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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OO는 아주 이상한 녀석이다.
그 녀석은 여자 아이인데 아주 신기한 분위기를 지닌데다 꽤 귀여운 얼굴의 소유자이다.
처음에는 나도 이성으로 관심이 있어서 여러가지로 노력해봤었지만 성사되지 못했고 어느새인가 그냥 친구로 남아버렸다.
그런 그 녀석이 작년 11월에 우리 집으로 놀러왔을 때의 일이다.
처음에는 게임을 하며 놀다가 도중에 질려서 TV를 켰다.
별로 재미있는 것도 안하고 해서 그냥 멍하니 보고있는데 그 녀석이 갑자기 나지막하게 말했다.
".....아....이사람도네..."
나는 원래 TV를 잘 안봐서 잘 모르지만 지금 화면에 잡히는 사람은 젊은 신예 개그맨이라는 것 같았다.
"이 사람이 왜?"
"아....아무것도 아니야."
그 녀석은 처음에 웃어 넘기려했지만 마침 심심했던 나는 잘됐다 싶어 끈질기게 캐물었다.
그러자 그 녀석은 마지못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누가 들으면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는데 옛날부터 나 사람을 보면 이상한게 보일 때가 있어. 고등학생 때는 보이는 일이 드물었는데 지금은 자주보여. 방금 저 사람한테서도 그게 보였어."
"흔히들 말하는 영감이라는 건가?"
"그런가? 나 유령은 본적도 없긴한데..."
나는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대화 소재 삼아 자세히 물어보았다.
내 친구가 보는 것은 보는 것은 사람 형상이나 검은 존재와 같은 흔한 형상이 아니었다.
그 녀석은 종종 사람의 등에 뿌리내리고 자라난 나무 같은 것을 볼 때가 있다고 한다.
거기까지 말하더니 돌연 아차 싶은 표정으로 바뀌었다.
"안믿어도 돼. 잊어버려."
그녀는 어색하게 웃더니 이야기를 서둘러 종료라도 시키려는 듯 다른 친구를 불러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더 이상 묻지 않기를 바라는 분위기였다.
나도 더 이상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친구를 몇명 더 불러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노래방이라도 갈까 하고 레스토랑 밖에서 서서 이야기하고 있던 순간이었다.
그 녀석이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을 보며 "아....."하고 중얼거렸다.
생각보다 소리가 커서 친구들도 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곳에는 비싸보이는 양복 차림의 직장인같은 사람이 지나가고 있었다.
비틀비틀 걷던 직장인은 이내 그대로 길가에 쓰러지고 말았다.
구급차가 오는 등 주변에 한바탕 소동이 일었고 그 남자는 실려갔다.
시종일관 그 광경을 지켜보던 친구들 중 XX라는 아이가 그 녀석에게 말했다.
"아직 보이는 거였구나...OO(그 녀석) 때문 아니니까 신경쓰지 마."
무슨 소리냐고 물어도 그 녀석은 어딘가 모르게 서글픈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에 분위기 상 더 이상 묻기가 힘들었다.
우리는 친구들과 노래방에 갔다가 그 날은 그렇게 해산했다.
일주일 후 어느 날, 나는 대학교 동아리 건물 근터에 있는 벤치에 앉아 만화책을 읽고있었다.
그런데 그 녀석과 XX가 내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잠깐만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응, 좋아. 무슨일이야?"
"여기서는 좀 그러니 장소를 바꾸자."
근처에 있는 커피숍으로 들어가 XX는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일전에 OO한테 들었다면서? 사람 등에서 자라는 나무에 대한 이야기....OO는 아주 어릴적부터 사람에게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나무가 보고 자랐어. 처음에는 부모님께 상담도 했던 모양인데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으셨다나봐. 계속 이야기했다가 부모님이 이상하게 생각하실까봐 OO는 그 이후로 쭉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했던거야."
"XX말 대로야. 그런데 나무가 자란 사람한테 어떤 문제가 생긴다는 걸 깨달았어. 혼자서만 감당할수가 없어서 조금씩 친구들에게도 말을 해봤어. 사실은 어머니 아버지께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어렸을때 안믿어주시던게 생각이 나서...."
아무래도 나에게까지 이야기 할 생각은 일절 없었던 것 같지만 내가 그녀의 혼잣말을 듣고 캐묻는 통에 엉겹결에 말하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내게도 자세한 설명을 해야할 것 같아서 XX와 상의한 후 이렇게 나를 찾아왔다고 한다.
여기까지의 이야기는 나에게 전혀 문제될 것 없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이후의 내용이 문제였다.
요점은 네가지였다.
첫째.
그 나무는 평범한 나무처럼 성장하며 가지를 뻗어나가, 최종적으로 몇미터에 달하는 크기로 성장한다.
작은 묘목 상태에서 커다란 성목이 되기까지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은 몇년이 걸린다.
하지만 문제는, 나무가 그저 성목이 되는 것에서 그치는게 아니라 성장을 마치면 시든다는 점이었다.
시드는데 몇년이 걸리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몇년이 지나도 그대로인 사람도 있는 등 시드는 속도도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다.
[시든 상태]로 접어들면 나무가 자란 사람에게 터무니 없는 불행이 찾아온다.
모두 파악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OO가 알고 있는 범위 안에서는 이랬다.
중병을 앓는 케이스.
커다란 부상을 입고 후유증에 시달리는 케이스.
