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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ch]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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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15년 전의 일이다.

괴담 종류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겪었던 불가사의한 일.

 

내가 중학교 3학년때, 15살때의 일이다.

우리 학교는 보통 공립 중학교였고 기술이라는 과목과 가정이라는 과목이 있었다.

남자는 기술수업을 받으며 공작 등을 배웠고 여자들은 가정 수업을 받으며 조리실습이나 바느질을 배웠다.

 

 

여름방학 하기 얼마 전이었다.

이유는 기억 안나지만 남녀 합동으로 기술수업을 받은 적이 있었다.

책장을 만드는 수업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일주일에 한번 2시간씩 기술이나 가정 수업을 받는데, 그날은 이상하게도 장장 4시간을 할애하여 책장을 만들게 되었다.

 

 

 

 

 

 

 


출석부 순서대로 남녀 2인 1조로 조를 짰다.

나는 같은 반 여자 아이들 중에서 제일 친했던 T와 작업을 하게 되었다.

그녀는 반에서 가장 머리가 좋았고 또래보다 어른스러운 아이였다.

스스로 이렇게 말하는 것도 참 이상하지만 나도 반에서 머리가 좋은 축에 속했다.

그녀에게 연애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라디오나 만화 등 취미가 상당히 비슷해서 친하게 지냈다.

그 날 나는 친한 아이와 같은 조가 되어서 매우 신이 났었다.


수업은 아침부터 점심시간 전까지 4교시동안 계속해서 이어졌다.

기술 선생님은 매우 대범하고 느긋한 분이어서 수업 분위기도 꽤 자유로웠다. 

나가서 놀던지 땡땡이를 치던지 작품만 시간 안에 완성 시킨다면 크게 관여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교실 안은 시끌시끌했다.

기술 선생님은 떠들어도 좋으니 서로 협력해서 책장을 만들라고 하셨다.

나와 T는 이렇게 4시간동안 차분히 이야기할 기회가 주어진 것이 신이 났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기는 했지만 이렇게 온전히 마주보고 앉아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드문 것이다.


성실하게 책장 작업을 진행시키면서도 우리는 엄청난 속도로 떠들었다.

1교시와 2교시 목재를 다듬는 동안에도 나와 T는 입을 멈추지 않았다.

쉬는 시간조차 아까워서 둘이서 좋아하는 가수나 연예인 이야기를 하며 책장 앞에 붙어있었다.


우리는 성실한 학생이었기 때문에 물론 잡담을 하면서도 해야할 바는 착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작업 순서도 확실히 숙지하고 있었다.

입은 바지런히 움직이면서도 손은 머리에 입력된 지식대로 자동으로 작업을 하고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나는 점점 신이 났다.

T도 마찬가지였다.

수다를 멈추지 않았다.

이상할 정도로 신이 났다.

이상했다.


손은 분명 착실히 순서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책장 만들기는 문제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 내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T와의 잡담과 책장만들기 두가지를 동시에 이뤄지고 있었다.

우리는 점점 이상한 도취감 같은 것에 취했다.

기분이 과도하게 좋았다.

 

 

 

 

 

 

 

 


이윽고 4교시에 접어들었다.

그때까지 우리는 수다에 정신이 팔려서 화장실조차 가지 않았다.

4교시에 접어든 후 부터는 부드러운 공작용 목재를 커다란 기구에 고정시키고 거대한 커터로 자르는 작업을 시작했다.


T가 목재에 절단선을 그리고 기구에 고정을 시키면 내가 커터의 레버를 눌러 잘랐다.

목재는 싹뚝 잘려 바닥으로 떨어졌다.

한동안 절단 작업은 이어졌다.

 


목재를 거의 다 잘랐을 무렵이었다.

T는 좋아하는 연예인 이야기를 하며 그녀의 엄지 손가락에 펜으로 금을 그었다.

우리는 끊임없이 떠들고 있었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T는 기구에 그녀의 엄지 손가락을 고정시켰다.

나는 그녀의 엄지 손가락이 잘 고정되었는지 확인하며 좋아하는 소설가 이야기를 꺼냈다.

T는 웃는 얼굴로 맞장구쳤다.

그녀의 엄지 손가락은 단단히 고정되었다.


T가 던진 농담에 동시에 웃음을 터뜨리며 나는 커터의 레버를 눌렀다.

 

 

 

 

 

 

 

 


불쾌한 소리와 함께 T가 비명을 질렀다.

우리는 지금 벌어진 상황이 현실로 와닿지 않아 그저 서로를 바라보았다.

우리가 무슨 일을 저지른 것인지 믿어지지 않았다.

다행히 그녀의 손가락은 잘리지는 않았다.

뼈까지 도달하기 전 커터가 멈추었던 것이다.


곧바로 T를 양호실에 데려가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도 그녀는 붕대를 감고 곧바로 돌아와 같이 작업을 마무리 해주었다.

책장은 무사히 완성되었다.

 

선생님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고 걱정스레 물으셨다.

하지만 우리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어째서 수다에 그렇게 정신이 팔렸었는지,

어째서 아무렇지 않게 그런 짓을 저지른건지 우리도 이해가 되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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