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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ch] 쌍둥이 같은 두 사람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PSspT




나(M)에게는 사촌 동생(B)이 있다.

둘다 이모랑 아주 많이 닮았지만 나는 틀림없이 우리 부모님 자식이고 B는 틀림없이 이모 부부의 자식이다.

이모 부부가 아이를 키울 수 없게 되어 우리 부모님께서 B를 입양하셨다.

그 때문에 나는 좋지 않은 일을 많이 겪게 되었다.

 

아이라는 존재는 한없이 순수하지만 간사한 어른의 영향을 받으면 한없이 잔혹하게 돌변하기 마련이다.

우리가 너무 닮았기 때문에 진짜 형제인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 시작했다. 그걸 주워들은 동급생의 어느 누군가가 학교에 소문을 퍼뜨렸다.

그 때문에 아버지는 처제와 바람을 피운 천하의 몹쓸놈이 되어버렸고, 더럽다며 나와 B는 왕따를 당했다.

B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어린 시절 이런 일을 겪었어야 했던 나는 B를 원망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우리들이 진정한 형제로 거듭나게 된 것은 고등학교 3학년 말이었다. 싸움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는 잊어버렸지만 엄청나게 싸움이 커져서 B는 어깨가 탈구되고 나는 갈비뼈에 금이 갔다. 둘다 푸르딩딩해질 때까지 치고 받고 싸웠다.

원망하던 것 괴롭던 것 전부 다 쏟아 내고는 사이 좋게 입원한 병상 위에서 화해를 했다.

서로에게 잘못이 있는게 아니라는 것 쯤은 알고있었다. 트라우마를 질질 끌며 중학교 고등학교 서로 충분히 으르렁거렸다.

모든 원망을 쏟아내고 나니 생각보다 쉽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다.

가십이나 좋아하는 그 주부들 따위 죽어버리라지. 하는 나의 말에 B는 맞장구를 쳤다.

병원에서 죽어버리라는 말을 한 탓에 우리 둘다 의사선생님이나 간호사들에게 호되게 야단맞았지.

하지만 그때 그렇게 웃으며 욕했던 것이 우리 형제의 깊은 마음의 상처를 치료해주었다.

 

 

 

 


우리는 같은 대학에 들어갔다.

B를 떠맡아 키우긴 했지만 우리집은 결단코 유복하지 않았다. 나도 B도 공부를 계속 하고싶어 했기 때문에 아버지가 학비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셨다.

결국 아버지는 해외부임을 지원했다.

보소(房総半島: 치바현에 있는 지명)에 있는 작지만 따뜻했던 우리집을 팔아 우리의 학비와 생활비가 마련 되었고 어머니는 아버지의 부임지로 따라가셨다.

나와 B는 대학 기숙사로 들어갔다.










대학에서 우리는 공공연히 사촌지간이지만 쌍둥이처럼 보이지 않느냐고 먼저 말하고 다녔다.

입학 전에 내가 제안했다. 또 묘한 소문이 떠돌기 전에 우리 쪽에서 먼저 화제로 올려서 뒷말따위 못하게 만들어 주자고. B도 나와의 사이가 다시 어긋나는 것이 싫었기 때문에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불륜이라도 하신거 아니냐는 발언에는 무조건 웃어넘겨버리는 작전이 성공해서 초등학교 시절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본인들이 천연덕스럽게 웃어 넘기니 아니겠지 하며 이상한 소문은 조금도 나지 않았다.








우리는 겨우 진정한 형제가 되었다.

정말 쌍둥이나 다름이 없었다.

좋아하는 여자도 같았고

들고싶은 동아리도 같았고

관심이 생기는 수업도 같았다.

2학년때부터 무엇인가를 선택할 일이 점점 많아졌지만 막상 서로의 신청서를 보면 선택 내용이 거진 같아서 둘이서 한바탕 웃곤 했다.

정말로 이종사촌지간인데 묘하게 파장이 맞았다. 다소의 차이점은 있었지만.

나는 공수 동아리에서 강했다. 그에 비해 B는 눈쌓인 산에서 빛이 났다. 나는 천천히 내려오는 것 밖에 못했지만 B는 하루만에 상급자 코스에서 스키를 탈 정도로 빠르게 배웠다.

그리고 B가 나보다 여자에게 인기가 많았다.









대학교 3학년 12월의 일이다.

11월말부터 나에게 여자친구(Y)가 생겼다.

하지만 어느날부터인가 Y가 하지도 않은 데이트 내용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다.

우린 그날 만난 적 없는데.....

 

 

맨처음 떠오른 것은 B였다. 아니야. 설마 B가 그런 짓을 할리 없지.

나는 그렇다면 내 머리에 병이 생긴게 아닌가 매우 걱정이 되었다. 대충 Y의 하는 말에 맞장구를 쳐주고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이때는 아버지가 마련해 주신 생활비가 거의 떨어졌던 시기였다. 나와 B는 필사적으로 아르바이트 하며 어떻게든 돈을 마련하던 시기. 생활을 꾸려나가기도 벅찼는데 병원에 갈 여유따윈 없었다.

하지만 험난하던 중고등학교 시절의 기억들도 점점 희미해져 가는 것을 느껴졌다.

