고 한다.

이유가 무엇인지 알겠는가?

일본인이 특별히 참을성이 강하기 때문이 아니다.

미국의 경우 이 두통이 시작되면 충동적으로 총으로 머리를 쏴버리기 때문이다.

 

 

나도 그 기분을 안다.

두통이 가장 심할 때는 정말 죽는 것 이외에는 생각할 수가 없게 된다. 이때 만약 내방에 총이 있다면 나도 머리를 쏴버릴 가능성이 크다. 편하게 죽을수 있으니.

 

 

 

나는 이병에 걸릴때까지, "암이나 외상이 아닌 이상 인간의 몸은 아픔을 견뎌낼수 있도록 설계되어있다" 고 마음대로 믿어왔다.

하지만 내 생각은 틀렸었다.

 

 

견딜 수 없다.

내가 특별히 엄살이 심하다거나 그런 문제가 아니다. 인간이라면 견딜 수 있을리가 없다. 한번의 두통으로 최대 한두시간이니 지금 어떻게든 견디지만 이게 만일 12시간이라던지 24시간이었다면 100% 미쳐서 죽었을 것이다.

 

 

 

나는 만일 3년 이내에 이 병이 낫지 않는다면, 치료법도 발견되지 않는다면 자살할 생각이다.

이 두통에 몇십년간 시달려야한다면 살아도 산게 아니다.

자살 결심은 부모님께도 말씀드렸다. 보통 이런 말을 들으면 울고 뜯어 말리는게 평범한 반응이겠지만 의사선생님에게 군발두통의 잔악한 아픔을 상세히 전해들은 우리 부모님은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았다.

내 경우 이 두통은 주로 한밤중에 발발하기 때문에 나는 근 4년간 공포심으로 만성 수면부족이다.

 

 

 

마지막으로.

이 두통 발병의 원인은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즉 말하자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구라도 발병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아파트 2층보다 높은 곳에 사는 사람은 조심하기 바란다. 타박상으로는 끝나지 않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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