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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단편호러] 방문



깊은 밤의 전화가 울리고 있을 때, 나는 하루동안 흘린 끈적끈적한 땀과 퇴근길에 동료와 마셨던 알콜을 뜨거운 샤워로 흘려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평소라면 흘려버렸을 벨소리를 깨달은 것은, 일순간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 정체 불명의 오한 때문이었다. 
뜨거운 수증기에 휩싸여 있으면서도 냉수를 마구 퍼부은 것처럼 온 몸에 소름이 돋아 버린 것이다.
가끔 느끼는 그 싫은 감각. 나는 그렇게 감에 의해서 몇 번인가 난관을 벗어난 적이 있다. 


고교시절 졸업 여행에서였다. 출발일 아침, 내 몸은 39도까지 올라가 여행에 참가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하여 친구 네 명이 목숨을 잃은 버스 추락 사고에 말려 들지않았다.
열은 이튿날 아침에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 내렸다.


어쨌든 그 전화벨이 울리면서 내가 느낀 불쾌한 예감은 그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나는 누구의 전화일까 황급히 벌거벗은 채로 욕실을 뛰쳐나와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아, 테츠야?」

토모미였다. 나는 토모미에게 무슨일이 일어난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왠일이야. 무슨 일 있어?」
「으응…. 저기말야……우우……테…츠야……나의……」

그 순간, 갑자기 터널안에 들어가 버린 것처럼, 심한 노이즈가 토모미의 목소리를 싹 지워 버렸다.

「이, 이봐!」

나는 놀라서 수화기를 오른팔로 바꿔 들었다. 하지만 그 때 이미 노이즈는 사라졌다.

「무슨 일이야?」
「…지금 그쪽으로 가도 될까? 혼자는 외로워」

요염한 목소리였다. 흔히 사용하지 않는 선정적인 어조였다.

「아, 괜찮지만…」

나는 조금 당황하면서 대답했다. 이런 식으로 토모미가 요구해온건 처음이었다.
성관계에 관해서 토모미는 보수적이고, 관계를 갖는 것은 아주 드물게 응해주었는데. 

「하지만 어떻게? 이제 12시가 다 됐어. 내가 갈까?」
「그래…」

토모미는 그 말만 하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 택시라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근처에 있는 걸까. 어쨌든 나는 다시 욕시로 돌아가 한번 더 정성스럽게 몸을 씻었다.
전에 토모미를 안은 것은 3주일이나 전으로 나는 조금 전의 오한도 잊고, 완전히 뜨거운 기대에 불타올랐다.

욕실에서 나오자 또 전화가 울렸다. 바싹 마른 듯한 쉰 목소리로 토모미는 말했다.

「지금 밑에 있어」
「어, 빨리 올라와」

전화를 끊자 토모미의 갈증이 옮겨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냉장고에서 캔맥주를 2 개꺼냈다. 그리고 소파에 앉아 진정되지 않고 거칠게 반복되는 심호흡을 하며 토모미를 기다렸다.

곧바로 노크소리가 들렸다. 차임은 울리지 않고, 스틸 도어를 두 번 두드렸다. 


「열어줘…」

나는 소파로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향했다.

그 때, 또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나는 혀를 차면서, 당황해서 무선전화기에 손을 뻗었다.

「아, 테츠야?」

토모미였다.

「금방 열어줄테니까 좀 기다려」
「어? 무슨 말이야? 테츠야도 참, 갑자기 전화가 끊겨 버려서…」
「뭐야, 지금 열어줄테니까…」
「그러니까 무슨 말이야?」
「뭐긴, 문앞까지 와서 전화는…」
「어? 그러니까 난 집에 있다구」

그렇게 말하는 토모미의 어조는 평소대로였다.

「그, 그러니까 지금, 저기에 있잖아…」

순간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나는 천천히 현관쪽을 뒤돌아 본다.

「테츠야, 빨리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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