겁이 났다. 정말로 뇌에 무슨 이상이 생긴게 아닐까. 혹시라도 젊은 나이에 치매라도 걸려서 B를 고생시킬지도 몰라. 차라리 그러면 다행이지 식물인간이 되면 어쩌지. 그럴바엔 차라리 죽는 편이 나아. B에게 부담을 지우고 싶지 않아. B만이라도 훌륭하게 성장해 줬으면 좋겠어.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B가 일하는 편의점에서 대신 일했다. B가 몸이 안좋다기에 형님이 대신 일해주지 하며 집에서 쉬게한 것이었다. 게다가 교대로 와야할 야간타임 아르바이트 생이 감기로 쉬게되어 나는 아침까지 일을하게 되었다. 초과근무수당이 들어오니 기분은 나쁘지만은 않았다.

B에게 전화를 해서 집에 못들어간다고 말했다.

새벽 1시까지 일하고 있으려니 점장 사모님이 왔다.

학생인데 이런시간까지 일하게 해서 미안하다며 봉투를 주셨다. 오천엔이 들어있었다.

좋은일만 생기는구나 나는 기분이 좋았다.

집에 가는 길에 반찬가게에 들려서 나와 B가 좋아하는 가라아게를 잔뜩 샀다.

기숙사에 돌아오니 고요했다.

자고있을 것 같아서 깨우지 않으려고 부엌 불만 살짝 켜고 냉장고에 가라아게를 넣었다.

 

 

 

 

"어머나!!"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Y였다.

돌아보자 Y가 어깨까지 담요를 덮고 있었다.

 

"B군, 올줄 몰랐어, 미안..."

 

Y와 함께있는 B의 벗은 몸이 보였다.

 

 

 


부엌에 둔 식칼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Y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오로지 식칼만을 바라보았다.

 

"B군 미안한데 뒤돌아서주지 않을래?"

 

Y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저 식칼을 손에 쥐고 싶은 충동이 점점 강해짐을 느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니, 이렇게 말하면 거짓말 이겠지. 하기 직전에 멈췄다.

손을 뻗어 식칼을 집기 직전 아버지의 얼굴이 눈앞에 떠올랐다.

마음을 추스렸다.

Y는 겁에 질린 얼굴로 이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기나긴 한숨을 쉬었다.

 

 

 


B는 자고있었다.

Y는 옷을 대충 챙겨입고 허둥지둥 나가려고 했다.

택시가 잡히는 곳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나도 따라 나섰다.

Y는 자꾸 나를 B군이라고 불렀다.

 

"그럼 잘들어가, B군."

"사실은 내가 M이라면 이 상황에서 뭐라고 설명할거야?"

"그런 농담 하지마. B군 이상해...."

 

기숙사로 돌아갔다.

B를 두들겨 깨워서 Y를 보냈다고 말했다.

B의 짐을 다 내던져버리고 B도 내쫓았다.

오밤중에 기숙사에서 온통 소란을 피운 덕분에 같은 층 학생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말았다.

B는 거의 2주 가까이 나를 따라다니며 무릎을 꿇고 사과했지만 나는 무시했다. 내가 가는 길 방향에 있을때는 주저하지않고 밟고 지나갔다.

그렇게 철저히 무시하기를 지속하자 B는 사라졌다.

 

 

 

 

 

 

그렇게 B가 사라진 후 몇주 후에 교수님이 나를 불러냈다.

선불로 지불해둔 내년도 학비를 건네주셨다.

B가 자퇴서를 내러 와서 학비를 환불받고는 형에게 전해달라며 교수님께 맡기고 갔다고 말씀해 주셨다.

Y는 그때 그 농담이 농담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Y는 내게 사과하러 와서 헤어지겠다고 말했다. 펑펑 우는 Y의 머리를 툭 두드리고 그대로 우리는 헤어졌다.

 

 

 

 

 

 

 

 

그 후로 몇년이 흘렀다.

요즘들어 퇴근해서 집에 오면 현관문 앞에 무릎꿇고 있는 B가 보인다.

내가 보는 환각속의 B의 목에는 구멍이 뚫려있었다.

이 이야기를 부모님께 말씀드리자 아버지는 얼마 전에 B가 인후염 투병 끝에 죽었다고 하셨다.

B는 부모님께 가서 엄청난 잘못을 저질렀노라고 자백하고, 더이상 형의 얼굴을 볼수 없다며 학교를 자퇴한 후 호스트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암이라는 것을 알기 일년도 더 전부터 목에 위화감을 느꼈는 모양이지만, 호스트라는 직업의 특성 상 영업시간 이외엔 지쳐서 자느라 병원에 갈 시간이 없었다는 것 같다.

알아챘을 땐 이미 인후암이 전신의 72군데로 퍼져 골수까지 침범 당한 상태였다. 후반엔 약도 듣지 않아서 매일 고문을 당하는 듯 앓다가 죽었다고 한다.

B가 목숨을 걸고 벌어들인 돈은 아버지를 통해서 내 대학원을 졸업할 때 까지의 학비로 쓰였다는 것을 이제 와서 나는 알게되었다.

 

 

 

 


더이상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고 아무리 말을 걸어도 환각속의 B는 고개를 들지 않는다.

사람이란 미련을 남긴채 죽어서는 안되겠구나.

생전에도 마음고생을 하다 죽고 나서 겨우 용서를 받았는데도 용서받았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다니.

지옥이 따로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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