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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ch]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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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머니는 누군가의 저주로 돌아가셨다.


할아버지는 중매 결혼을 하셨는데, 할머니와 맞선 보기 전에 만난 또 한명의 맞선 상대자가 있었다.

아름다운 사람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이 동하지 않았던 할아버지는 그 분을 거절하셨다.

여기까지였다면 흔한 있는 이야기겠지만 물론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우리 어머니가 태어난 후 할아버지 부부는 갓난 아기인 우리 어머니를 데리고 진외종조부, 즉 할머니의 오빠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그러나 진외종조부의 신부될 사람(이하 고모 할머니로 칭함)이 그때 할아버지가 거절했던 그 맞선 상대자였던 것이다.

서로 그 사실을 모른채 우연히 마주친 것이라 당시 고모 할머니도 상당히 동요하는 모습이었다.

 

 

 

 

 

 

 

 

결혼식 날 이후로 갓난 아기였던 어머니가 갑자기 원인불명의 병에 걸렸다.

의사에게 데려가도 쉽사리 진단을 내리지 못했다.

미신이 팽배한 시골마을 사람이던 증조모는 병에 걸린 우리 어머니를 데리고 신사의 무녀를 찾아가기에 이르렀다.

무녀는 어머니를 보더니 대뜸 생령을 소환해냈다.

그 생령의 정체는 다름아닌 고모 할머니의 것이었다.


[그 남자 나를 거부하더니 애까지 낳아? 평생을 괴롭게 만들어 주겠어]


생령의 메세지라며 무녀는 말했다.

물론 그 무녀가 이러한 맞선에 얽힌 뒷배경을 알리가 없었다.

할머니는 그저 망연자실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그 무녀에게 액막이 굿을 받기는 했지만 저주를 내린 상대방이 버젓히 살아있는데다 원념도 두텁기때문에 앞으로 더 큰일이 닥칠 것이라고 했다.

더 무서운 것은, 만일 대를 잇게 될 사내아이를 낳는다면 틀림없이 살해당할 것이라고 했다.

 

 

할머니는 한번 더 아이를 가졌지만 성별을 알고 아이를 낳지 않으셨다.

어머니는 액박이 굿을 받고 병은 낫게 되었지만 병약한 몸이 되었고, 나를 낳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고모 할머니라는 사람은 언제나 지인들에게 [나는 사람을 저주하는 것 만으로 죽일 수 있어. 내 기분을 상하게 하는 사람은 절대 가만두지 않을거야.] 라고 말하고 다녔다고 한다.

미인이었지만 극단적으로 자기중심적이고 자존심도 매우 센 사람이었다.

그런 말을 들어봐야 사정을 모르는 사람은 그저 4차원인가보다 할 뿐이지만 당하는 입장인 우리로서는 정말 오싹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참고로 할머니의 형제자매들은 모두 고모 할머니와 잘 지내지 못했다고 한다.

집안에 사내 아이는 한명도 태어나지 못했고, 태어나더라도 곧 죽어버렸다고 한다.

장성한 딸들은 아무도 시집을 가지 못했다.

병이 걸리거나 상처를 입는 등, 이상하게 혼담이 직전에 모두 깨졌다.

무척이나 사이가 좋았던 할머니의 형제 자매는 지금은 철전지 원수사이가 되어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 거리게 되었다.

 


저주라는 것은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는다.

이제 슬슬 나에게도 흔히 말하는 결혼 적령기가 다가온다.

나도 저주를 받은 게 아닐까 두렵다.

최근들어 고모 할머니는 할머니에게 나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묻는다고 한다.

이제까지 살면서 나도 남자친구를 몇번이나 사귀었지만 전원 교통사고를 당했다.

나는 과연 결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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