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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ch] 참회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PSspT




이것은 나의 참회이다.

 

상당히 예전 일이다. 고등학교때 친했던 친구를 우연히 마주쳤다.

너무 반가워서 같이 한잔하러 자리를 옮겼다.

그때 나도 그 친구도 둘다 프리터 신세로 하루살이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친구는 아르바이트 하는 곳이 방송국이라서 연예인 누구를 봤네 누구를 봤네 자랑을 늘어놓고 있었다.

사는 곳도 의외로 가까웠기 때문에 가끔씩 만나서 놀게 되었다. 

 

 

어느 날 친구가 잔뜩 흥분해서 이상한 물건을 가지고 왔다.

비디오 테이프와 더러운 서류였다.

겉 라벨에는 [심령 폐허에 도전하다!] 라고 매직으로 굵게 쓰여있었고, 그 위에 빨간 색 매직으로 커다랗게 X자가 그려져 있었다.

너덜너덜한 서류는 대충 보니 방송 대본이었다.

날짜는 상당히 예전 것으로 한창 심령물이 유행이었을 시절이었다.

친구는 방송국 보관소에서 버리는 물건들 중에서 찾아왔다고 했다.

비디오는 평범한 플레이어로는 재생이 불가능한 타입이어서 지인이 경영하는 전문 숍에 가서 틀어보았지만 내용물은 지워져있었다. 

친구는 이렇게 된 거 직접 찾아가보자고 말을 꺼냈다.

나는 당시 귀신을 전혀 믿지 않았다.

그랬기 때문에 재밌겠다는 생각마저 하며 같이 탐험을 가기로 했던 것이다.

 

 

친구가 선배에게 4륜 구동 자동차를 빌려왔다.

텅텅 빈 고속도로를 타고 대본에 적혀있는 장소로 출발했다.

우리가 흥미를 가지게 된 이유는 그 장소가 전혀 의외의 장소였기 때문이다.

사람이 죽은 폭포나 자살자가 많은 다리 같이 흔한 장소가 아니라 국가 시설이었다.

그냥 어떤 시험장으로 사용되던 건물 이라고만 밝혀두겠다.

장소가 전혀 의외의 장소이기도 하고 중단된 기획이라는 점에서 정말로 귀신이 나오는 곳일 거라고 친구는 잔뜩 들떠 있었다.

 

 

그 곳은 첩첩 산중 안에 위치해 있었다.

희미하게나마 남아있는 자동차 바퀴 자국을 더듬어 가며 4륜 구동 자동차를 타고 덤불 속을 헤쳐들어갔다.

위험할 정도의 급경사길을 거슬러 올라갔다.

주변은 거의 벼랑이었다.

방송국에서 기획 단계에서 닦아놓은 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정면에는 커다란 게이트 같은 것으로 막혀 폐쇄되어 있었다.

더이상 자동차를 타고 들어갈 수 없을 것만 같던 그 순간 갑자기 탁 트인 공간이 펼쳐졌다,

거대한 건물이 있었다.

인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그야말로 폐허였다.

폐허라기엔 깨진 창문이나 그 흔한 낙서도 없었다.

오히려 깔끔했다. 사용되기 전 이라는 느낌이었다.

 

 

친구는 갑자기 흥분이 사그라든 모습이었다.

새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며 겁을 먹기 시작했다.

하긴 생각해보면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적막했다.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시간은 거의 저녁때로 건물은 암적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귀신같은거 믿지 않았기 때문에 전혀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친구는 들어가고싶어하지 않았다. 그만두자고 나를 설득했다.

 

"니가 가자고 한거잖아."

 

나는 싫다는 친구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정말이지 무지 했던 것이다.

정면의 커다란 유리문은 한짝이 없었지만 그 안은 거의 신축 건물이나 다름 없었다.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이런 곳이 왜 폐허라고 불리우는거지?

당장이라도 사용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은 상태였다.

폐허치고는 참 깨끗하지 않냐며 친구에게 말을 붙였지만 듣는 둥 마는 둥이었다.

친구는 집에 가고싶다는 말만을 반복했다.

들어오자마자 가긴 어딜가냐며 나는 2층도 보고가자고 했다.

친구는 가고싶지 않다고 했다.

나는 친구를 겁쟁이라고 놀리고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으로 가자 긴 통로가 기다리고 있었다.

저 통로 끝까지 쭉 창문이 이어져 있어서, 꼭 학교 복도같은 느낌이었다.

통로 중간에는 소파가 놓여있었고 흡연장소처럼 재떨이도 놓여있었다.

그리고 바닥에는 카메라가 뒹굴고 있었다.

촬영에나 쓰일 듯한 커다란 카메라였다.

부서져서 먼지 투성이였다. 

 

 

 

 

나는 갑자기 무서워졌다.

여기서 뭔가 일어났던게 아닐까 생각했다.

1층에서 친구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소리쳐 부르는 느낌이 아니었다.

"아- " 하며 일정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서둘러 내려가보니 친구는 입구쪽 통로 저 끝 안쪽에 있었다.

무서웠다.

친구는 통로 끝 쪽 벽에서 큰 대자처럼 팔다리를 벌리고 딱 붙어있었다.

그것도 벽을 보고 붙어있었다.

가까이 가 말을 걸어보았다.

"아- " 하는 소리를 내며 벽을 보고 붙어있을 뿐이었다.

어깨에 손을 얹은 순간 엄청난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여전히 벽을 향해 붙어있었다.

나는 어쩔줄을 몰랐다.

무섭고 두려웠다.

나는 그 자리에서 달아났다.

주차해둔 차까지 뛰어갔지만 차키는 친구가 가지고 있었다.

나는 다시 그 곳으로 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차키가 필요했다.

건물로 돌아가려고 걷기 시작하는데 창문 가에서 친구가 이쪽을 보고있었다.

웃고있었다.

입이 찢어질 듯이 웃고있었다.

순간 친구가 장난치는게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친구는 눈물을 흘리며 웃고있었다.

창문에 딱 달라붙어서 엄청난 기세로 웃고있었다.

친구의 주위에는 1층 통로를 가득 메울만큼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서있었다.

확실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사람의 형태를 한 무수한 것들이 출근길의 전차처럼 친구를 짖이기고 있었다.

 

 


나는 거의 반 실성 상태였던 것 같다.

정신없이 산에서 뛰어내려왔다.

어둑해졌을 무렵 나는 겨우 근처의 역에 도착했다.

나는 힘들지 않았다.

그저 조금이라도 더 그 건물에서 멀리 떨어지고 싶었다.

운좋게 택시를 탈 수 있었다.

행선지를 말하고 가는 내내 머리를 수그리고 갔다.

창문 밖을 보면 무엇인가 있을 것만 같았다.

집에 도착해서 잠자리에 누웠지만, 아무래도 무서워서 편의점으로 가 아침까지 시간을 보냈다.

아침이 되어 겨우 냉정을 찾고 나서야 조금씩 후회가 되었다.

친구를 두고오다니.

하지만 두번다시 그 곳으로 가고싶지 않았다.

 

 

아르바이트도 그만 두었다.

한동안 불면증에 시달려서 밤마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시간을 보냈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 친구에게 전화를 해보니 돌아와있었다.

친구는 무슨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그리고 한달 뒤에 친구가 죽었다.

자살인지 사고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 폐허에 갔기때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나때문이다.

내가 친구를 두고 도망갔기 때문이다.

방송국도 그래서 취재를 중단한 거겠지.

그것은 사람이 가서는 안될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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