사상사고를 일으켜 어마어마한 배상금을 물어주는 케이스.
알수 없는 이유로 일가족이 뿔뿔히 흩어지는 케이스.
최악의 경우 사고사 하거나 병사, 자살까지 하는 케이스.
어느 하나 좋지 못한 결과로 이어졌다.
둘째.
OO이 이제까지 본 나무가 자라는 사람은 전부 생판 남이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 하던 곳에서 친하게 지내던 단골 손님에게서 나무가 자라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라난 나무를 볼 수는 있지만 만질 수는 없다.
나무는 한번 자라나면 더는 손쓸 방도가 없기 때문에 친했던 단골 손님을 도와줄수가 없었다고 한다.
말해봤자 믿어줄리가 없다고 말하는 OO는 울음이 터질것 같은 얼굴이었다.
셋째.
이 부분이 나에게는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어째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중 몇명은 [나무를 보는 능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참고로 XX는 이 이야기를 들어도 [나무가 보이는 능력]은 생기지 않았지만, 그 밖의 친구들은 나무가 보이게 되어 OO와 멀어졌다고 한다.
"그런거면 나한테 왜 말하는거야."
"네가 끈질기게 캐물었잖아. 자업자득이야."
나는 내심 초조한 마음을 숨기려 웃으며 농담처럼 말했지만 XX는 단호하게 잘랐다.
어딘가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오늘 이렇게 나를 찾아온 이유도, 대략적인 내용을 알아버렸으니 나무 이야기를 들은 것이나 진배 없다고 생각해서 만에 하나의 상황에 대비해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설명하러 온 것이라고 했다.
원래대로라면 이런 이야기 믿을리가 없지만 실제로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목격한게 있기 때문에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넷째.
이 부분도 상당히 심각한 문제다.
OO의 말에 따르면 이번달 부터 TV를 보면 연예인이나 아나운서 중 [나무가 자란 사람]이 늘었다고 했다.
발아하기 시작한 시기가 거의 같아서 예감이 좋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한가지 신경쓰이는 것은, TV 화면을 통해서 봐서 그러는지는 모르지만 나무의 색깔이 새까맣다는 점이라고 한다.
이제까지 봤던 나무와는 전혀 다르다고.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던 내가 한가지 의문이 생겨 OO에게 물었다.
"이야기를 듣고 나면 보인다고 했지? 그럼 그 단골 손님한테도 말해보면 어떨까? 보이면 믿을것 아냐."
"듣는다고 다들 보게 되는건 아냐. 그리고 이제 곧 당신은 불행해집니다 라고 말할수는 없잖아."
"그래...말해봤자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니고..."
확실히 그렇기는 하다.
만일 나에게서 나무가 자랐다며 이런 이야기를 들어봤자 어떻게해야 좋을지 모를 것 같다.
일단 거짓말이라 생각할테고, 보이게 된다고 해도 내 수명이 카운트 다운 되는 느낌이 들어서 냉정해질 수 없을 것 같다.
나는 가벼운 기분으로 꼬치꼬치 캐물었던 것을 반성하고 그녀에게 사과했다.
참고로 신주쿠 역이나 도쿄 역같이 붐비는 곳에서도 나무가 자란 사람은 두세명 밖에 없다고 한다.
그러나 아나운서나 연예인의 경우, TV프로그램당 적어도 한사람 씩은 있다고 한다.
예외적인 숫자가 아닐 수 없다.
최근에 무언가 커다란 변화가 일어난 것에는 틀림이 없지만, 우리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다.
애시당초 어떻게 그녀가 나무를 볼 수 있는지, 어째서 이 이야기를 들으면 나무를 보는 능력이 생기는지 조차 우리는 알 수가 없다.
나는 그런 것을 몇년동안 봐온 그녀가 불쌍하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밝은 성격을 잃지 않은 그녀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OO와는 요즘도 자주 만난다.
나무 이야기를 듣고 나무를 보는 능력이 생기는 것은 보통 1년 안이라고 한다.
올해 11월까지 나무가 보이지 않으면 나는 안심할수 있겠지.
그리고 그녀의 입으로 직접 듣지 않으면 나무를 보는 능력은 생기지 않는다고 하니 내가 이렇게 인터넷에 올리는 것은 아무런 해도 없을 것이다.
이 글은 읽는 사람들은 안심하기 바란다.
한번은 그녀가 "저사람..." 하고 누군가를 가리킨 적이 있다.
그 직후 그 사람은 차에 치여 공중에 포물선을 그렸다.
다리가 관절과는 정 반대로 꺾인채 도로 위로 떨어졌다.
나는 그 광경을 보고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만일 나무를 보는 능력이 생겼을 때를 대비해 마음을 더 단단히 먹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나무가 시들면 위험하다는 건 알겠어. 그런데 어떻게 그 순간까지 아는거야?"
"그 순간이 다가오면 나무가 부러지거든."
이 것으로 나의 이야기는 끝이다.
글을 올리는 것은 OO 에게도 이미 양해를 구했다.
TV너머로 보이는 나무가 자라는 사람은 요즘은 늘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내가 "더 이상 TV를 보지 않는게 좋지 않을까." 라고 했더니 OO는 "그럴까." 하고 말했지만
그 후로 그녀가 TV를 보는지 아닌지는 잘 모른다.
출처 http://todayhumor.com/?panic_459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